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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가다③] 아라온호에 몸을 실은 56명의 사람들
입력 2018.12.04 (16:09) 수정 2018.12.04 (17:00) 취재K
[남극에 가다③] 아라온호에 몸을 실은 56명의 사람들
▲ 아라온호 바깥으로 아이스 구역이 보인다.


[남극에 가다]

KBS 사회부 기획팀 막내 기자가 남극 취재기를 연재합니다. KBS 신년기획으로 추진되는 남극 취재는 80일 이상이 걸리는 장기 여정입니다. 아라온호에 탑승해 남극까지 가는 여정과 극지에서의 삶, 뉴스 리포트 속에는 담지 못하는 취재기를 디지털로 연재합니다. 앞으로 아라온호 탑승부터 남극 장보고 기지 월동대원들과 함께하는 생활, 그리고 남극의 자연환경에 대한 감상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남극 여정에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라온호를 타고 항해 중인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3화. 함께 가요. 남극에

남극으로 가는 아라온호에 함께 탄 이들은 모두 56명. 선원 30명에 취재진을 포함한 탑승객 26명이다. 남극을 향하는 목적도 제각각이다. 빙하 시추를 하러 가는 극지연구소 사람들, 해빙 강도를 측정하려는 건설기술연구원 사람들, 빙하 속 갇힌 공기를 분석할 예정인 서울대학교 연구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과제를 위해 남극으로 향한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인터뷰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

남극을 향하는 마음도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극지연구소 인턴 신분으로 아라온호에 탑승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석사 과정 이다은 씨(23)는 “연구가 잘 될까 걱정이 앞선다”며 “이번 캠프에서 혼자 여자이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지만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며 포부를 밝혔다.

보고 싶은 연인,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만큼, 마음 한편이 무겁기도 하다.

사귄 지 20일 된 여자친구를 두고 떠나는 한상영 서울대학교 빙하고기후연구실 연구원은 “남극 가는 게 먼저 결정된 뒤 만나게 됐다."며,“기다려 줄 수 있다는 말에 교제를 시작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정지웅 극지연구소 선임기술원은 남극 방문 경험만 벌써 십여 차례. 그동안 1년에 몇 개월씩은 남극에서 연구에 몰두했다. 정 선임기술원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 4학년으로 한창 정서적으로 아빠가 필요한 나이”라며 “그래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가족들이 응원해주고 있다”며 하던 일을 이어갔다.

이번 항해는 연구 항해가 아닌 기지에 필요한 물자들을 보급하고, 연구원들을 실어 나르는 보급항해이니만큼, 배 안에서 본격적인 연구 활동이 진행되진 않는다.

그래도 삼삼오오 모여, 연구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거나 평소에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곤 한다.

새벽까지 이어졌던 어느 날의 보드게임새벽까지 이어졌던 어느 날의 보드게임

아라온호를 움직이는 선원들

아라온호에는 연구자들의 작업을 돕고 안전하게 항해를 이끌어 나가는 선원들이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초 쇄빙연구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매년 극지를 오간다.

김광헌 선장(57)은 “2014년부터 아라온호를 탔다”며 “아라온호를 운항하는 선장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스 내비게이션, 자동제어장치 교육 등 다른 배와는 다른 교육들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호 일등항해사(44)는 “화물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며 “책임지고 연구장비를 안전하게 운반한다”며 역할을 강조했다.

선원들이 이탈리아 기지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선원들이 이탈리아 기지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아라온호 선원들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연구 항해를 할 때 연구 지원용 기계를 동작시키는 일이다. 바깥에서 배워 올 수 없고, 아라온호에서 먼저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만 배울 수 있다.

김태욱 갑판수(29)는 “연구항해 장비를 물에 빠뜨린 뒤 작동시켜 해수 등의 샘플을 채취하는 것도 아라온호 갑판부의 주된 업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배를 타야 하는 고된 업무지만, 극지를 가볼 수 있다는 경험과 아라온호를 이끌어나간다는 자부심이 선원들을 움직인다.

