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트럼프 리스크…이번엔 ‘탄핵’

입력 2019.09.26 (08:08) 수정 2019.09.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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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입니다.

17선 경력의 베테랑,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 여러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79살 정치인의 입에서 마침내 '대통령 탄핵 조사를 개시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낸시 펠로시/美 하원의장/민주당 소속/어제 : "나는 오늘, 하원이 공식적인 탄핵조사를 추진한다는 것을 발표하며 6개의 상임위가 관련 조사를 진행시킬 것을 지시합니다."]

미국 하원의 탄핵 절차 개시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일정을 소화하던 시각,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펠로시의 이날 연설은 비장했습니다.

토머스 페인과 벤저민 프랭클린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되새기며, “안팎의 모든 적들로부터 헌법을 방어하고 지켜내야 하는 시급한 처지”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곧바로 트위터 통해 '마녀사냥' '가짜뉴스'라는 레퍼토리를 되풀이했지만 미국의 소셜미디어는 펠로시의 연설 동영상으로 뒤덮였습니다.

배우 로지 오도넬은 “고마워요 낸시 펠로시”라는 글을 올렸고, 미국 CNN는 펠로시의 도박이 시작됐다고 표현했습니다.

미국을 두 쪽 낼 수 없다는 이유로 탄핵에 신중했던 펠로시 의장이 기습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든 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문입니다.

의혹의 발단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간 전화 통화입니다.

당시 두 정상간 통화에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다고 정보기관 내부고발자가 폭로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입니다.

현재 미 민주당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 고발자 말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이 이사로 참여한 우크라이나 가스회사가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바이든 부자가 연루됐는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수사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정적인 바이든의 비리를 캐기위해 외국 정상과 직접 통화를 나누며 압박했다는 게 이번 스캔들의 요집니다.

당시 통화 녹취록의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녹취록 일부를 잠시 보시면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이 아들의 회사 기소를 중단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다" "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데, 미 법무부 장관과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다" 라고 말한 내용이 나옵니다.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겁니다.

통상적으로 미국 대통령과 외국 정상의 통화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들 참관하에 이뤄지며, 별도의 상황실 직원이 통화록을 속기하는데요,

미 언론들은 이번 녹취록이 두 정상의 모든 발언을 샅샅이 기록한 게 아니라, 보시는 것처럼 ‘…’으로 표시된 중략 부분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완전하고 삭제되지 않은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언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공개된 내용 이상의 무언가가 더 있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트럼프 대통령 조금 전 뉴욕유엔본부에서 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리하자면 "바이든 언급하며 그런 말 한 적은 있다 그러나 압력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공개된 녹취록에는 원조 중단 같은 압력성 발언이나 대가로 뭔가를 제공한다는 발언은 없습니다.

[트럼프/美 대통령 : "바이든이 했던 것과 달리, 저의 통화에서는 어떠한 거래도 없었습니다."]

마침 오늘 통화 당사자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이 있었는데요, 우크라이나 대통령, 아무도 나를 압박하지 않았고 아주 정상적인 통화였다며 트럼프를 거들었습니다.

"TV에 나오는 게 전화 통화보다 낫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지난 재임 동안 숱한 스캔들과 위협에서 살아남았던 트럼프 대통령 이번 탄핵 정국에선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시작합니다.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면 상원에서 평가합니다.

탄핵 조사는 엄밀히 말해 탄핵을 할지 말지 따지는 단계이지만 사실상 탄핵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국 역사상 탄핵이 추진됐던 대통령은 지금까지 세 명이 있었습니다.

1868년 존슨 전 대통령부터 워터게이트로 유명한 닉슨 전 대통령 또 성추문으로 얼룩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입니다.

닉슨 전 대통령만 스스로 사임했고, 나머지 두 명은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돼 대통령직을 유지했습니다.

트럼프 현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정식 착수될 경우 역대 네 번째 사례가 됩니다.

먹고 사는 문제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를 택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우리 역시 미국 정가에서 밀려올 불확실성의 파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 됐습니다.

당장의 고민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파장입니다

최근 북미 정상간 화해 제스처가 오고가는 상황에서 트럼프 탄핵이 최대 이슈가 되면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개연성이 있습니다.

역으로 이슈 덮어씌우기에 능숙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북미 협상에 오히려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번 탄핵 정국을 놓고 트럼프와 펠로시 황제와 여제의 대결이란 얘기도 들립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공개된 뒤 탄핵 찬반 여론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국 여론의 향배가 과연 누구에게로 향할지, 미국, 나아가 세계의 시선이 워싱턴 정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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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 잘 날 없는 트럼프 리스크…이번엔 ‘탄핵’
    • 입력 2019-09-26 08:09:23
    • 수정2019-09-26 1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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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입니다.

