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변화의 갈림길…김정은 시대 영화‧드라마

입력 2018.07.07 (08:07) 수정 2018.07.0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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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시대 들면서 북한 영화나 드라마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화질도 좋아지고, 가족과 이웃 간의 정, 그리고 꿈, 희망 이런 소재까지 등장하는데요.

최근에는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중국 영화까지 주민들에게 방송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와 유일 권력 선전, 전쟁 등으로 상징됐던 과거 북한 영화와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이런 북한의 드라마와 영화의 변화 모습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6년 북한에서 처음 방송된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북한 드라마 ‘귀중히 여기라’/2016 : "먼저 저기 가서 지하를 타십시오. (지하?) 지하철도 말입니다. (아하, 지하철도)."]

빼어난 화질은 물론 휴대전화와 평양 지하철, 그리고 문수물놀이장 등 최근 북한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쓰십시오. (이거 제 걱정 마십시오. 이쯤한 비야 뭘...)"]

일부분이긴 하지만 남녀 사이 미묘한 관계를 짐작케 하는 대목도 나온다.

주제 역시 이웃사이 따뜻한 정을 나누고 양심을 지키라는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 그리고 체제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상교육 등으로 상징되던 과거 북한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국 영화 ‘건당위업’/2011 : "지금 뭘하나? (대총통각하, 사실....)"]

지난 7월 1일. 북한 TV가 방송한 중국 영화.

우리에게도 낯익은 주윤발과 유덕화 등 중화권 유명 배우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중국 드라마 ‘모안영’/2010 : "우리 지원군은 한 달도 못되는 사이에 제노라(내노라)하는 맥아더를 패하게 했소."]

모택동의 아들 모안영의 일생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중국 연속극.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배우가 출연한 이 연속극 역시 얼마 전 북한에서 방송됐다.

김정은 시대 북한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와 영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형식과 내용 모두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고 한동안 자제하던 중국 영화나 드라마도 자주 전파를 타고 있는 것이다.

[김 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김정은 위원장의 교시와 상관이 있는데요. 인민들이 즐겨보고 좋아하는 영화가 명작이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이 말은 곧 명작의 기준이 바뀐 것이거든요. 인민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인민성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대중성 통성성이거든요. 그러니까 소통의 코드를 만들어 가는 거죠."]

대단한 영화광으로 알려졌던 김정일 위원장.

김 위원장은 1960년대 후반,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과장 자리에 앉은 뒤 예술영화와 드라마의 대중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한 김일성 수령화 작업에 돌입했다.

[북한 영화 ‘조선의 별’/1980~1987 : "이번 시위 투쟁은 2년간 축적한 우리의 힘을 시위하며 우리의 입장을 국내와 전중국에, 우리 동포들에게 천명하게 되는 거요."]

청년 김일성의 항일투쟁 일대기를 다룬 10부작 영화 ‘조선의 별’.

김일성을 연기하는 배우가 처음으로 등장한 영화로 북한의 대표적인 수령형상 작품이다.

[한상언/북한영화 전문가/한상언 영화연구소 : "소위 백두혈통이라고 하는 김일성의 가계를 강조하는 그런 영화들이 아주 많이 만들어집니다. 그런 것들을 전문적으로 만들기 위한 창작단이 또 조직이 되죠. 그 창작단에서는 당시 가장 뛰어난 북한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그런 예술가들이 포진이 되어 있어 가지고요.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되게 다른 영화들보다도 뛰어난 평가를 가져왔죠."]

1970년대 후반,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한다.

대한민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신상옥, 최은희 부부의 납북 사건.

두 사람은 극적으로 8년 만에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2016년 개봉한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의 납치 사건 배후에 김정일 위원장이 있었고, 김 위원장이 왜 두 사람을 납치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드러난다.

[김정일 : "두 분을 내가 영화하는 대상으로 집었단 말입니다. 두 분이 꼭 필요하니까 데려와라..."]

[김정일 : "왜 우리 영화는 맨날 나오는 것이 반복하는 게 많고 도식적으로 (만드는가) 영화 이야깃거리가 새것으로 나가자고 하는, 지향하는 것이 전혀 없단 말입니다."]

[한상언/북한영화 전문가/한상언 영화연구소 : "앞선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서 김정일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것을 좀 깨뜨리기 위해서 남한에서 올라온 신상옥이나 최은희 같은 사람들한테 창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그 남한에서 만들던 영화수법이나 이런 것들을 북한에 적용시키려고 했던 이제 노력을 보였던 거죠."]