권승두 갑판수(33)는 “육지를 자주 못 밟으니까 퇴근하고 맥주 마시고, 영화관가는 소소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그래도 남극이나 북극을 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아라온호에 의사가 없다고?

원래 아라온호에는 원칙적으로 1명의 의사가 탑승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장보고 기지에 의사가 없어서 아라온호에 있던 의사가 장보고 기지로 옮겨갔다. 극지라는 특수성, 급여 수준 등의 문제로 기지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 아라온호는 의사 없이 항해 중이다. 열흘 남짓 되는 짧은 항해 동안 벌써 사고가 두 번 발생했다. 선원 한 명이 망치질을 하다 실수를 해 다리를 다쳤고, 탑승객 한 명이 문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했다.

지금은 장호근 이등항해사(30)가 의료 업무를 대신한다. 장 항해사는 봉합이나 주사 놓는 일을 할 수 있는 의료관리사 자격증이 있다. 간단한 시험과 5일 남짓한 기간의 교육을 통해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장 항해사는“현재로선 의사가 없으니, 내가 업무를 대신할 수밖에 없다”며. “원래 항해사 업무를 계속 하면서 24시간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하니 조금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 비상시를 대비해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제공한 원격 의료 장비가 있다. 화상으로 부산대학교 병원 의사와 연결할 수 있고, 소변 검사나 청진기 진찰도 가능하다.

배 안의 의료실에는 원격의료장비가 있다.배 안의 의료실에는 원격의료장비가 있다.

배 안 의료실 내부에는 항생제, 진통제 등의 약품과 누워서 링거를 맞을 수 있는 침대도 마련되어있다.

꽉 채워진 비상약꽉 채워진 비상약

이번 기사가 출고될 때쯤이면, 나는 남극 장보고 기지에 도착한다. 장보고 기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음 편부터는 장보고 기지에서의 생활에 대해 기록할 예정이다.

#남극 #아라온호 #취재기 #80일_간_남극_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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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8.12.04 (17:00)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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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온호 바깥으로 아이스 구역이 보인다.


[남극에 가다]

KBS 사회부 기획팀 막내 기자가 남극 취재기를 연재합니다. KBS 신년기획으로 추진되는 남극 취재는 80일 이상이 걸리는 장기 여정입니다. 아라온호에 탑승해 남극까지 가는 여정과 극지에서의 삶, 뉴스 리포트 속에는 담지 못하는 취재기를 디지털로 연재합니다. 앞으로 아라온호 탑승부터 남극 장보고 기지 월동대원들과 함께하는 생활, 그리고 남극의 자연환경에 대한 감상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남극 여정에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라온호를 타고 항해 중인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3화. 함께 가요. 남극에

남극으로 가는 아라온호에 함께 탄 이들은 모두 56명. 선원 30명에 취재진을 포함한 탑승객 26명이다. 남극을 향하는 목적도 제각각이다. 빙하 시추를 하러 가는 극지연구소 사람들, 해빙 강도를 측정하려는 건설기술연구원 사람들, 빙하 속 갇힌 공기를 분석할 예정인 서울대학교 연구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과제를 위해 남극으로 향한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인터뷰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

남극을 향하는 마음도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극지연구소 인턴 신분으로 아라온호에 탑승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석사 과정 이다은 씨(23)는 “연구가 잘 될까 걱정이 앞선다”며 “이번 캠프에서 혼자 여자이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지만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며 포부를 밝혔다.

보고 싶은 연인,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만큼, 마음 한편이 무겁기도 하다.

