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와 대통령의 리더십

입력 2019.01.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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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나온 질문이 광주형 일자리 문제였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잘 안풀리는 이유가 뭐고, 대통령이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인지를 기자가 물었더니 대통령 대답은 노사간에 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그러면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겠다였습니다.

아 이거,, 뭔가 좀 부족해 보입니다.
지금 노사간에 머리를 맞대려고 안하니까 몇 달째 지지부진한 상태로 이어지는거고,
앞으로도 잘 될 가능성 보다는 망가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이거든요.
노(민주노총)나 사(현대.기아차)나 양쪽 모두 광주형 일자리 실험이 무산된다고 해서
사실 아쉬울게 별로 없기 때문이죠.
독일의 경험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사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우리보다 먼저 시도해 성공한 나라가 독일이거든요.
2001년 독일 폭스바겐사는 '투란'이란 미니밴 모델을 새로 개발하면서 이 차를 양산할 공장을 독일이 아닌 동유럽에 세우기로 잠정 결론짓습니다.


지금이야 독일이 잘나가지만 그 당시만해도 통일 후유증으로 '유럽의 병자'로 불릴 만큼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거든요.
높은 임금으로 독일내 많은 기업들이 유행처럼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켰고 실업률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치솟았습니다.
폭스바겐 역시 신차의 가격 경쟁력을 생각해 임금이 싼 동유럽 공장을 생각했죠.
그렇지만 폭스바겐은 다른 독일 기업과는 입장이 좀 달랐거든요.
폭스바겐(국민들의 차) 이라는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이 독일국민들에게 폭스바겐은 자동차 회사 이상의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어렵다고 조국을 등지고 싼 임금만을 쫓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니 경영진 입장에선 큰 부담이었죠.
이때 폭스바겐의 노무이사였던 페터 하르츠가 노조에 '아우토5000'란 그야말로 신박한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신차인 '투란' 생산공장을 동유럽대신 독일에 세우겠다, 그리고 여기서 5000명의 노동자를 새로 채용할테니
대신 노동자들의 한달 임금을 5000마르크로 좀 낮춰달라. (그래서 아우토5000 프로젝트였습니다)
월급 5000마르크는 당시 폭스바겐 본사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30% 정도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독일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나랍니다.
같은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하는데 30% 임금 차이를 둔다는 건 독일 자동차 노조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을겁니다.
저쪽 공장에서 5000마르크 받으면 이쪽 공장도 5000마르크로 임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클테니까 말이죠.
폭스바겐 경영진의 아우토5000 제안을 노조는 거부했고, 판은 거의 깨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경영진도 아우토5000은 없었던 일로 하고 원래 계획대로 동유럽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때 나선 사람이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였습니다.


슈뢰더 총리가 보기엔 이거 독일 경제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참 좋은 모델이었거든요.
폭스바겐 본사로 직접 찾아가 경영진과 노조 양쪽을 모두 불렀습니다.

경영진에겐 폭스바겐 본사 노동자들 임금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라.
그리고 새로 세워질 아우토5000 공장에서도 임금을 낮추는 대신 차가 잘 팔리면 그 수익을 인센티브 형식으로 노동자들과 공평하게 배분하겠다 선언하라.
그리고 노조에겐 독일 청년들의 실업률을 보라, 노조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한다


고 설득했습니다.
총리가 직접 나서 설득하는데 노나 사나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주장만 할 수는 없었을겁니다.
더구나 이 과정을 지켜본 언론과 독일국민들의 노사 양쪽 모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거든요.
결국 노사 양측은 극적인 타협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아우토5000 공장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상대적으로 싼 임금을 기반으로 동급 차종에 비해 싼 가격의 'Made in Germany' 자동차가 나오니
잘 팔릴 수밖에요.