실제 신상옥 최은희 부부는 집단창작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개인 예술가의 개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방식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이탈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에서 기억나는 영화 또는 뭐 좋은 영화로 생각하는 게 뭐냐라고 물어보면 한 10편 정도 중에서 최은희 신상옥 감독이 항상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전까지 좀 경직되어 있는 언어와 촬영기법과 대사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부드럽고 뭐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조금 북한식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영화 자체가 세련됐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실제 신상옥 최은희 부부의 탈출 뒤 북한 영화는 다시 침체기를 맞는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 영화의 발전을 가로막은 것은 <영화 예술론>이라는 지침서까지 만들며 모든 것을 지시 감독하려 했던 김정일의 탓이 컸다고 지적한다.

[한상언/북한영화 전문가/한상언 영화연구소 : "일종에 보면 도식주의라고 이야기해야 되겠죠. 그러니까 김정일의 예술론이 나오고 나서 김정일의 예술론에 조금이라도 위배되는 영화들이 만들어 진다면 그것은 굉장히 큰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영화를 창작하는 창작자들이 계속 보수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겁니다.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되니까 그 틀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한게 북한 영화였던 거죠."]

[김정은 서한 보도/2014년 5월, 조선중앙TV : "영화예술부문의 일꾼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은 오늘의 침체상태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고 새로운 영화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일으켜 세계영화계를뒤흔드는 뇌성을 울려야 합니다."]

지난 2014년, 모란봉 악단의 대대적인 공연과 함께 진행된 제 9차 전국 예술인대회.

김정은 위원장은 서한을 통해 영화 예술인들에게 영화산업의 침체를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했다.

[북한 드라마 ‘포성 없는 전구’/2014 : "뭐야 나에게 복무 하려면 복종하는 법부터 배워야해."]

["중좌님 여성의 인격은 남성들이 지켜주는 거랍니다. 좋아요 어디 당신 품에 안기는 거부터 배워 봅시다."]

그 뒤 방영된 대표 작품이 바로 TV 드라마 ‘포성 없는 전구’다.

2014년 방영된 이 드라마는 첩보원인 여자 주인공이 미국 병참기지로 잠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일 시기 여주인공들이 대부분 남자 주인공들의 보조 역할이었다면 ‘포성 없는 전구’의 주인공은 남성들을 제압하는 모습으로 북한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 부문에서도 변화는 감지됐다.

2016년 개봉작 ‘우리집 이야기’중학교를 갓 졸업한 여주인공이 이웃집 고아 남매를 돌보는 내용의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언니야! 언니.. (은정아...)"]

고아를 거두는 여성상은 김정일 시기에도 수없이 다뤄진 주제지만 결혼 하지 않은 어머니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젊은 배우가 대거 출연해 청소년들의 고민과 가족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소소한 생활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북한 젊은 층에 높은 호응을 얻었다.

[김 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새세대 청년의 전형을 통해서 사회주의 이상 이 무엇이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야 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 청년들에게 영화는 굉장히 친숙한 매체인데 북한 당국이 청년들에게 그에 호응하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영상콘텐츠 를 생산하지 못하다 보니까 우리집 이야기와 같은 모범을 통해서 정서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모습은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 북한 영화는 여전히 김일성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북한 영화 ‘복무의 자욱’/2016 : "우리에겐 최고 사령관 동지께서 안겨주신 자력갱생의 보검이 있습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 김정일에 충성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자강력 제일주의를 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북한 영화와 드라마를 주목해야 하는 데는 김정은 시대 북한 영화와 드라마가 조금씩이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방영된 북한 드라마 ‘소년 탐구자들’중학생들이 과학환상대회 참가를 준비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전쟁 시기 무명전사들의 육성을 되살려 우승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드라마 ‘소년 탐구자들’/2013 : "우리는 방금 전에 음파의 공진을 위치하는 실험에서 소리를 되살렸습니다!"]

다소 황당하긴 해도 북한 청소년들의 꿈과 환상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새롭다.

북한과 벨기에, 영국 세 나라가 합작해 만든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2012년 개봉한 영화는 탄광 노동자인 영미가 고소공포증과 노동계급이라는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공중곡예사의 꿈을 이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2012 : "탄광처녀, 하늘을 날겠다고 했지? (그래요.)"]

전통적인 북한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개인의 꿈과 실현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며 해외 시장 진입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합작이라고 하는 타이틀이나 명분이 주어지게 되면 새로운 어떤 변화라든가 이런 것들을 또 추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요. 내용 자체가 탄광에서 세계적인 교외배우로 성장하는 소녀의 이야기기 때문에 북한이 자랑하는 교외라고 장면들을 흥미적인 요소로 활용할 수 있었던 어떻게 보면 좀 상업적인 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는 그런 소재와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 것이고 그런 영화를 통해 가지고 북한 내에서 자연스럽게 변화의 바람이라든가 기술적인 도입도 동시에 꽤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

최근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심야에 싱가포르 시내를 둘러본 김정은 위원장.

