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모바일로’ 핀테크 시대, 노인들은 어쩌라고…

입력 2019.05.13 (21:31) 수정 2019.05.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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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인층에게 쉽지 않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은행업무인데요.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365일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이 역시 연령 계층에 따라 격차가 커, 불편과 손실도 심각합니다.

이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0대 이등노 씨가 14년 동안 이용하던 한 은행 지점입니다.

오는 20일 자로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젠 500m 더 먼 지점으로 가야 하는데 건강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등노/서울시 장충동 :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큰일났다 이거. 거리가 멀어진다는데. 건널목도 있고 위험하니까 다리도 아프고…."]

또 다른 은행 지점은 철거 공사가 한창입니다.

아직 현금인출기는 남아 있지만 공과금이라도 내야 할 일이 생기면 며칠 전부터 미리 준비하고 다녀야 합니다.

[신현만/서울시 평창동 : "은행 꼭 또 가야 할 일 같으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다른 데(지점) 이제 눈에 보이면 들어가고…."]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지점을 직접 찾는 고객이 줄어드니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내세워 지점을 축소하면서 나타난 불편입니다.

그러면 은행 지점이 얼마나 줄었나 보겠습니다.

2016년 말에 7천여 곳이었던 은행 지점, 지난해 말엔 6천7백여 곳으로 330여 곳이 폐쇄됐습니다.

5% 가까이 사라진 거죠.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한 공간에 있는 지점이 개인 고객과 기업고객 전용 두 지점으로 나뉜 곳도 많은데요.

이런 꼼수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지점 폐쇄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이 지점 폐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지점을 없애려면 대안을 만들라는 것이었는데, 이런 것까지 정부가 개입하느냐는 지적에 흐지부지됩니다.

지점은 계속 줄어들었고, 지점 대신 그나마 이용하기 쉬운 현금자동인출기도 4년 동안 만 대 이상 사라졌습니다.

은행이 지점을 줄이면서 모바일이나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라고 내몰고 있는 셈인데, 노인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20, 30대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이용률은 70, 80%를 훌쩍 뛰어넘지만, 60대는 18%대, 70대 이상은 6%대로 뚝 떨어집니다.

노령층도 물론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배우려고 노력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는 분명합니다.

노인 대상 스마트폰 교육 현장.

["설명 다시 한번 해주세요."]

배우려는 열의는 10대 못지않지만 기초적인 조작법을 익히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은서/70대 : "금방 보셨지만 진도 나가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빠르죠. 제가 볼 땐 절반 정도만 따라가신 것 같아요. 실제로 못하시는 분들 분명 있을 거예요."]

더구나 은행 앱은 메뉴가 많고, 글씨는 너무 작습니다.

[이정화/소통대학교 사무총장 : "젊은 사람들이 쓰기에도 (금융) 어플은 굉장히 복잡하게 되어 있어요. 점하나 브이 체크 하나를 못하셔서 다음 화면을 진행을 못 하고 계시는데…."]

이런데도 은행들은 수수료나 금리 혜택마저 온라인과 모바일 이용자에게만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인 13조 8천억 원의 순익을 올린 은행들, 일방적인 비용 절감 추진에 노인들의 불편과 손실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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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도 모바일로’ 핀테크 시대, 노인들은 어쩌라고…
    • 입력 2019-05-13 21:37:32
    • 수정2019-05-13 21:59:30
    뉴스 9
[앵커]

노인층에게 쉽지 않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은행업무인데요.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365일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이 역시 연령 계층에 따라 격차가 커, 불편과 손실도 심각합니다.

이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0대 이등노 씨가 14년 동안 이용하던 한 은행 지점입니다.

오는 20일 자로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젠 500m 더 먼 지점으로 가야 하는데 건강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등노/서울시 장충동 :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큰일났다 이거. 거리가 멀어진다는데. 건널목도 있고 위험하니까 다리도 아프고…."]

또 다른 은행 지점은 철거 공사가 한창입니다.

아직 현금인출기는 남아 있지만 공과금이라도 내야 할 일이 생기면 며칠 전부터 미리 준비하고 다녀야 합니다.

[신현만/서울시 평창동 : "은행 꼭 또 가야 할 일 같으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다른 데(지점) 이제 눈에 보이면 들어가고…."]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지점을 직접 찾는 고객이 줄어드니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내세워 지점을 축소하면서 나타난 불편입니다.

그러면 은행 지점이 얼마나 줄었나 보겠습니다.

2016년 말에 7천여 곳이었던 은행 지점, 지난해 말엔 6천7백여 곳으로 330여 곳이 폐쇄됐습니다.

5% 가까이 사라진 거죠.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한 공간에 있는 지점이 개인 고객과 기업고객 전용 두 지점으로 나뉜 곳도 많은데요.

이런 꼼수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지점 폐쇄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이 지점 폐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지점을 없애려면 대안을 만들라는 것이었는데, 이런 것까지 정부가 개입하느냐는 지적에 흐지부지됩니다.

지점은 계속 줄어들었고, 지점 대신 그나마 이용하기 쉬운 현금자동인출기도 4년 동안 만 대 이상 사라졌습니다.

은행이 지점을 줄이면서 모바일이나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라고 내몰고 있는 셈인데, 노인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20, 30대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이용률은 70, 80%를 훌쩍 뛰어넘지만, 60대는 18%대, 70대 이상은 6%대로 뚝 떨어집니다.

노령층도 물론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배우려고 노력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는 분명합니다.

노인 대상 스마트폰 교육 현장.

["설명 다시 한번 해주세요."]

배우려는 열의는 10대 못지않지만 기초적인 조작법을 익히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은서/70대 : "금방 보셨지만 진도 나가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빠르죠. 제가 볼 땐 절반 정도만 따라가신 것 같아요. 실제로 못하시는 분들 분명 있을 거예요."]

더구나 은행 앱은 메뉴가 많고, 글씨는 너무 작습니다.

[이정화/소통대학교 사무총장 : "젊은 사람들이 쓰기에도 (금융) 어플은 굉장히 복잡하게 되어 있어요. 점하나 브이 체크 하나를 못하셔서 다음 화면을 진행을 못 하고 계시는데…."]

이런데도 은행들은 수수료나 금리 혜택마저 온라인과 모바일 이용자에게만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인 13조 8천억 원의 순익을 올린 은행들, 일방적인 비용 절감 추진에 노인들의 불편과 손실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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