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누구를 위한 투자인가요?”…‘석탄왕’ 수출입은행 대답은?

입력 2018.12.20 (18:27) 수정 2018.12.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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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탄 그만" "더러운 에너지를 수출하지 말라"…한국이 성토의 대상이 된 이유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석탄 투자'가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석탄 화력발전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환경단체들은 개도국의 석탄화력발전소는 느슨한 환경 규제를 받고 있어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고 말합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 국제 환경단체 시위 (폴란드 카토비체, 2018년 12월 13일)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 국제 환경단체 시위 (폴란드 카토비체, 2018년 12월 13일)

기본적으로 석탄은 연소 과정에서 초미세먼지와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데, 개도국에 지어지는 발전소는 저감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문제가 더 크다는 겁니다. 한 국가의 환경을 파괴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 피해까지 유발하는 시설에 정부가 세금을 투자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국제 금융 지원 현황 (자료 : 콜스웜)

그런데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유독 한국이 도마에 오르는 걸까요? 통계를 보겠습니다. 국제환경기구 '콜스웜'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석탄 화력발전에 가장 많은 금융 지원을 하는 나라는 중국이고, 일본과 한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은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국입니다. 링크된 자료에는 국가별로 현재 투자 규모가 나오고, 예정된 프로젝트를 반영한 미래 투자 규모까지 나옵니다. 현재 세계 3위 투자국인 한국은 예정된 금액까지 합치면 미래에는 2위로 뛰어오릅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만드는 '악당' 취급을 받는 이유입니다.

■ 석탄, 경제성도 '뚝'…한국은 역주행?

문제는 석탄이 환경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로 인식되면서, '탄소세'와 같은 환경 부담금이 늘고 있습니다. 개별 국가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석탄은 불리합니다. 결국 석탄 발전에 들어가는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나고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관기사] [앵커의 눈] 미세먼지 주범 ‘석탄 발전’이 절반…재생에너지는 ‘제자리’(2018년 10월 23일 KBS 뉴스9)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과 HSBC와 알리안츠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석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있습니다. 석탄 투자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의 석탄 투자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이 투자한 금액은 11조 원에 달합니다.

■ "누구를 위한 투자인가요?"…1위 수출입은행 불참 반쪽 된 토론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파괴하는 산업에 금융을 지원함으로써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 등 환경 단체와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 공적 금융기관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국회 토론회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공적 금융 지원 현황과 과제’ (2018년 12월 19일)국회 토론회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공적 금융 지원 현황과 과제’ (2018년 12월 19일)

기후솔루션 이소영 변호사는 한국 공적 금융기관들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가 가진 재무적, 환경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세계적인 투자 흐름 변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환경적으로 불건전할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위험한 투자"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토론회 (공석으로 남아있는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자리) 국회 토론회 (공석으로 남아있는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자리)

우리나라의 해외 석탄 화력 투자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입은행이 끝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금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무역보험공사 측은 "사회, 환경적 위험이 곧 경제적 위험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외 석탄 투자 관련 정부 정책 기조가 중단 방향으로 변경되면 따를 것"이라며 그나마 진전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수출입은행 측은 입장을 묻자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해외 석탄 투자는 OECD 환경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 "우리도 싫은 미세먼지 수출하시겠습니까?"

그린피스 활동가의 퍼포먼스 (서울 수출입은행 앞, 2018년 12월 19일)그린피스 활동가의 퍼포먼스 (서울 수출입은행 앞, 2018년 12월 19일)

그린피스 글로벌 대기오염 손민우 캠페이너는 "우리나라는 국내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해외로는 낙후된 기술의 석탄발전소를 지원하며 대기오염을 수출하고 있다"며 "이웃 나라의 대기오염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가 고통과 피해를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환경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더 나은 선택지가 있는데 '석탄 투자'를 고집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6년 뒤에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이 석탄 화력보다 더 싼 가격에 전력을 공급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연관기사]석탄발전 경제성도 갈수록 ‘뚝’…부담은 국민 몫(2018년 12월 14일 KBS 뉴스9)

지난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KBS 취재진을 만나 한국 정부에 간곡하게 호소했습니다.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가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고, 국제적 평판을 해롭게 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이런 행위들을 중단해달라고 말입니다.