많은 전문가들이 이 모습에서 북한의 개방개혁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북한 영화 산업 분야에서도 발현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기대감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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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7-07 08: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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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들면서 북한 영화나 드라마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화질도 좋아지고, 가족과 이웃 간의 정, 그리고 꿈, 희망 이런 소재까지 등장하는데요.

최근에는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중국 영화까지 주민들에게 방송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와 유일 권력 선전, 전쟁 등으로 상징됐던 과거 북한 영화와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이런 북한의 드라마와 영화의 변화 모습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6년 북한에서 처음 방송된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북한 드라마 ‘귀중히 여기라’/2016 : "먼저 저기 가서 지하를 타십시오. (지하?) 지하철도 말입니다. (아하, 지하철도)."]

빼어난 화질은 물론 휴대전화와 평양 지하철, 그리고 문수물놀이장 등 최근 북한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쓰십시오. (이거 제 걱정 마십시오. 이쯤한 비야 뭘...)"]

일부분이긴 하지만 남녀 사이 미묘한 관계를 짐작케 하는 대목도 나온다.

주제 역시 이웃사이 따뜻한 정을 나누고 양심을 지키라는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 그리고 체제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상교육 등으로 상징되던 과거 북한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국 영화 ‘건당위업’/2011 : "지금 뭘하나? (대총통각하, 사실....)"]

지난 7월 1일. 북한 TV가 방송한 중국 영화.

우리에게도 낯익은 주윤발과 유덕화 등 중화권 유명 배우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중국 드라마 ‘모안영’/2010 : "우리 지원군은 한 달도 못되는 사이에 제노라(내노라)하는 맥아더를 패하게 했소."]

모택동의 아들 모안영의 일생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중국 연속극.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배우가 출연한 이 연속극 역시 얼마 전 북한에서 방송됐다.

김정은 시대 북한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와 영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형식과 내용 모두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고 한동안 자제하던 중국 영화나 드라마도 자주 전파를 타고 있는 것이다.

[김 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김정은 위원장의 교시와 상관이 있는데요. 인민들이 즐겨보고 좋아하는 영화가 명작이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이 말은 곧 명작의 기준이 바뀐 것이거든요. 인민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인민성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대중성 통성성이거든요. 그러니까 소통의 코드를 만들어 가는 거죠."]

대단한 영화광으로 알려졌던 김정일 위원장.

김 위원장은 1960년대 후반,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과장 자리에 앉은 뒤 예술영화와 드라마의 대중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한 김일성 수령화 작업에 돌입했다.

[북한 영화 ‘조선의 별’/1980~1987 : "이번 시위 투쟁은 2년간 축적한 우리의 힘을 시위하며 우리의 입장을 국내와 전중국에, 우리 동포들에게 천명하게 되는 거요."]

청년 김일성의 항일투쟁 일대기를 다룬 10부작 영화 ‘조선의 별’.

김일성을 연기하는 배우가 처음으로 등장한 영화로 북한의 대표적인 수령형상 작품이다.

[한상언/북한영화 전문가/한상언 영화연구소 : "소위 백두혈통이라고 하는 김일성의 가계를 강조하는 그런 영화들이 아주 많이 만들어집니다. 그런 것들을 전문적으로 만들기 위한 창작단이 또 조직이 되죠. 그 창작단에서는 당시 가장 뛰어난 북한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그런 예술가들이 포진이 되어 있어 가지고요.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되게 다른 영화들보다도 뛰어난 평가를 가져왔죠."]

1970년대 후반,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한다.

대한민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신상옥, 최은희 부부의 납북 사건.

두 사람은 극적으로 8년 만에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2016년 개봉한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의 납치 사건 배후에 김정일 위원장이 있었고, 김 위원장이 왜 두 사람을 납치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드러난다.

[김정일 : "두 분을 내가 영화하는 대상으로 집었단 말입니다. 두 분이 꼭 필요하니까 데려와라..."]

[김정일 : "왜 우리 영화는 맨날 나오는 것이 반복하는 게 많고 도식적으로 (만드는가) 영화 이야깃거리가 새것으로 나가자고 하는, 지향하는 것이 전혀 없단 말입니다."]

[한상언/북한영화 전문가/한상언 영화연구소 : "앞선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서 김정일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것을 좀 깨뜨리기 위해서 남한에서 올라온 신상옥이나 최은희 같은 사람들한테 창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그 남한에서 만들던 영화수법이나 이런 것들을 북한에 적용시키려고 했던 이제 노력을 보였던 거죠."]

