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0년 새 암 환자 60명”…‘소각장’이 원인?

입력 2019.01.22 (08:31) 수정 2019.01.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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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불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곳곳에서 소각장 문제가 심각한데요.

이런 곳도 있습니다.

소각장이 하나둘씩 들어서더니 전국 소각량의 1/5 가까이를 처리 중인 충북 청주의 얘기입니다.

한 마을에서 암 발병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은 소각장을 의심하고 있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충북 청주의 한 마을, 62세 견 모 씨는 8년 전 이 마을로 귀촌했습니다.

[견OO/前 마을 주민 : "2011년에 제가 많이 아팠어요. 이상하게 시골 같은 데 가면 아픈 게 없어져요. 시원해지고 답답한 게 없어지더라고요."]

마을로 이사와 텃밭도 가꾸며 재밌게 지냈다는 부부.

평화로운 귀촌 생활에 문제가 생긴 건, 건강하던 남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면서부터였습니다.

[견OO/前 마을 주민 : "처음에는 배가 아프다고 그랬어요. 대장암 검사를 했죠. 이상이 없더라고요. 우겨서 영상의학과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배에 거대한 암이 생긴 거예요."]

남편의 진단 결과는 악성림프종. 항암 치료를 거듭했지만 1년 만에 남편은 숨을 거뒀습니다,

[견OO/前 마을 주민 : "돌아가실 때까지 상세 불명 암. 이런 암은 처음 봤대요. 인체에서 생긴 자연적인 암이 아니고 강력한 세균에 바이러스라고 그 (의사) 선생님도 이야기하는 거예요."]

남편이 사망한 뒤 서류 정리를 하다가 견 씨는 한 가지 의심을 하게 됩니다.

[견OO/前 마을 주민 : "제가 어느 분한테 자료를 보내 드렸어요. 이 암은 역학조사하고 폐, 호흡기 조사하고 유해환경 조사해야 할 암이래요."]

알고 보니, 이 마을에서 암에 걸린 건 견 씨의 남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을 주민 : "우리 아저씨도 폐, 신장 쪽에 암이 생겨서 폐 쪽으로 와서 지금 치료중이시지. 우리 옆에 계신분도 백혈병이라고 했는데 그것도 암 종류 아니야. 그걸로 돌아가시고……."]

실제로 한집 건너 한집이 암일 정도로 암 발생률이 높았다는데요.

[견OO/前 마을 주민 : "저기 들어오는 첫 집이 간암, 우리 집이 림프암 그리고 후두암 두 사람하고 폐 질환하고 저 위에 직장암하고 후두암, 식도암 그렇게 지금 있는 거야."]

주민들은 그 이유로 폐기물 소각장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2000년대 들어 소각장이 생긴 후부터 공기도 나빠지고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는 주장인데요.

[마을 주민 : "냄새나고 코가 탁하고 연기가 보통 나는 게 아니야. 아침에 새까매서 문을 못 열어요."]

[마을 주민 : "공기부터가 안 좋으니까 차가 새까매요. 맨날 새까맣게 내려앉고 어떤 때는 재가 눈처럼 와서 차에 앉고……."]

이 마을을 포함해 인근 폐기물 소각시설 3곳에서 처리되는 폐기물은 하루 총 543톤.

청주시 전체로 따지면 무려 전국의 18%를 차지합니다.

[김홍석/청주시청 폐기물지도팀장 : "6군데가 있는데요. 대략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최대 허가받은 용량은 1448톤입니다.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이. 이게 전국에 똑같은 시설과 비교를 해봤을 때는 전국에서 18%쯤 이렇게 (차지)해서 좀 많다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이중 한 업체는 허용기준의 5배가 넘는 다이옥신을 배출하고 쓰레기 1만 3천톤을 과다 소각해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허가 취소 처분을 두고 청주시와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 일이 불거진 이후,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기 시작했고 잇따른 암 발생 원인으로 쓰레기 소각장이 지목되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소각장이 밀집해있는 만큼 위험도는 높다고 하는데요.

[김용대/충북대 예방의학과 교수 : "장기간 노출되면 암 발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요. 환경호르몬으로 알고 있는 그런 내분비 교란 물질 이런 것들도 다수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한 인체 영향 이런 것들도 발생할 우려가 충분히 있습니다."]

북이면 주민협의체가 소각장 인근 19개 마을을 자체 조사한 결과 소각장이 생긴 뒤 암으로 사망한 주민이 60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유민채/북이면주민협의체 사무국장 : "최근 5년에서 10년 사이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약 60명 정도 됐고요. 그중에서 폐암이 31명 정도가 됐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호흡기 질환이라든가 다른 기타 암 이런 것들도 많이 앓고 계셨고……."]

하지만 업체 측은 이런 조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소각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오염물질 배출량이라든가 농도 이런 것들은 법적 기준에 맞춰서 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암 발병이라든가 이런 것에서 저희가 지목을 받는다는 것은 저희 쪽에서는 조금 수긍하기 어려운……."]

아직까지 쓰레기 소각장과 주민들의 암 발병 원인과의 연관성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

애꿎은 주민들만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마을 주민 : "좋은 공기 속에서 살려고 왔는데 와보니까 이러니까 아저씨도 저렇게 병이 오고 이러니까 답답하지. 솔직히 말해서 저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지."]

