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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왜 미혼모를 말하는가…‘아이는 우리의 미래’
입력 2018.04.22 (13:22) 수정 2018.04.22 (13:32) 취재후
[취재후] 왜 미혼모를 말하는가…‘아이는 우리의 미래’
기획 기사가 이어지면서 여러 이야기가 들려왔다. 미혼모들을 위한 격려, 무관심했다는 반성,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희망, 미혼모만 위한다는 비난, 달라질 게 있겠냐는 체념 등 수많은 생각과 마음들이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기자가 미처 생각지 못한 여러 의견이 모여들었다. 감사한 격려의 글과 기사의 부족한 점을 아프게 지적하는 글, 때로는 현실을 외면하는 안타까운 글 속에서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왜 내 돈으로 니들 애 뒷바라지 해야 하는데? 미혼모 어쩌라고. 지가 선택해서 애낳고 사는 미혼모 얘기를 왜 우리한테 하는건데?"

거친 표현을 다소 다듬어 보자면 이런 내용이다. 처음엔 사실 화가 났다. 그러다 생각했다. 그래 왜 미혼모 얘기를 하는건가, 우리는 왜 미혼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가. 취재를 시작하던 그 때가 생각났다.

[연관 기사]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① “나는 엄마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② 입양 권유만…“자립 방해”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③ 결혼해야 ‘엄마’인가요?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④ “미혼모도 존중해주세요”


■ 미혼모는 불량 청소년?

취재진도 처음엔 막연히 생각했다. 미혼모하면 소위 말하는 '날라리', 불량 청소년들. 언론에서 흔히 접했던 기사들도 떠올랐다. 어디 화장실에서 애를 낳은 10대 이야기와 낳은 아이를 집 앞에 버려져 있었던 것처럼 꾸민 어느 20대의 이야기. 이렇게 '미혼모=젊은 여자의 실수' 또는 '미혼모=몸가짐이 나쁜 여자'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오래된 고정 관념에서 나온 이 공식을 언론이나 드라마 등이 부지런히 강화하고 확대했다.

그러나 처음 미혼모 통계를 공식적으로 낸 '2015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그 전엔 아예 통계같은 것도 없었다-미혼모 중 10대는 1.4%에 불과하다. 20대가 가장 많은 것도 아니다. 3,40대가 67.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많은 미혼모들은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던 성인들이었다.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지만 뜻하지 않게 아이가 생긴 경우도 있었고 결혼을 약속했는데 아이가 생기자 약혼자가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었다. 저마다의 사연이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게 있었다. 바로 그들이 임신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원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직장을 떠나야 했다는 점이다. 누구나 이름을 아는 유명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작은 사무실, 심지어 전문적인 기술직까지, 그 어느 미혼모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당당하게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을 쓰지 못했다. 배가 불러오면서 눈치가 보여 그만뒀거나 회사에서 '결혼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사직서를 쓰라고 하기도 했다. '문란하다', '회사 이미지에 먹칠한다'는 욕을 먹고 쫓겨나기도 했다. 90년대 얘기가 아니다. 지금, 2018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임신→실직→빈곤층…“일하게 해주세요.”

미혼모 중 3,40대가 많다는 건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엄마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사회 생활을 하던 엄마들이지만 갓난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서, 아이가 없는 척 하고 회사를 다닐 수가 없어서, 그리고 임신과 출산으로 단절된 경력을 쉽게 이을 수 없어서 실직 상태는 계속됐다. 이미 원가족에겐 버림받은 상황,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버티거나 시설에서 돌봐주는 보호에 매달려 있는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미혼모 지원을 돕는 단체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굶기지 않고 기저귀를 살 수 있는 정도의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미혼모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직장에서도 미혼모를 같이 일하는 동료로 받아들여서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인 어떤 인식의 개선, 이 두 가지가 미혼모한테 굉장히 필요한 지원의 내용입니다."
(오영나/미혼모 지원네트워크 대표)


