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목숨 걸고 달린다

입력 2019.07.11 (20:34) 수정 2019.07.11 (21: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하경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 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키워드부터 보겠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목숨 걸고 달린다> 입니다.

누가, 어디서, 뭘 위해서 목숨을 걸고 달리는 건지 볼 건데요.

지금 보고 계신 사진은 스페인 북부에 있는 '팜플로나'시라는 곳입니다.

인구 20만 명의 이 작은 도시는 해마다 7월이 되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이맘때 열리는 '산 페르민'이라는 축제 때문입니다.

올해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데, 투우 경기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자, 여기까지 들으면 그냥 평범한 지역 축제 같죠?

아닙니다.

이 축제를 특별하게 만드는 행사가 있는데, 바로 '황소 달리기' 행사입니다.

'목숨 걸고 달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앵커]

며칠 전에 저희가 이 행사에서 부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기도 했었는데, 꽤 위험해 보이더라고요.

[기자]

네, '황소 달리기'에 참가했다가 크고 작은 부상 입은 사람들이 올해, 첫날에만 50명을 넘었습니다.

'황소 달리기'는 축제 둘째 날부터 매일 아침 진행 되는데요.

화면으로 보시죠.

중세의 좁은 골목길에 소와 사람이 뒤엉켜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목장에서 투우장까지 850m 정도 되는 골목길을 고삐 풀린 황소와 사람이 함께 달리는 겁니다.

함께 달린다기보다는 쫓겨 달린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은데요.

참가 가능 나이는 만 18세 부턴데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참가자가 한 번에 수천 명에 달할 정도로, 매해 인기가 뜨겁습니다.

문제는 말씀드린 것처럼 이 과정에서 부상자, 사망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황소에 밟히거나, 뿔에 받히는 겁니다.

[제이미 알베레즈/황소 달리기 축제 부상자 : "황소의 뿔에 목을 찔렸습니다. 뒤가 아니라 위쪽으로 찔렸는데, 만약에 뒤쪽으로 찔렸다면 저는 아마 이 자리에 없었겠죠."]

통계가 있는 1910년부터 지금까지, 황소 달리기 축제 중에 목숨 잃은 사람만 16명입니다.

[앵커]

1910년부터 집계된 사망자 수라고 하면, 이 축제의 역사도 꽤 깊겠군요.

'전통'이라고 해도 너무 위험해 보이는 게 사실인데요.

[기자]

네, '황소 달리기'는 전체 축제의 한 부분이긴 한데요.

'산 페르민' 축제 자체는 14세기부터 시작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종교 행사로 시작이 됐고요.

팜플로나 출신 주교인, '산 페르민'이 포교 활동 중에 순교한 걸 기념하는 겁니다.

'황소 달리기'는 사육장에서 투우장까지, 소를 몰고 도심을 통과한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1800년대부터 축제의 공식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피를 흘려도, '산 페르민'이 지켜줄 거라는 믿음으로 달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의미가 조금 바뀌어서요,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황소 몰이'하면, '잔인함'과 '과도한 남성성'이란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축제에 여성 참가가 허용된 게 1974년부터인데요.

지금도 참가자 대부분은 남성이고요.

현지인 보다, 미국 등 외국인 참가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왜 목숨 걸고 이 축제에 참가하는 것인지, 참가자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알렉산더 해리슨/'황소 달리기’ 참가자 : "이 축제에 벌써 10년째 오고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죠."]

[칼 부트럼/'황소 달리기' 참가자 : "아침에는 위험이라는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저녁이면 내일 어떻게 영웅이 될지를 이야기하죠."]

[앵커]

목숨 걸고 스릴을 즐긴다는 거군요.

그런데, 이 행사가 끝나면, 황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소몰이가 '투우장'까지 이어진다고 하셨잖아요?

[기자]

네, 바로 그게 이 축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사람들에 쫓겨 골목길을 내달린 황소들은 투우장에서 대부분 목숨을 잃게 됩니다.

투우사가 긴 창으로 황소를 공격하는 거죠.

투우 경기는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금지됐는데, 스페인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전통이라는 이유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 축제가 열리는 '팜플로나'시를 포함해서요.

사람 다쳐서 위험한 것 만큼이나, 이 축제 놓고 '동물 학대'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윱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시는 퍼레이드나 불꽃놀이, 콘서트 같은 축제의 다른 부분을 강화 해 나가겠다는 입장인데요.

'잔인하고 위험한' 방식을 고수하는 대신, '오늘의 스페인'을 더 잘 보여주는 축제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러기엔 이 '황소 달리기'가 너무 큰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게, 부담일 겁니다.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오늘의 픽] 목숨 걸고 달린다
    • 입력 2019-07-11 20:47:58
    • 수정2019-07-11 21:44:22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하경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 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키워드부터 보겠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목숨 걸고 달린다> 입니다.