청주시는 주민들과 협의 뒤 역학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소각장과 암발병과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기 쉽지않은 만큼 일단, 업체들에 대한 점검과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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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0년 새 암 환자 60명”…‘소각장’이 원인?
    • 입력 2019-01-22 08:37:19
    • 수정2019-01-22 08: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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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불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곳곳에서 소각장 문제가 심각한데요.

이런 곳도 있습니다.

소각장이 하나둘씩 들어서더니 전국 소각량의 1/5 가까이를 처리 중인 충북 청주의 얘기입니다.

한 마을에서 암 발병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은 소각장을 의심하고 있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충북 청주의 한 마을, 62세 견 모 씨는 8년 전 이 마을로 귀촌했습니다.

[견OO/前 마을 주민 : "2011년에 제가 많이 아팠어요. 이상하게 시골 같은 데 가면 아픈 게 없어져요. 시원해지고 답답한 게 없어지더라고요."]

마을로 이사와 텃밭도 가꾸며 재밌게 지냈다는 부부.

평화로운 귀촌 생활에 문제가 생긴 건, 건강하던 남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면서부터였습니다.

[견OO/前 마을 주민 : "처음에는 배가 아프다고 그랬어요. 대장암 검사를 했죠. 이상이 없더라고요. 우겨서 영상의학과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배에 거대한 암이 생긴 거예요."]

남편의 진단 결과는 악성림프종. 항암 치료를 거듭했지만 1년 만에 남편은 숨을 거뒀습니다,

[견OO/前 마을 주민 : "돌아가실 때까지 상세 불명 암. 이런 암은 처음 봤대요. 인체에서 생긴 자연적인 암이 아니고 강력한 세균에 바이러스라고 그 (의사) 선생님도 이야기하는 거예요."]

남편이 사망한 뒤 서류 정리를 하다가 견 씨는 한 가지 의심을 하게 됩니다.

[견OO/前 마을 주민 : "제가 어느 분한테 자료를 보내 드렸어요. 이 암은 역학조사하고 폐, 호흡기 조사하고 유해환경 조사해야 할 암이래요."]

알고 보니, 이 마을에서 암에 걸린 건 견 씨의 남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을 주민 : "우리 아저씨도 폐, 신장 쪽에 암이 생겨서 폐 쪽으로 와서 지금 치료중이시지. 우리 옆에 계신분도 백혈병이라고 했는데 그것도 암 종류 아니야. 그걸로 돌아가시고……."]

실제로 한집 건너 한집이 암일 정도로 암 발생률이 높았다는데요.

[견OO/前 마을 주민 : "저기 들어오는 첫 집이 간암, 우리 집이 림프암 그리고 후두암 두 사람하고 폐 질환하고 저 위에 직장암하고 후두암, 식도암 그렇게 지금 있는 거야."]

주민들은 그 이유로 폐기물 소각장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2000년대 들어 소각장이 생긴 후부터 공기도 나빠지고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는 주장인데요.

[마을 주민 : "냄새나고 코가 탁하고 연기가 보통 나는 게 아니야. 아침에 새까매서 문을 못 열어요."]

[마을 주민 : "공기부터가 안 좋으니까 차가 새까매요. 맨날 새까맣게 내려앉고 어떤 때는 재가 눈처럼 와서 차에 앉고……."]

이 마을을 포함해 인근 폐기물 소각시설 3곳에서 처리되는 폐기물은 하루 총 543톤.

청주시 전체로 따지면 무려 전국의 18%를 차지합니다.

[김홍석/청주시청 폐기물지도팀장 : "6군데가 있는데요. 대략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최대 허가받은 용량은 1448톤입니다.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이. 이게 전국에 똑같은 시설과 비교를 해봤을 때는 전국에서 18%쯤 이렇게 (차지)해서 좀 많다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이중 한 업체는 허용기준의 5배가 넘는 다이옥신을 배출하고 쓰레기 1만 3천톤을 과다 소각해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허가 취소 처분을 두고 청주시와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 일이 불거진 이후,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기 시작했고 잇따른 암 발생 원인으로 쓰레기 소각장이 지목되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소각장이 밀집해있는 만큼 위험도는 높다고 하는데요.

[김용대/충북대 예방의학과 교수 : "장기간 노출되면 암 발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요. 환경호르몬으로 알고 있는 그런 내분비 교란 물질 이런 것들도 다수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한 인체 영향 이런 것들도 발생할 우려가 충분히 있습니다."]

북이면 주민협의체가 소각장 인근 19개 마을을 자체 조사한 결과 소각장이 생긴 뒤 암으로 사망한 주민이 60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유민채/북이면주민협의체 사무국장 : "최근 5년에서 10년 사이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약 60명 정도 됐고요. 그중에서 폐암이 31명 정도가 됐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호흡기 질환이라든가 다른 기타 암 이런 것들도 많이 앓고 계셨고……."]

하지만 업체 측은 이런 조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소각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오염물질 배출량이라든가 농도 이런 것들은 법적 기준에 맞춰서 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암 발병이라든가 이런 것에서 저희가 지목을 받는다는 것은 저희 쪽에서는 조금 수긍하기 어려운……."]

아직까지 쓰레기 소각장과 주민들의 암 발병 원인과의 연관성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

애꿎은 주민들만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마을 주민 : "좋은 공기 속에서 살려고 왔는데 와보니까 이러니까 아저씨도 저렇게 병이 오고 이러니까 답답하지. 솔직히 말해서 저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지."]

청주시는 주민들과 협의 뒤 역학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소각장과 암발병과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기 쉽지않은 만큼 일단, 업체들에 대한 점검과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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