사귄 지 20일 된 여자친구를 두고 떠나는 한상영 서울대학교 빙하고기후연구실 연구원은 “남극 가는 게 먼저 결정된 뒤 만나게 됐다."며,“기다려 줄 수 있다는 말에 교제를 시작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정지웅 극지연구소 선임기술원은 남극 방문 경험만 벌써 십여 차례. 그동안 1년에 몇 개월씩은 남극에서 연구에 몰두했다. 정 선임기술원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 4학년으로 한창 정서적으로 아빠가 필요한 나이”라며 “그래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가족들이 응원해주고 있다”며 하던 일을 이어갔다.

이번 항해는 연구 항해가 아닌 기지에 필요한 물자들을 보급하고, 연구원들을 실어 나르는 보급항해이니만큼, 배 안에서 본격적인 연구 활동이 진행되진 않는다.

그래도 삼삼오오 모여, 연구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거나 평소에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곤 한다.

새벽까지 이어졌던 어느 날의 보드게임새벽까지 이어졌던 어느 날의 보드게임

아라온호를 움직이는 선원들

아라온호에는 연구자들의 작업을 돕고 안전하게 항해를 이끌어 나가는 선원들이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초 쇄빙연구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매년 극지를 오간다.

김광헌 선장(57)은 “2014년부터 아라온호를 탔다”며 “아라온호를 운항하는 선장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스 내비게이션, 자동제어장치 교육 등 다른 배와는 다른 교육들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호 일등항해사(44)는 “화물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며 “책임지고 연구장비를 안전하게 운반한다”며 역할을 강조했다.

선원들이 이탈리아 기지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선원들이 이탈리아 기지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아라온호 선원들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연구 항해를 할 때 연구 지원용 기계를 동작시키는 일이다. 바깥에서 배워 올 수 없고, 아라온호에서 먼저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만 배울 수 있다.

김태욱 갑판수(29)는 “연구항해 장비를 물에 빠뜨린 뒤 작동시켜 해수 등의 샘플을 채취하는 것도 아라온호 갑판부의 주된 업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배를 타야 하는 고된 업무지만, 극지를 가볼 수 있다는 경험과 아라온호를 이끌어나간다는 자부심이 선원들을 움직인다.

권승두 갑판수(33)는 “육지를 자주 못 밟으니까 퇴근하고 맥주 마시고, 영화관가는 소소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그래도 남극이나 북극을 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아라온호에 의사가 없다고?

원래 아라온호에는 원칙적으로 1명의 의사가 탑승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장보고 기지에 의사가 없어서 아라온호에 있던 의사가 장보고 기지로 옮겨갔다. 극지라는 특수성, 급여 수준 등의 문제로 기지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 아라온호는 의사 없이 항해 중이다. 열흘 남짓 되는 짧은 항해 동안 벌써 사고가 두 번 발생했다. 선원 한 명이 망치질을 하다 실수를 해 다리를 다쳤고, 탑승객 한 명이 문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했다.

지금은 장호근 이등항해사(30)가 의료 업무를 대신한다. 장 항해사는 봉합이나 주사 놓는 일을 할 수 있는 의료관리사 자격증이 있다. 간단한 시험과 5일 남짓한 기간의 교육을 통해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장 항해사는“현재로선 의사가 없으니, 내가 업무를 대신할 수밖에 없다”며. “원래 항해사 업무를 계속 하면서 24시간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하니 조금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 비상시를 대비해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제공한 원격 의료 장비가 있다. 화상으로 부산대학교 병원 의사와 연결할 수 있고, 소변 검사나 청진기 진찰도 가능하다.

배 안의 의료실에는 원격의료장비가 있다.배 안의 의료실에는 원격의료장비가 있다.

배 안 의료실 내부에는 항생제, 진통제 등의 약품과 누워서 링거를 맞을 수 있는 침대도 마련되어있다.

꽉 채워진 비상약꽉 채워진 비상약

이번 기사가 출고될 때쯤이면, 나는 남극 장보고 기지에 도착한다. 장보고 기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음 편부터는 장보고 기지에서의 생활에 대해 기록할 예정이다.

#남극 #아라온호 #취재기 #80일_간_남극_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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