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대명사 ‘대마’를 어찌 하오리까

입력 2019.06.17 (14: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YG가 또다시 마약 파문의 한가운데 섰습니다. 그룹 아이콘 출신 비아이(본명 김한빈)가 대마와 LSD를 투약했다는 의혹이 시작이었습니다. 어김없이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고,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는 사건을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아 YG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습니다.

[연관 기사] “비아이 마약, YG 이미 알고 있었다”…양현석·양민석 동반 사퇴

"마약 진단 키트까지 구비"…가장 흔한 '대마'

YG 측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YG는 2개월에 1번씩 미국에서 <간이 마약 진단 키트>를 구매, 자체적으로 약물 반응 검사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명하려던 YG의 의도와 달리, "대체 얼마나 마약을 많이 하길래 자체 검사까지 하느냐"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진단 키트마다 검출할 수 있는 마약의 종류는 다르지만, 연예계에서 가장 흔한 마약은 '대마'입니다. 가수 싸이, 그룹 빅뱅의 GD와 탑, 그룹 슈프림팀의 이센스 등 래퍼들까지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최근 적발된 재벌 3세 마약사범들도 신종 대마인 액상 대마를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마’는 마약류나 약품의 원재료가 되는 식물이고 ‘대마초’는 말아 피우는 대마를 일컬음. 사진은 현대그룹 일가 3세가 구입해 투약한 액상대마 카트리지 등 경찰이 지난 4월 공개한 압수 물품.‘대마’는 마약류나 약품의 원재료가 되는 식물이고 ‘대마초’는 말아 피우는 대마를 일컬음. 사진은 현대그룹 일가 3세가 구입해 투약한 액상대마 카트리지 등 경찰이 지난 4월 공개한 압수 물품.

이렇듯 악명 높은 대마지만 필로폰 등의 마약에 비하면 해롭지 않다는 일부 의견도 있습니다. 기자가 만난 마약 중독자 대부분은 "대마초는 중독성이 다른 마약만큼 강한 것 같지는 않다"며 "담배, 술과 비슷한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에서 대마를 배웠다는 중독자 A는 "대마초는 식물이라 다른 약물에 비해서 안전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심각하게 마약 문제를 겪은 나라들은 대마를 합법화하는 추세입니다. 캐나다는 지난해 9월 의료용뿐 아니라 기호용 대마까지 합법화했고, 미국에도 대마 합법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소장은 "대마를 합법화하는 나라들은 이미 대마초가 심각하게 퍼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면서 "대마는 마약으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마는 '게이트 드러그'…다른 약물로 인도"

무엇보다 큰 문제는 대마가 다른 약물로 인도하는 '게이트 드러그(gate drug)'의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필로폰에 중독됐다 회복 중인 중독자B는 "알코올중독자가 맥주만 마시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B는 "대마 같이 효과가 비교적 세지 않은 '연성 마약'을 하고 나면 더 센 것을 원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비아이도 대마를 시작으로 '더 센' 환각제 LSD를 구매하려고 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나는 약물중독자입니다]② 시약기(試藥器) 비웃는 마약의 진화

"'의료용' 대마, '기호용'과 다릅니다"

'기호용' 대마 투약 문제 때문에 엉뚱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환자들입니다. 대마의 성분은 뇌전증(간질)과 말기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대마가 전면 불법이다 보니 환자 가족들은 불법을 저지르면서 대마를 밀반입해왔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국내에서도 지난 3월부터 일부 질환에 대해서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됐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통과된 후에도 사용이 극히 제한돼있고 관련법이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는 지난 1월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법률이 특정 회사의 일부 의약품만 허용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는 지난 1월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법률이 특정 회사의 일부 의약품만 허용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는 "의료용 대마를 사용할 수 있는 질병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의료용 대마'를 대체할 약물은 많다"며 "'대마'는 의료용과 기호용을 떠나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오태훈의 시사본부] ‘의료용 대마’ 합법화됐지만 약국은 딱 한 개

사실 국내 마약 '사범'에서 대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2017년 검찰 통계에 따르면, 마약사범 만 4천여 명 대부분이 향정 사범(필로폰 등)이었고, 대마 사범은 천2백 명으로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마가 마약 문제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대마가 필로폰 등 다른 마약에 비해 쉽게 구할 수 있어 접근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중독자가 아니어도, 해외에 여행 가서 대마초나 대마 오일, 대마 쿠키를 경험해 본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YG는 대마 문제를 쉬쉬하다 결국 대마에 발목을 붙잡혔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대마 등 마약 문제를 금기시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 방향을 논의해야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마약의 대명사 ‘대마’를 어찌 하오리까
    • 입력 2019-06-17 14:52:55
    취재K
YG가 또다시 마약 파문의 한가운데 섰습니다. 그룹 아이콘 출신 비아이(본명 김한빈)가 대마와 LSD를 투약했다는 의혹이 시작이었습니다. 어김없이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고,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는 사건을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아 YG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습니다.

