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텀2지구, 정의로운 개발인가? ③ ‘쫀드기’가 지식산업?…엉터리 수요 조사

입력 2018.09.10 (18:43) 수정 2018.09.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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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부산이 긴급 점검하는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조성 사업' 이번에는 엉터리 수요 조사 내용을 짚어본다.

부산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전경부산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전경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게 '수요조사' 다. 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할 업체가 충분한가에 따라 타당성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KBS 취재 결과, 부산시가 했다는 수요 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였다.

센텀2지구 첨단산단 입주의향 업체센텀2지구 첨단산단 입주의향 업체

부산 강서구의 한 공장.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의 입주 수요 업체에 포함된 곳이다. 어떤 첨단업종인지 직접 확인해 봤다. 업체 관계자는 "초등학교 다닐 때 쫀드기 사 먹어봤을 텐데, 그런 쫀드기 만들고, 주로 식품, 과자류를 만든다"고 답했다. 옛날 과자를 주로 만드는 식품 제조공장이라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 곳을 '연구개발업'과 '의약품 제조업', 즉 '지식산업'으로 분류했다.

입주 수요 업체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업체도 찾았다. 이 업체 직원은 기자에게 도리어 '첨단업종이 뭐냐'고 되물으며, "도로 안전 시설물과 금속재 울타리 만든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제조업체를 부산시는 '첨단산업체'로 규정했다.

KBS 취재진이 센텀2지구에 입주할 의향이 있다는 업체들을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이 곳처럼 제조업인, 첨단산업으로 보기 힘든 업체들이 수두룩했다. 센텀2지구 입주의향 업체 목록을 확보해 분석했다. 금속과 전기, 기계 등 각종 제조업이 모두 '첨단산업' 업종으로 분류돼 있었다. 입주 희망 전체 면적 120만 제곱미터 중에 이런 첨단산업 면적이 90만 제곱미터로 74%를 차지한다.

KBS가 확보한 ‘센텀2지구 입주의향 업체 리스트’KBS가 확보한 ‘센텀2지구 입주의향 업체 리스트’

과연 수요 조사는 제대로 진행된 걸까.

입주의향서를 제출했다는 부산진구의 한 제조업체를 찾았다. 이 업체 직원은 "우리 회사가 이전한다는 것이냐? 아니다. 그런 계획 없다. 의향서 같은 거 제출하는 것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시 수요 조사에 따르면 이 업체는 6,600제곱미터, 그러니까 옛 평수 기준으로 2천 평을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2만 3천 제곱미터, 즉, 7천 평을 입주 희망했다는 부산관광공사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산관광공사 한 간부는 "그런 계획 전혀 없고 처음 듣는 소리다. 부산 시청 사옥으로 들어가는 계획이 우선 1순위이다. 센텀2지구로 이전한다는 계획은 전혀 없다"고 되풀이했다.

목록에 있는 업체 상당수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업체는 "여기서 센텀까지 너무 멀어서 그런 생각은 할 수도 없다. 잘못 찾아온 것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업체는 "우리가 이전할 계획이 있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이냐? 전혀 그런 계획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주 수요율은 215%. 다시 말해 전체 입주 면적이 100이라면 2배가 넘는 규모로 입주 신청이 됐다는 소리다. 부산시 산업입지과는 "여기가 서로 서로 기업들이 들어오고 싶어하기 때문에 어떤 업종인지 공개를 하기 어렵다. 경쟁적으로 들어오려고 하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입주의향서'를 공개적으로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의향서를 갖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과자 공장을 '지식산업'으로 규정하고, 업체는 알지도 못하는 가짜 입주의향서를 밀어넣는 방식으로 진행된 부산시의 입주 수요 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엉터리였다.

부산시청 부산시청

그렇다면 왜 이렇게 수요 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된 것일까. 입주의향서를 낸 것으로 돼 있는 업체들은 하나같이 '협동조합' 이야기를 했다. 한 업체는 "ㅇㅇ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이라고. 거기서 같이 추진을 하는 것이다. 조합에서 진행을 하는 것이다"고 했고, 또 한 업체는 "ㅇㅇ 협동조합에 가입만 했지, 아직 우리가 구체적으로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BS 취재 결과, 지역 중소기업 연합체 성격의 한 협동조합에서 일괄 입주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별 의견을 묻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회원사 전부를 입주의향 업체 명단에 포함시킨 것이다. 부산시와 해당 협동조합이 입주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짬짜미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우리가 부지가 모자라니까 우리도 땅을 좀 주면 안 되냐 그렇게 건의를 했다. 건의하면서 각 회원사에서 필요한 양을 이야기해 보라고 해서 그걸 받아서 전달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수요조사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 오세경 동아대 교수는 "꼭 입주하겠다는 확약서 같은 걸 받지 않는 이상, 그냥 입주 의향이 있다는 것만 가지고도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 보면 과다 계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산업단지계획 승인 고시' 심사 때 이 수요조사 자료를 주로 들여다보고 판단을 하게 된다. 주먹구구식으로 모은 자료를 정부가 좋게 봐 줄 리 만무하다. 국토교통부 전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위원이었던 최열 부산대 교수는 "입주 의향이 있다는 업체들의 적합성을 나중에 위원들이 판단한다. 맞지 않는 단순 제조업이 없는지, 공해 산업은 아닌지를 다 따진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우선 이달 말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을 끌어낸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선 둘 다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료조사 : 최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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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0 18:43:04
    • 수정2018-09-11 15:16:16
    취재K
KBS부산이 긴급 점검하는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조성 사업' 이번에는 엉터리 수요 조사 내용을 짚어본다.