앨 고어 인터뷰 영상 (2018년 12월 14일 KBS 뉴스9)앨 고어 인터뷰 영상 (2018년 12월 14일 KBS 뉴스9)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도 책임 있는 답을 내놓을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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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누구를 위한 투자인가요?”…‘석탄왕’ 수출입은행 대답은?
    • 입력 2018-12-20 18:27:01
    • 수정2018-12-20 18:34:13
    취재후·사건후
■ "석탄 그만" "더러운 에너지를 수출하지 말라"…한국이 성토의 대상이 된 이유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석탄 투자'가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석탄 화력발전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환경단체들은 개도국의 석탄화력발전소는 느슨한 환경 규제를 받고 있어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고 말합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 국제 환경단체 시위 (폴란드 카토비체, 2018년 12월 13일) 기본적으로 석탄은 연소 과정에서 초미세먼지와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데, 개도국에 지어지는 발전소는 저감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문제가 더 크다는 겁니다. 한 국가의 환경을 파괴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 피해까지 유발하는 시설에 정부가 세금을 투자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국제 금융 지원 현황 (자료 : 콜스웜) 그런데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유독 한국이 도마에 오르는 걸까요? 통계를 보겠습니다. 국제환경기구 '콜스웜'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석탄 화력발전에 가장 많은 금융 지원을 하는 나라는 중국이고, 일본과 한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은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국입니다. 링크된 자료에는 국가별로 현재 투자 규모가 나오고, 예정된 프로젝트를 반영한 미래 투자 규모까지 나옵니다. 현재 세계 3위 투자국인 한국은 예정된 금액까지 합치면 미래에는 2위로 뛰어오릅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만드는 '악당' 취급을 받는 이유입니다. ■ 석탄, 경제성도 '뚝'…한국은 역주행? 문제는 석탄이 환경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로 인식되면서, '탄소세'와 같은 환경 부담금이 늘고 있습니다. 개별 국가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석탄은 불리합니다. 결국 석탄 발전에 들어가는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나고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관기사] [앵커의 눈] 미세먼지 주범 ‘석탄 발전’이 절반…재생에너지는 ‘제자리’(2018년 10월 23일 KBS 뉴스9)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과 HSBC와 알리안츠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석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있습니다. 석탄 투자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의 석탄 투자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이 투자한 금액은 11조 원에 달합니다. ■ "누구를 위한 투자인가요?"…1위 수출입은행 불참 반쪽 된 토론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파괴하는 산업에 금융을 지원함으로써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 등 환경 단체와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 공적 금융기관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국회 토론회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공적 금융 지원 현황과 과제’ (2018년 12월 19일) 기후솔루션 이소영 변호사는 한국 공적 금융기관들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가 가진 재무적, 환경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세계적인 투자 흐름 변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환경적으로 불건전할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위험한 투자"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토론회 (공석으로 남아있는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자리) 우리나라의 해외 석탄 화력 투자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입은행이 끝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금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무역보험공사 측은 "사회, 환경적 위험이 곧 경제적 위험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외 석탄 투자 관련 정부 정책 기조가 중단 방향으로 변경되면 따를 것"이라며 그나마 진전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수출입은행 측은 입장을 묻자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해외 석탄 투자는 OECD 환경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 "우리도 싫은 미세먼지 수출하시겠습니까?" 그린피스 활동가의 퍼포먼스 (서울 수출입은행 앞, 2018년 12월 19일) 그린피스 글로벌 대기오염 손민우 캠페이너는 "우리나라는 국내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해외로는 낙후된 기술의 석탄발전소를 지원하며 대기오염을 수출하고 있다"며 "이웃 나라의 대기오염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가 고통과 피해를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환경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더 나은 선택지가 있는데 '석탄 투자'를 고집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6년 뒤에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이 석탄 화력보다 더 싼 가격에 전력을 공급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연관기사]석탄발전 경제성도 갈수록 ‘뚝’…부담은 국민 몫(2018년 12월 14일 KBS 뉴스9) 지난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KBS 취재진을 만나 한국 정부에 간곡하게 호소했습니다.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가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고, 국제적 평판을 해롭게 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이런 행위들을 중단해달라고 말입니다. 앨 고어 인터뷰 영상 (2018년 12월 14일 KBS 뉴스9)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도 책임 있는 답을 내놓을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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