■ 저출산 해결하려면 다양한 가족 인정해야

정부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18일 6기가 출범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이뤄진 정부위원 7인과 대학 교수, 연구기관 소장 등으로 2년 임기의 위원회가 구성됐다. 논의도 하고 포럼도 하고 여러가지를 한다. 돌봄교실 확대나 맞벌이 부부 저녁 상담 등 여러 활동을 진행했다. 출범 직후 각종 활동을 시작한다고 활발하게 보도자료를 내던 시기, 한 내부자가 정책이 이른바 '정상 부부',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고 같이 살며 적당한 시기에 애를 낳는 '정상적인 젊은 신혼부부' 위주로만 논의된다고 털어놨다.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장애인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논의, 하다못해 배려도 없다는 것이었다. 초창기 우연찮게 들었던 이 말은 점점 문제점으로 지적되기 시작했고 올해 2월 7일 '가족다양성T/F'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떤 가족 형태라도 아이와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들기'가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만들었을까? 회의 참가자들이 '앉아만 있다가 왔다'라는 얘기를 전해오기 시작했다. 참가비가 얼마 나온다고 했다. 다문화 가정부터 미혼 가정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기계적으로 한자리에 모아 놓으니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관계자가 몇마디 하고, 관련 있는 것은 좀 듣고 뭐 그러다 회의가 끝나면 흩어진다고 했다. 이같은 엇박자는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결국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라는 것이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못따라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아이는 우리 모두의 미래

다시, 취재진의 눈을 멈추게 했던 댓글로 돌아가보자.

"왜 내 돈으로 니들 애 뒷바라지 해야 하는데?"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데 든 국가 예산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100조원이 넘는다. 이 100조 안에 저 댓글을 쓴 분의 세금 일부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결혼하라고,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축하금 주겠다고 돈을 써서는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럽 여러국가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영국, 독일, 호주 등 출산율이 오른 나라들의 공통점은 비혼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자녀들' 이라는 전통 가족이 해체되고 여러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혼 출산이 자리를 잡으면서 출산이나 양육 지원도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초고령사회에서 귀한 젊은이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 내가 누릴 노년의 복지 한 부분은 젊은이들의 월급에 기댈 것이고 내가 살아갈 이 나라의 유지와 발전이 저들의 어깨에 과제로 얹힐 것이다. 내 돈으로 뒷바라지 하는 것은 '니들 애'가 아니라 '나의 미래'이고 '우리의 미래'이다.

엄마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의 미래가 어느 골목 한켠이나 베이비 박스에 버려지지 않도록, 편견과 차별이 아닌 따뜻한 시선과 현실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 [취재후] 왜 미혼모를 말하는가…‘아이는 우리의 미래’
    • 입력 2018.04.22 (13:22)
    • 수정 2018.04.22 (13:32)
    취재후
[취재후] 왜 미혼모를 말하는가…‘아이는 우리의 미래’
기획 기사가 이어지면서 여러 이야기가 들려왔다. 미혼모들을 위한 격려, 무관심했다는 반성,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희망, 미혼모만 위한다는 비난, 달라질 게 있겠냐는 체념 등 수많은 생각과 마음들이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기자가 미처 생각지 못한 여러 의견이 모여들었다. 감사한 격려의 글과 기사의 부족한 점을 아프게 지적하는 글, 때로는 현실을 외면하는 안타까운 글 속에서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왜 내 돈으로 니들 애 뒷바라지 해야 하는데? 미혼모 어쩌라고. 지가 선택해서 애낳고 사는 미혼모 얘기를 왜 우리한테 하는건데?"

거친 표현을 다소 다듬어 보자면 이런 내용이다. 처음엔 사실 화가 났다. 그러다 생각했다. 그래 왜 미혼모 얘기를 하는건가, 우리는 왜 미혼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가. 취재를 시작하던 그 때가 생각났다.

[연관 기사]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① “나는 엄마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② 입양 권유만…“자립 방해”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③ 결혼해야 ‘엄마’인가요?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 ④ “미혼모도 존중해주세요”


■ 미혼모는 불량 청소년?

취재진도 처음엔 막연히 생각했다. 미혼모하면 소위 말하는 '날라리', 불량 청소년들. 언론에서 흔히 접했던 기사들도 떠올랐다. 어디 화장실에서 애를 낳은 10대 이야기와 낳은 아이를 집 앞에 버려져 있었던 것처럼 꾸민 어느 20대의 이야기. 이렇게 '미혼모=젊은 여자의 실수' 또는 '미혼모=몸가짐이 나쁜 여자'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오래된 고정 관념에서 나온 이 공식을 언론이나 드라마 등이 부지런히 강화하고 확대했다.