부산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전경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게 '수요조사' 다. 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할 업체가 충분한가에 따라 타당성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KBS 취재 결과, 부산시가 했다는 수요 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였다.

센텀2지구 첨단산단 입주의향 업체
부산 강서구의 한 공장.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의 입주 수요 업체에 포함된 곳이다. 어떤 첨단업종인지 직접 확인해 봤다. 업체 관계자는 "초등학교 다닐 때 쫀드기 사 먹어봤을 텐데, 그런 쫀드기 만들고, 주로 식품, 과자류를 만든다"고 답했다. 옛날 과자를 주로 만드는 식품 제조공장이라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 곳을 '연구개발업'과 '의약품 제조업', 즉 '지식산업'으로 분류했다.

입주 수요 업체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업체도 찾았다. 이 업체 직원은 기자에게 도리어 '첨단업종이 뭐냐'고 되물으며, "도로 안전 시설물과 금속재 울타리 만든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제조업체를 부산시는 '첨단산업체'로 규정했다.

KBS 취재진이 센텀2지구에 입주할 의향이 있다는 업체들을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이 곳처럼 제조업인, 첨단산업으로 보기 힘든 업체들이 수두룩했다. 센텀2지구 입주의향 업체 목록을 확보해 분석했다. 금속과 전기, 기계 등 각종 제조업이 모두 '첨단산업' 업종으로 분류돼 있었다. 입주 희망 전체 면적 120만 제곱미터 중에 이런 첨단산업 면적이 90만 제곱미터로 74%를 차지한다.

KBS가 확보한 ‘센텀2지구 입주의향 업체 리스트’
과연 수요 조사는 제대로 진행된 걸까.

입주의향서를 제출했다는 부산진구의 한 제조업체를 찾았다. 이 업체 직원은 "우리 회사가 이전한다는 것이냐? 아니다. 그런 계획 없다. 의향서 같은 거 제출하는 것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시 수요 조사에 따르면 이 업체는 6,600제곱미터, 그러니까 옛 평수 기준으로 2천 평을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2만 3천 제곱미터, 즉, 7천 평을 입주 희망했다는 부산관광공사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산관광공사 한 간부는 "그런 계획 전혀 없고 처음 듣는 소리다. 부산 시청 사옥으로 들어가는 계획이 우선 1순위이다. 센텀2지구로 이전한다는 계획은 전혀 없다"고 되풀이했다.

목록에 있는 업체 상당수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업체는 "여기서 센텀까지 너무 멀어서 그런 생각은 할 수도 없다. 잘못 찾아온 것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업체는 "우리가 이전할 계획이 있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이냐? 전혀 그런 계획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주 수요율은 215%. 다시 말해 전체 입주 면적이 100이라면 2배가 넘는 규모로 입주 신청이 됐다는 소리다. 부산시 산업입지과는 "여기가 서로 서로 기업들이 들어오고 싶어하기 때문에 어떤 업종인지 공개를 하기 어렵다. 경쟁적으로 들어오려고 하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입주의향서'를 공개적으로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의향서를 갖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과자 공장을 '지식산업'으로 규정하고, 업체는 알지도 못하는 가짜 입주의향서를 밀어넣는 방식으로 진행된 부산시의 입주 수요 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엉터리였다.

부산시청
그렇다면 왜 이렇게 수요 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된 것일까. 입주의향서를 낸 것으로 돼 있는 업체들은 하나같이 '협동조합' 이야기를 했다. 한 업체는 "ㅇㅇ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이라고. 거기서 같이 추진을 하는 것이다. 조합에서 진행을 하는 것이다"고 했고, 또 한 업체는 "ㅇㅇ 협동조합에 가입만 했지, 아직 우리가 구체적으로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BS 취재 결과, 지역 중소기업 연합체 성격의 한 협동조합에서 일괄 입주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별 의견을 묻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회원사 전부를 입주의향 업체 명단에 포함시킨 것이다. 부산시와 해당 협동조합이 입주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짬짜미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우리가 부지가 모자라니까 우리도 땅을 좀 주면 안 되냐 그렇게 건의를 했다. 건의하면서 각 회원사에서 필요한 양을 이야기해 보라고 해서 그걸 받아서 전달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수요조사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 오세경 동아대 교수는 "꼭 입주하겠다는 확약서 같은 걸 받지 않는 이상, 그냥 입주 의향이 있다는 것만 가지고도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 보면 과다 계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산업단지계획 승인 고시' 심사 때 이 수요조사 자료를 주로 들여다보고 판단을 하게 된다. 주먹구구식으로 모은 자료를 정부가 좋게 봐 줄 리 만무하다. 국토교통부 전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위원이었던 최열 부산대 교수는 "입주 의향이 있다는 업체들의 적합성을 나중에 위원들이 판단한다. 맞지 않는 단순 제조업이 없는지, 공해 산업은 아닌지를 다 따진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우선 이달 말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을 끌어낸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선 둘 다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료조사 : 최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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