17선 경력의 베테랑,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 여러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79살 정치인의 입에서 마침내 '대통령 탄핵 조사를 개시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낸시 펠로시/美 하원의장/민주당 소속/어제 : "나는 오늘, 하원이 공식적인 탄핵조사를 추진한다는 것을 발표하며 6개의 상임위가 관련 조사를 진행시킬 것을 지시합니다."]

미국 하원의 탄핵 절차 개시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일정을 소화하던 시각,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펠로시의 이날 연설은 비장했습니다.

토머스 페인과 벤저민 프랭클린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되새기며, “안팎의 모든 적들로부터 헌법을 방어하고 지켜내야 하는 시급한 처지”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곧바로 트위터 통해 '마녀사냥' '가짜뉴스'라는 레퍼토리를 되풀이했지만 미국의 소셜미디어는 펠로시의 연설 동영상으로 뒤덮였습니다.

배우 로지 오도넬은 “고마워요 낸시 펠로시”라는 글을 올렸고, 미국 CNN는 펠로시의 도박이 시작됐다고 표현했습니다.

미국을 두 쪽 낼 수 없다는 이유로 탄핵에 신중했던 펠로시 의장이 기습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든 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문입니다.

의혹의 발단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간 전화 통화입니다.

당시 두 정상간 통화에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다고 정보기관 내부고발자가 폭로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입니다.

현재 미 민주당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 고발자 말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이 이사로 참여한 우크라이나 가스회사가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바이든 부자가 연루됐는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수사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정적인 바이든의 비리를 캐기위해 외국 정상과 직접 통화를 나누며 압박했다는 게 이번 스캔들의 요집니다.

당시 통화 녹취록의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녹취록 일부를 잠시 보시면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이 아들의 회사 기소를 중단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다" "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데, 미 법무부 장관과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다" 라고 말한 내용이 나옵니다.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겁니다.

통상적으로 미국 대통령과 외국 정상의 통화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들 참관하에 이뤄지며, 별도의 상황실 직원이 통화록을 속기하는데요,

미 언론들은 이번 녹취록이 두 정상의 모든 발언을 샅샅이 기록한 게 아니라, 보시는 것처럼 ‘…’으로 표시된 중략 부분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완전하고 삭제되지 않은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언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공개된 내용 이상의 무언가가 더 있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트럼프 대통령 조금 전 뉴욕유엔본부에서 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리하자면 "바이든 언급하며 그런 말 한 적은 있다 그러나 압력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공개된 녹취록에는 원조 중단 같은 압력성 발언이나 대가로 뭔가를 제공한다는 발언은 없습니다.

[트럼프/美 대통령 : "바이든이 했던 것과 달리, 저의 통화에서는 어떠한 거래도 없었습니다."]

마침 오늘 통화 당사자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이 있었는데요, 우크라이나 대통령, 아무도 나를 압박하지 않았고 아주 정상적인 통화였다며 트럼프를 거들었습니다.

"TV에 나오는 게 전화 통화보다 낫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지난 재임 동안 숱한 스캔들과 위협에서 살아남았던 트럼프 대통령 이번 탄핵 정국에선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시작합니다.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면 상원에서 평가합니다.

탄핵 조사는 엄밀히 말해 탄핵을 할지 말지 따지는 단계이지만 사실상 탄핵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국 역사상 탄핵이 추진됐던 대통령은 지금까지 세 명이 있었습니다.

1868년 존슨 전 대통령부터 워터게이트로 유명한 닉슨 전 대통령 또 성추문으로 얼룩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입니다.

닉슨 전 대통령만 스스로 사임했고, 나머지 두 명은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돼 대통령직을 유지했습니다.

트럼프 현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정식 착수될 경우 역대 네 번째 사례가 됩니다.

먹고 사는 문제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를 택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우리 역시 미국 정가에서 밀려올 불확실성의 파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 됐습니다.

당장의 고민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파장입니다

최근 북미 정상간 화해 제스처가 오고가는 상황에서 트럼프 탄핵이 최대 이슈가 되면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개연성이 있습니다.

역으로 이슈 덮어씌우기에 능숙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북미 협상에 오히려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번 탄핵 정국을 놓고 트럼프와 펠로시 황제와 여제의 대결이란 얘기도 들립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공개된 뒤 탄핵 찬반 여론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국 여론의 향배가 과연 누구에게로 향할지, 미국, 나아가 세계의 시선이 워싱턴 정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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