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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분석/인사청문]② 약관의 청문회…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
입력 2019.07.25 (07:00) 수정 2019.07.31 (16:14) 데이터룸
[최초분석/인사청문]② 약관의 청문회…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
■갓 스무 살 인사청문회, 얼마나 자랐나

스무 해. 사람으로 따지면 어엿한 성인이 된 해지만, 인사청문회 제도에 꽃다발을 건넬 수 있을까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23명에게 물었습니다. 인사청문회,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했다고 봤을까요? 잘하는 부분은 도덕성 검증이었습니다. 46.2%가 손을 들어줬습니다. 못하는 부분은 59.7%가 전문성 검증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본질입니다. 도덕성과 전문성 검증의 양 날개로 후보자를 판단하자는 거죠. 과연 실제는 어땠을까요?


■약관의 인사청문회, 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

"신상털이 중심이다.", "가혹한 망신주기 때문에 인재를 얻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한 말입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청문 회의록들을 분석하면서 당혹스러웠던 지점들입니다. 한 청문후보자의 가족들은 청문회를 보다가 실신하기도 했다니, 모욕주기가 과도했던 측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상털이 중심으로만 도덕성 검증이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도덕성 검증은 고위 공직자가 되기 부적격한 도덕적 흠결이 있는 후보를 탈락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사청문회가 거듭되면서 도덕성 검증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군대, 병역, 탈세, 부동산 등" 도덕성과 연관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청문회 도입 초기 도덕성 검증은 주로 병역과 재산 문제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청문회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위장 전입이나 연구 부정, 음주 운전 이력 등으로 검증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청문 후보에 기대하는 도덕성 잣대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분석…의외로 전문성 검증이 가장 높아

"저는 정책 질의를 하겠습니다."
"정책 질의만 저는 드립니다."

청문위원들은 질문을 하기 전 "전문성 검증"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곤 합니다. 그만큼 정책 수행을 위한 검증이 인사청문회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위원들도 자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청문위원들의 질문은 도덕성/전문성/정파적 사안/사상검증/지역구민원/훈계당부의 6개 범주로 나눠 분류해봤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질문은 무엇이었을까요?


의외로 전문성 검증이 1위. 가장 많을 거라고 예상됐던 도덕성 검증 비율은 22.2%였는데 전문성 검증 비율 수치는 그 2배인 45%에 달했습니다.

■전문성 검증 집중 포화 vs 도덕성 검증 진땀 뺀 후보

후보자 별로 보면 전문성 검증이 집중된 인사청문회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였습니다. 전체 질문 가운데 86.5%가 송 후보의 정책 역량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민구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질문 10번 가운데 8번꼴로 전문성 검증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도덕성 검증이 주를 이룬 청문회도 있었습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도덕적 흠결을 지적하는 질문이 전체의 65.4%에 이르렀습니다. 또 최시중 방송통신 위원장 후보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경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도덕성 검증이 질문의 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전문성 검증 비율

각 정부의 특성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1기 내각인 만큼 인청에서도 정부 별 검증된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장관까지 청문 대상 범위가 확대된 노무현 정부에선 전문성 검증 비율이 59.4%로 가장 높았습니다. 도덕성 검증이 집중된 정권은 이명박 정부 때였습니다. 당시 내각을 통칭하던‘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논란이 인사청문회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현 정부에서는 사상과 이념 검증이 다른 정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취재진도 놀란 전문성 검증 질문…신상털이 청문회 인식과 괴리

취재진이 인사청문회의록을 분석하며 놀랐던 것은 전문성 검증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겁니다. 전문성 검증은 도덕성 검증보다 수치적으로 2배가 많습니다. 국민의 인식과는 사뭇 다른 결관데요. 이같은 모순된 인식은 먼저 청문위원들의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전문성 검증이 미흡하게 느껴진 건 질문 수준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엉터리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게 "군대에서 항문 성교를 권장하는 거냐"는 질문을 수 차례 씩 던져 듣는 이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 형태도 ‘신상털이 청문회’란 인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은 정책 관련 질문보다 이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 이슈를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청문위원도 이를 인지한 상황에서 격한 퍼포먼스를 하고 언론은 다시 이에 주목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관련 기사 525건 가운데 ‘접대’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가 11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탐사K 분석). 이는 박영선 후보에 대한 검증이 아닌 당시 쟁점이었던 김학의 동영상을 둘러싼 정치 공방에 보도가 집중됐다는 얘깁니다. 청문위원과 언론사 간 자극적 이슈몰이를 순환해 온 것이 '신상털이' 인사청문회 인식을 구축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분석방법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올해로 20년째를 맞은 인사청문회를 들여다봤습니다. 인사청문회가 ‘검증’이라는 본질에 어느 정도 충실했는지 청문회를 검증했습니다.
분석대상은 2000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사법기관(헌법재판소, 대법원)을 제외한 국무총리, 국무위원, 검찰총장, 한국방송공사 사장까지 286명, 305개 회의록입니다. 청문 질문은 도덕성/전문성/정파/사상검증/지역구민원/훈계 당부로 범주화되어 분류됐고, 이는 각 정부 1기 내각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기 내각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방대한 회의록 가운데 여야의 힘겨루기가 가장 첨예한 청문회를 우선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분석 윤지희 김명윤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 [최초분석/인사청문]② 약관의 청문회…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
    • 입력 2019.07.25 (07:00)
    • 수정 2019.07.31 (16:14)
    데이터룸
[최초분석/인사청문]② 약관의 청문회…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
■갓 스무 살 인사청문회, 얼마나 자랐나