그러나 처음 미혼모 통계를 공식적으로 낸 '2015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그 전엔 아예 통계같은 것도 없었다-미혼모 중 10대는 1.4%에 불과하다. 20대가 가장 많은 것도 아니다. 3,40대가 67.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많은 미혼모들은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던 성인들이었다.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지만 뜻하지 않게 아이가 생긴 경우도 있었고 결혼을 약속했는데 아이가 생기자 약혼자가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었다. 저마다의 사연이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게 있었다. 바로 그들이 임신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원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직장을 떠나야 했다는 점이다. 누구나 이름을 아는 유명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작은 사무실, 심지어 전문적인 기술직까지, 그 어느 미혼모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당당하게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을 쓰지 못했다. 배가 불러오면서 눈치가 보여 그만뒀거나 회사에서 '결혼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사직서를 쓰라고 하기도 했다. '문란하다', '회사 이미지에 먹칠한다'는 욕을 먹고 쫓겨나기도 했다. 90년대 얘기가 아니다. 지금, 2018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임신→실직→빈곤층…“일하게 해주세요.”

미혼모 중 3,40대가 많다는 건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엄마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사회 생활을 하던 엄마들이지만 갓난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서, 아이가 없는 척 하고 회사를 다닐 수가 없어서, 그리고 임신과 출산으로 단절된 경력을 쉽게 이을 수 없어서 실직 상태는 계속됐다. 이미 원가족에겐 버림받은 상황,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버티거나 시설에서 돌봐주는 보호에 매달려 있는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미혼모 지원을 돕는 단체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굶기지 않고 기저귀를 살 수 있는 정도의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미혼모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직장에서도 미혼모를 같이 일하는 동료로 받아들여서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인 어떤 인식의 개선, 이 두 가지가 미혼모한테 굉장히 필요한 지원의 내용입니다."
(오영나/미혼모 지원네트워크 대표)


■ 저출산 해결하려면 다양한 가족 인정해야

정부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18일 6기가 출범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이뤄진 정부위원 7인과 대학 교수, 연구기관 소장 등으로 2년 임기의 위원회가 구성됐다. 논의도 하고 포럼도 하고 여러가지를 한다. 돌봄교실 확대나 맞벌이 부부 저녁 상담 등 여러 활동을 진행했다. 출범 직후 각종 활동을 시작한다고 활발하게 보도자료를 내던 시기, 한 내부자가 정책이 이른바 '정상 부부',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고 같이 살며 적당한 시기에 애를 낳는 '정상적인 젊은 신혼부부' 위주로만 논의된다고 털어놨다.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장애인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논의, 하다못해 배려도 없다는 것이었다. 초창기 우연찮게 들었던 이 말은 점점 문제점으로 지적되기 시작했고 올해 2월 7일 '가족다양성T/F'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떤 가족 형태라도 아이와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들기'가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만들었을까? 회의 참가자들이 '앉아만 있다가 왔다'라는 얘기를 전해오기 시작했다. 참가비가 얼마 나온다고 했다. 다문화 가정부터 미혼 가정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기계적으로 한자리에 모아 놓으니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관계자가 몇마디 하고, 관련 있는 것은 좀 듣고 뭐 그러다 회의가 끝나면 흩어진다고 했다. 이같은 엇박자는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결국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라는 것이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못따라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아이는 우리 모두의 미래

다시, 취재진의 눈을 멈추게 했던 댓글로 돌아가보자.

"왜 내 돈으로 니들 애 뒷바라지 해야 하는데?"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데 든 국가 예산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100조원이 넘는다. 이 100조 안에 저 댓글을 쓴 분의 세금 일부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결혼하라고,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축하금 주겠다고 돈을 써서는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럽 여러국가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영국, 독일, 호주 등 출산율이 오른 나라들의 공통점은 비혼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자녀들' 이라는 전통 가족이 해체되고 여러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혼 출산이 자리를 잡으면서 출산이나 양육 지원도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초고령사회에서 귀한 젊은이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 내가 누릴 노년의 복지 한 부분은 젊은이들의 월급에 기댈 것이고 내가 살아갈 이 나라의 유지와 발전이 저들의 어깨에 과제로 얹힐 것이다. 내 돈으로 뒷바라지 하는 것은 '니들 애'가 아니라 '나의 미래'이고 '우리의 미래'이다.

엄마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의 미래가 어느 골목 한켠이나 베이비 박스에 버려지지 않도록, 편견과 차별이 아닌 따뜻한 시선과 현실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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