실제 신상옥 최은희 부부는 집단창작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개인 예술가의 개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방식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이탈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에서 기억나는 영화 또는 뭐 좋은 영화로 생각하는 게 뭐냐라고 물어보면 한 10편 정도 중에서 최은희 신상옥 감독이 항상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전까지 좀 경직되어 있는 언어와 촬영기법과 대사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부드럽고 뭐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조금 북한식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영화 자체가 세련됐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실제 신상옥 최은희 부부의 탈출 뒤 북한 영화는 다시 침체기를 맞는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 영화의 발전을 가로막은 것은 <영화 예술론>이라는 지침서까지 만들며 모든 것을 지시 감독하려 했던 김정일의 탓이 컸다고 지적한다.

[한상언/북한영화 전문가/한상언 영화연구소 : "일종에 보면 도식주의라고 이야기해야 되겠죠. 그러니까 김정일의 예술론이 나오고 나서 김정일의 예술론에 조금이라도 위배되는 영화들이 만들어 진다면 그것은 굉장히 큰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영화를 창작하는 창작자들이 계속 보수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겁니다.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되니까 그 틀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한게 북한 영화였던 거죠."]

[김정은 서한 보도/2014년 5월, 조선중앙TV : "영화예술부문의 일꾼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은 오늘의 침체상태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고 새로운 영화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일으켜 세계영화계를뒤흔드는 뇌성을 울려야 합니다."]

지난 2014년, 모란봉 악단의 대대적인 공연과 함께 진행된 제 9차 전국 예술인대회.

김정은 위원장은 서한을 통해 영화 예술인들에게 영화산업의 침체를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했다.

[북한 드라마 ‘포성 없는 전구’/2014 : "뭐야 나에게 복무 하려면 복종하는 법부터 배워야해."]

["중좌님 여성의 인격은 남성들이 지켜주는 거랍니다. 좋아요 어디 당신 품에 안기는 거부터 배워 봅시다."]

그 뒤 방영된 대표 작품이 바로 TV 드라마 ‘포성 없는 전구’다.

2014년 방영된 이 드라마는 첩보원인 여자 주인공이 미국 병참기지로 잠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일 시기 여주인공들이 대부분 남자 주인공들의 보조 역할이었다면 ‘포성 없는 전구’의 주인공은 남성들을 제압하는 모습으로 북한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 부문에서도 변화는 감지됐다.

2016년 개봉작 ‘우리집 이야기’중학교를 갓 졸업한 여주인공이 이웃집 고아 남매를 돌보는 내용의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언니야! 언니.. (은정아...)"]

고아를 거두는 여성상은 김정일 시기에도 수없이 다뤄진 주제지만 결혼 하지 않은 어머니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젊은 배우가 대거 출연해 청소년들의 고민과 가족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소소한 생활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북한 젊은 층에 높은 호응을 얻었다.

[김 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새세대 청년의 전형을 통해서 사회주의 이상 이 무엇이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야 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 청년들에게 영화는 굉장히 친숙한 매체인데 북한 당국이 청년들에게 그에 호응하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영상콘텐츠 를 생산하지 못하다 보니까 우리집 이야기와 같은 모범을 통해서 정서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모습은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 북한 영화는 여전히 김일성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북한 영화 ‘복무의 자욱’/2016 : "우리에겐 최고 사령관 동지께서 안겨주신 자력갱생의 보검이 있습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 김정일에 충성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자강력 제일주의를 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북한 영화와 드라마를 주목해야 하는 데는 김정은 시대 북한 영화와 드라마가 조금씩이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방영된 북한 드라마 ‘소년 탐구자들’중학생들이 과학환상대회 참가를 준비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전쟁 시기 무명전사들의 육성을 되살려 우승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드라마 ‘소년 탐구자들’/2013 : "우리는 방금 전에 음파의 공진을 위치하는 실험에서 소리를 되살렸습니다!"]

다소 황당하긴 해도 북한 청소년들의 꿈과 환상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새롭다.

북한과 벨기에, 영국 세 나라가 합작해 만든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2012년 개봉한 영화는 탄광 노동자인 영미가 고소공포증과 노동계급이라는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공중곡예사의 꿈을 이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2012 : "탄광처녀, 하늘을 날겠다고 했지? (그래요.)"]

전통적인 북한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개인의 꿈과 실현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며 해외 시장 진입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합작이라고 하는 타이틀이나 명분이 주어지게 되면 새로운 어떤 변화라든가 이런 것들을 또 추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요. 내용 자체가 탄광에서 세계적인 교외배우로 성장하는 소녀의 이야기기 때문에 북한이 자랑하는 교외라고 장면들을 흥미적인 요소로 활용할 수 있었던 어떻게 보면 좀 상업적인 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는 그런 소재와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 것이고 그런 영화를 통해 가지고 북한 내에서 자연스럽게 변화의 바람이라든가 기술적인 도입도 동시에 꽤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

최근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심야에 싱가포르 시내를 둘러본 김정은 위원장.

많은 전문가들이 이 모습에서 북한의 개방개혁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북한 영화 산업 분야에서도 발현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기대감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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