스무 해. 사람으로 따지면 어엿한 성인이 된 해지만, 인사청문회 제도에 꽃다발을 건넬 수 있을까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23명에게 물었습니다. 인사청문회,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했다고 봤을까요? 잘하는 부분은 도덕성 검증이었습니다. 46.2%가 손을 들어줬습니다. 못하는 부분은 59.7%가 전문성 검증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본질입니다. 도덕성과 전문성 검증의 양 날개로 후보자를 판단하자는 거죠. 과연 실제는 어땠을까요?


■약관의 인사청문회, 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

"신상털이 중심이다.", "가혹한 망신주기 때문에 인재를 얻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한 말입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청문 회의록들을 분석하면서 당혹스러웠던 지점들입니다. 한 청문후보자의 가족들은 청문회를 보다가 실신하기도 했다니, 모욕주기가 과도했던 측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상털이 중심으로만 도덕성 검증이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도덕성 검증은 고위 공직자가 되기 부적격한 도덕적 흠결이 있는 후보를 탈락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사청문회가 거듭되면서 도덕성 검증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군대, 병역, 탈세, 부동산 등" 도덕성과 연관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청문회 도입 초기 도덕성 검증은 주로 병역과 재산 문제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청문회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위장 전입이나 연구 부정, 음주 운전 이력 등으로 검증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청문 후보에 기대하는 도덕성 잣대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분석…의외로 전문성 검증이 가장 높아

"저는 정책 질의를 하겠습니다."
"정책 질의만 저는 드립니다."

청문위원들은 질문을 하기 전 "전문성 검증"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곤 합니다. 그만큼 정책 수행을 위한 검증이 인사청문회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위원들도 자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청문위원들의 질문은 도덕성/전문성/정파적 사안/사상검증/지역구민원/훈계당부의 6개 범주로 나눠 분류해봤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질문은 무엇이었을까요?


의외로 전문성 검증이 1위. 가장 많을 거라고 예상됐던 도덕성 검증 비율은 22.2%였는데 전문성 검증 비율 수치는 그 2배인 45%에 달했습니다.

■전문성 검증 집중 포화 vs 도덕성 검증 진땀 뺀 후보

후보자 별로 보면 전문성 검증이 집중된 인사청문회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였습니다. 전체 질문 가운데 86.5%가 송 후보의 정책 역량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민구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질문 10번 가운데 8번꼴로 전문성 검증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도덕성 검증이 주를 이룬 청문회도 있었습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도덕적 흠결을 지적하는 질문이 전체의 65.4%에 이르렀습니다. 또 최시중 방송통신 위원장 후보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경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도덕성 검증이 질문의 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전문성 검증 비율

각 정부의 특성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1기 내각인 만큼 인청에서도 정부 별 검증된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장관까지 청문 대상 범위가 확대된 노무현 정부에선 전문성 검증 비율이 59.4%로 가장 높았습니다. 도덕성 검증이 집중된 정권은 이명박 정부 때였습니다. 당시 내각을 통칭하던‘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논란이 인사청문회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현 정부에서는 사상과 이념 검증이 다른 정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취재진도 놀란 전문성 검증 질문…신상털이 청문회 인식과 괴리

취재진이 인사청문회의록을 분석하며 놀랐던 것은 전문성 검증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겁니다. 전문성 검증은 도덕성 검증보다 수치적으로 2배가 많습니다. 국민의 인식과는 사뭇 다른 결관데요. 이같은 모순된 인식은 먼저 청문위원들의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전문성 검증이 미흡하게 느껴진 건 질문 수준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엉터리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게 "군대에서 항문 성교를 권장하는 거냐"는 질문을 수 차례 씩 던져 듣는 이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 형태도 ‘신상털이 청문회’란 인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은 정책 관련 질문보다 이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 이슈를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청문위원도 이를 인지한 상황에서 격한 퍼포먼스를 하고 언론은 다시 이에 주목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관련 기사 525건 가운데 ‘접대’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가 11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탐사K 분석). 이는 박영선 후보에 대한 검증이 아닌 당시 쟁점이었던 김학의 동영상을 둘러싼 정치 공방에 보도가 집중됐다는 얘깁니다. 청문위원과 언론사 간 자극적 이슈몰이를 순환해 온 것이 '신상털이' 인사청문회 인식을 구축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분석방법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올해로 20년째를 맞은 인사청문회를 들여다봤습니다. 인사청문회가 ‘검증’이라는 본질에 어느 정도 충실했는지 청문회를 검증했습니다.
분석대상은 2000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사법기관(헌법재판소, 대법원)을 제외한 국무총리, 국무위원, 검찰총장, 한국방송공사 사장까지 286명, 305개 회의록입니다. 청문 질문은 도덕성/전문성/정파/사상검증/지역구민원/훈계 당부로 범주화되어 분류됐고, 이는 각 정부 1기 내각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기 내각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방대한 회의록 가운데 여야의 힘겨루기가 가장 첨예한 청문회를 우선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분석 윤지희 김명윤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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