[연관 기사] “비아이 마약, YG 이미 알고 있었다”…양현석·양민석 동반 사퇴

"마약 진단 키트까지 구비"…가장 흔한 '대마'

YG 측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YG는 2개월에 1번씩 미국에서 <간이 마약 진단 키트>를 구매, 자체적으로 약물 반응 검사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명하려던 YG의 의도와 달리, "대체 얼마나 마약을 많이 하길래 자체 검사까지 하느냐"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진단 키트마다 검출할 수 있는 마약의 종류는 다르지만, 연예계에서 가장 흔한 마약은 '대마'입니다. 가수 싸이, 그룹 빅뱅의 GD와 탑, 그룹 슈프림팀의 이센스 등 래퍼들까지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최근 적발된 재벌 3세 마약사범들도 신종 대마인 액상 대마를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마’는 마약류나 약품의 원재료가 되는 식물이고 ‘대마초’는 말아 피우는 대마를 일컬음. 사진은 현대그룹 일가 3세가 구입해 투약한 액상대마 카트리지 등 경찰이 지난 4월 공개한 압수 물품.
이렇듯 악명 높은 대마지만 필로폰 등의 마약에 비하면 해롭지 않다는 일부 의견도 있습니다. 기자가 만난 마약 중독자 대부분은 "대마초는 중독성이 다른 마약만큼 강한 것 같지는 않다"며 "담배, 술과 비슷한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에서 대마를 배웠다는 중독자 A는 "대마초는 식물이라 다른 약물에 비해서 안전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심각하게 마약 문제를 겪은 나라들은 대마를 합법화하는 추세입니다. 캐나다는 지난해 9월 의료용뿐 아니라 기호용 대마까지 합법화했고, 미국에도 대마 합법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소장은 "대마를 합법화하는 나라들은 이미 대마초가 심각하게 퍼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면서 "대마는 마약으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마는 '게이트 드러그'…다른 약물로 인도"

무엇보다 큰 문제는 대마가 다른 약물로 인도하는 '게이트 드러그(gate drug)'의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필로폰에 중독됐다 회복 중인 중독자B는 "알코올중독자가 맥주만 마시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B는 "대마 같이 효과가 비교적 세지 않은 '연성 마약'을 하고 나면 더 센 것을 원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비아이도 대마를 시작으로 '더 센' 환각제 LSD를 구매하려고 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나는 약물중독자입니다]② 시약기(試藥器) 비웃는 마약의 진화

"'의료용' 대마, '기호용'과 다릅니다"

'기호용' 대마 투약 문제 때문에 엉뚱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환자들입니다. 대마의 성분은 뇌전증(간질)과 말기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대마가 전면 불법이다 보니 환자 가족들은 불법을 저지르면서 대마를 밀반입해왔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국내에서도 지난 3월부터 일부 질환에 대해서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됐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통과된 후에도 사용이 극히 제한돼있고 관련법이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는 지난 1월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법률이 특정 회사의 일부 의약품만 허용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는 "의료용 대마를 사용할 수 있는 질병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의료용 대마'를 대체할 약물은 많다"며 "'대마'는 의료용과 기호용을 떠나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오태훈의 시사본부] ‘의료용 대마’ 합법화됐지만 약국은 딱 한 개

사실 국내 마약 '사범'에서 대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2017년 검찰 통계에 따르면, 마약사범 만 4천여 명 대부분이 향정 사범(필로폰 등)이었고, 대마 사범은 천2백 명으로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마가 마약 문제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대마가 필로폰 등 다른 마약에 비해 쉽게 구할 수 있어 접근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중독자가 아니어도, 해외에 여행 가서 대마초나 대마 오일, 대마 쿠키를 경험해 본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YG는 대마 문제를 쉬쉬하다 결국 대마에 발목을 붙잡혔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대마 등 마약 문제를 금기시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 방향을 논의해야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