누가, 어디서, 뭘 위해서 목숨을 걸고 달리는 건지 볼 건데요.

지금 보고 계신 사진은 스페인 북부에 있는 '팜플로나'시라는 곳입니다.

인구 20만 명의 이 작은 도시는 해마다 7월이 되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이맘때 열리는 '산 페르민'이라는 축제 때문입니다.

올해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데, 투우 경기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자, 여기까지 들으면 그냥 평범한 지역 축제 같죠?

아닙니다.

이 축제를 특별하게 만드는 행사가 있는데, 바로 '황소 달리기' 행사입니다.

'목숨 걸고 달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앵커]

며칠 전에 저희가 이 행사에서 부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기도 했었는데, 꽤 위험해 보이더라고요.

[기자]

네, '황소 달리기'에 참가했다가 크고 작은 부상 입은 사람들이 올해, 첫날에만 50명을 넘었습니다.

'황소 달리기'는 축제 둘째 날부터 매일 아침 진행 되는데요.

화면으로 보시죠.

중세의 좁은 골목길에 소와 사람이 뒤엉켜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목장에서 투우장까지 850m 정도 되는 골목길을 고삐 풀린 황소와 사람이 함께 달리는 겁니다.

함께 달린다기보다는 쫓겨 달린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은데요.

참가 가능 나이는 만 18세 부턴데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참가자가 한 번에 수천 명에 달할 정도로, 매해 인기가 뜨겁습니다.

문제는 말씀드린 것처럼 이 과정에서 부상자, 사망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황소에 밟히거나, 뿔에 받히는 겁니다.

[제이미 알베레즈/황소 달리기 축제 부상자 : "황소의 뿔에 목을 찔렸습니다. 뒤가 아니라 위쪽으로 찔렸는데, 만약에 뒤쪽으로 찔렸다면 저는 아마 이 자리에 없었겠죠."]

통계가 있는 1910년부터 지금까지, 황소 달리기 축제 중에 목숨 잃은 사람만 16명입니다.

[앵커]

1910년부터 집계된 사망자 수라고 하면, 이 축제의 역사도 꽤 깊겠군요.

'전통'이라고 해도 너무 위험해 보이는 게 사실인데요.

[기자]

네, '황소 달리기'는 전체 축제의 한 부분이긴 한데요.

'산 페르민' 축제 자체는 14세기부터 시작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종교 행사로 시작이 됐고요.

팜플로나 출신 주교인, '산 페르민'이 포교 활동 중에 순교한 걸 기념하는 겁니다.

'황소 달리기'는 사육장에서 투우장까지, 소를 몰고 도심을 통과한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1800년대부터 축제의 공식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피를 흘려도, '산 페르민'이 지켜줄 거라는 믿음으로 달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의미가 조금 바뀌어서요,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황소 몰이'하면, '잔인함'과 '과도한 남성성'이란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축제에 여성 참가가 허용된 게 1974년부터인데요.

지금도 참가자 대부분은 남성이고요.

현지인 보다, 미국 등 외국인 참가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왜 목숨 걸고 이 축제에 참가하는 것인지, 참가자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알렉산더 해리슨/'황소 달리기’ 참가자 : "이 축제에 벌써 10년째 오고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죠."]

[칼 부트럼/'황소 달리기' 참가자 : "아침에는 위험이라는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저녁이면 내일 어떻게 영웅이 될지를 이야기하죠."]

[앵커]

목숨 걸고 스릴을 즐긴다는 거군요.

그런데, 이 행사가 끝나면, 황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소몰이가 '투우장'까지 이어진다고 하셨잖아요?

[기자]

네, 바로 그게 이 축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사람들에 쫓겨 골목길을 내달린 황소들은 투우장에서 대부분 목숨을 잃게 됩니다.

투우사가 긴 창으로 황소를 공격하는 거죠.

투우 경기는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금지됐는데, 스페인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전통이라는 이유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 축제가 열리는 '팜플로나'시를 포함해서요.

사람 다쳐서 위험한 것 만큼이나, 이 축제 놓고 '동물 학대'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윱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시는 퍼레이드나 불꽃놀이, 콘서트 같은 축제의 다른 부분을 강화 해 나가겠다는 입장인데요.

'잔인하고 위험한' 방식을 고수하는 대신, '오늘의 스페인'을 더 잘 보여주는 축제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러기엔 이 '황소 달리기'가 너무 큰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게, 부담일 겁니다.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