지난해 슈뢰더 총리를 만났을 때 물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총린데 폭스바겐 공장까지 직접 찾아나선건 좀 그렇지 않느냐?
슈뢰더 총리는

'당시 아우토5000 프로젝트를 독일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사회적 혁명의 아젠다로 봤다.
아무리 봐도 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데,
당시 노사 양쪽 모두 자신들의 밥그릇, 이익외에는 보려하지 않더라.
그래서 용기를 내서 직접 나섰다'


고 말했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리더쉽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광주든, 울산 현대차공장이든 직접 찾아가서 노사 양쪽을 불러놓고 담판을 지어야 풀리지 않을까요?
슈뢰더가 그랬던것처럼 말이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노동법 전문 교수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노동법 전문 교수

아우토5000 같은 경우도 결국 그것이 성사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슈뢰더라는 총리가 있었죠.
보수총리가 아니라 진보총리가 있었던 거죠. 왜냐하면 이 진보총리가 노조를 설득시킨 거예요.
지금 우리도 똑같은 문제라고 봐요.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설득시킬 주체가 누구겠냐..
따지고 보면 결국 약속을 이끌어낼 수 있는, 타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보수정부가 아니라 진보정부일 수밖에 없다 -박지순/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노동법 교수


물론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올 수도 있을겁니다. 현재 서로의 밥그릇을 조금도 뺏기지 않으려는 노사의
입장을 보면 대통령이 내려간다해도 망신만 당하고 빈손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어쩌면 더 커보입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우리 국민, 청년들이 '실패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게 있지 않을까요?
독일 국민들이 느꼈던 것처럼 말이죠.
분명한 것은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세대를 위한 실험이 아니라는겁니다.
우리의 아들, 딸, 손자, 손녀 세대를 위한 일자리 실험입니다.
다시한번 대통령의 '용기있는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연관 기사]
광주형 일자리, 소나타가 잘팔리는게 현대차 직원들만 잘해서 그런건가요?
대기업 노조는 정말 귀족일까요?

[다시보기] 시사기획 창, ‘일자리는 정의로운가’ (2018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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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형 일자리’와 대통령의 리더십
    • 입력 2019-01-11 07:05:01
    취재K
어제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나온 질문이 광주형 일자리 문제였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잘 안풀리는 이유가 뭐고, 대통령이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인지를 기자가 물었더니 대통령 대답은 노사간에 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그러면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겠다였습니다.

아 이거,, 뭔가 좀 부족해 보입니다.
지금 노사간에 머리를 맞대려고 안하니까 몇 달째 지지부진한 상태로 이어지는거고,
앞으로도 잘 될 가능성 보다는 망가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이거든요.
노(민주노총)나 사(현대.기아차)나 양쪽 모두 광주형 일자리 실험이 무산된다고 해서
사실 아쉬울게 별로 없기 때문이죠.
독일의 경험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사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우리보다 먼저 시도해 성공한 나라가 독일이거든요.
2001년 독일 폭스바겐사는 '투란'이란 미니밴 모델을 새로 개발하면서 이 차를 양산할 공장을 독일이 아닌 동유럽에 세우기로 잠정 결론짓습니다.


지금이야 독일이 잘나가지만 그 당시만해도 통일 후유증으로 '유럽의 병자'로 불릴 만큼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거든요.
높은 임금으로 독일내 많은 기업들이 유행처럼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켰고 실업률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치솟았습니다.
폭스바겐 역시 신차의 가격 경쟁력을 생각해 임금이 싼 동유럽 공장을 생각했죠.
그렇지만 폭스바겐은 다른 독일 기업과는 입장이 좀 달랐거든요.
폭스바겐(국민들의 차) 이라는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이 독일국민들에게 폭스바겐은 자동차 회사 이상의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어렵다고 조국을 등지고 싼 임금만을 쫓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니 경영진 입장에선 큰 부담이었죠.
이때 폭스바겐의 노무이사였던 페터 하르츠가 노조에 '아우토5000'란 그야말로 신박한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신차인 '투란' 생산공장을 동유럽대신 독일에 세우겠다, 그리고 여기서 5000명의 노동자를 새로 채용할테니
대신 노동자들의 한달 임금을 5000마르크로 좀 낮춰달라. (그래서 아우토5000 프로젝트였습니다)
월급 5000마르크는 당시 폭스바겐 본사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30% 정도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독일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나랍니다.
같은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하는데 30% 임금 차이를 둔다는 건 독일 자동차 노조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을겁니다.
저쪽 공장에서 5000마르크 받으면 이쪽 공장도 5000마르크로 임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클테니까 말이죠.
폭스바겐 경영진의 아우토5000 제안을 노조는 거부했고, 판은 거의 깨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경영진도 아우토5000은 없었던 일로 하고 원래 계획대로 동유럽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때 나선 사람이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였습니다.


슈뢰더 총리가 보기엔 이거 독일 경제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참 좋은 모델이었거든요.
폭스바겐 본사로 직접 찾아가 경영진과 노조 양쪽을 모두 불렀습니다.

경영진에겐 폭스바겐 본사 노동자들 임금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라.
그리고 새로 세워질 아우토5000 공장에서도 임금을 낮추는 대신 차가 잘 팔리면 그 수익을 인센티브 형식으로 노동자들과 공평하게 배분하겠다 선언하라.
그리고 노조에겐 독일 청년들의 실업률을 보라, 노조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한다


고 설득했습니다.
총리가 직접 나서 설득하는데 노나 사나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주장만 할 수는 없었을겁니다.
더구나 이 과정을 지켜본 언론과 독일국민들의 노사 양쪽 모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거든요.
결국 노사 양측은 극적인 타협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아우토5000 공장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상대적으로 싼 임금을 기반으로 동급 차종에 비해 싼 가격의 'Made in Germany' 자동차가 나오니
잘 팔릴 수밖에요.


지난해 슈뢰더 총리를 만났을 때 물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총린데 폭스바겐 공장까지 직접 찾아나선건 좀 그렇지 않느냐?
슈뢰더 총리는

'당시 아우토5000 프로젝트를 독일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사회적 혁명의 아젠다로 봤다.
아무리 봐도 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데,
당시 노사 양쪽 모두 자신들의 밥그릇, 이익외에는 보려하지 않더라.
그래서 용기를 내서 직접 나섰다'


고 말했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리더쉽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광주든, 울산 현대차공장이든 직접 찾아가서 노사 양쪽을 불러놓고 담판을 지어야 풀리지 않을까요?
슈뢰더가 그랬던것처럼 말이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노동법 전문 교수
아우토5000 같은 경우도 결국 그것이 성사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슈뢰더라는 총리가 있었죠.
보수총리가 아니라 진보총리가 있었던 거죠. 왜냐하면 이 진보총리가 노조를 설득시킨 거예요.
지금 우리도 똑같은 문제라고 봐요.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설득시킬 주체가 누구겠냐..
따지고 보면 결국 약속을 이끌어낼 수 있는, 타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보수정부가 아니라 진보정부일 수밖에 없다 -박지순/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노동법 교수


물론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올 수도 있을겁니다. 현재 서로의 밥그릇을 조금도 뺏기지 않으려는 노사의
입장을 보면 대통령이 내려간다해도 망신만 당하고 빈손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어쩌면 더 커보입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우리 국민, 청년들이 '실패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게 있지 않을까요?
독일 국민들이 느꼈던 것처럼 말이죠.
분명한 것은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세대를 위한 실험이 아니라는겁니다.
우리의 아들, 딸, 손자, 손녀 세대를 위한 일자리 실험입니다.
다시한번 대통령의 '용기있는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연관 기사]
광주형 일자리, 소나타가 잘팔리는게 현대차 직원들만 잘해서 그런건가요?
대기업 노조는 정말 귀족일까요?

[다시보기] 시사기획 창, ‘일자리는 정의로운가’ (2018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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