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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화성]⑤ 이유없는 악마는 없다…‘화성 여죄’가 중요한 이유
입력 2019.09.30 (07:00) 수정 2019.09.30 (07:10) 취재K
[끝나지 않은 화성]⑤
이 씨 동네 사람들, "착한 사람" 기억
연쇄살인 전 연쇄성폭행 7건 발생
범행동기 파악 위해 성장 과정 등 알아야
경찰, 이 씨의 모든 말 주목할 듯
[끝나지 않은 화성]⑤ 이유없는 악마는 없다…‘화성 여죄’가 중요한 이유
화성연쇄살인은 2006년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졌지만, 그전에는 15년이었다. 1986년 첫 피해자가 발생한 화성 사건은 2001년부터 순서대로 공소시효가 완료됐다.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한 듯 '실체적 진실 규명'을 수사 목적으로 내세웠다. 10차례 사건 가운데 유력 용의자 이 모 씨가 벌인 사건인 몇 건이고, 범행 동기는 무엇이며 다른 여죄는 없는지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을 밝혀내려면 이 씨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고, 어떻게 끔찍한 범행에 이르게 됐는지 등을 알아야 이 씨가 악마가 된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착한 사람…믿을 수 없어"

이 씨의 본적지는 화성시 태안읍 진안동이다. 현재는 태안읍은 없어졌고, 진안리는 진안동이 됐다.

농촌에 가까웠던 이 동네는 지금은 모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30여 년이나 흘러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 동네에 쭉 살아온 주민들은 이 씨를 기억하고 있다.

한 주민은 "워낙 동네에서 말수 없이 살아서 착한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딸이 이 씨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주민은 "이 씨 학교 때를 생각하면 그런 짓(연쇄살인)을 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씨가 '처제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씨를 착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무기수라도 곧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왜 안 나오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이 씨가 연쇄살인의 유력 용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씨의 '처제 살인사건' 판결문에는 이 씨의 폭력적인 성향이 나온다. 이 씨는 아내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아내의 동서가 보는 앞에서 아내를 때리는 등 과도한 구타 습관이 있었고, 한번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연쇄살인 전 화성서 연쇄성폭행

범죄 전문가들은 연쇄살인범은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살인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른 범죄를 저지르다 범행 강도가 점점 강해져 살인에 이르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살인을 한다는 얘기다.

연쇄살인 전 이 씨의 범행은 드러난 게 아직 없다. 그러나 이 씨의 범행으로 의심해볼 만한 범행이 연쇄살인 전 화성에서 있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2011년 발표한 '연쇄살인사건에 있어서 범인상 추정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화성의 연쇄성폭행을 공개했다.

논문을 보면 연쇄성폭행은 총 7건이 일어났는데, 범행 시기는 1986년 2월부터 7월까지다. 이 씨는 1986년 1월 군에서 제대했고, 연쇄살인 1차 사건은 1986년 9월에 일어났다. 이 씨 군 제대 이후부터 연쇄살인 1차 사건 사이에 연쇄성폭행이 집중된 것이다.


연쇄성폭행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범인은 키는 165cm 안팎이고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연령대는 20대 초중반이고, 인상은 날카롭다. 연쇄살인 7차 사건 이후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만든 이 씨 몽타주와 비슷하다. 몽타주에는 '나이 24~27세, 키는 165~170cm 정도, 머리는 스포츠형, 얼굴은 갸름하고 보통체격'이라고 돼 있다.

연쇄성폭행은 수법도 연쇄살인과 비슷하다. 연쇄성폭행 범인은 스타킹 등 피해자의 옷을 이용해 피해자를 결박했다. 피해자 속옷을 피해자 머리에 뒤집어씌운 건 연쇄살인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오 교수는 "오직 범인의 독특한 자기만의 성적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한 그런 서명행위를 시그니처라고 한다"며 "이런 것들을 비교 분석해 많이 일치한다면 동일범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범행 시기와 수법, 범인 인상착의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 씨가 연쇄성폭행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 범죄 후 살인에 이른다는 연쇄살인범들의 일반적 특징에도 맞다. 경찰은 연쇄성폭행 등 연쇄살인 전후 벌어진 유사 사건들을 파악 중이다.


"자백 목적 아냐…얘기 들어볼 것"

경찰이 이 씨의 여죄를 파악한다면 연쇄살인 전후 이 씨의 행적을 밝혀낼 수 있다. 아직도 범인을 알지 못하고 있는 여죄 피해자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이 씨의 자백이다. 이 씨가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진실 규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씨는 그러나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화성연쇄살인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년째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 씨는 성실한 수감 생활로 1급 모범수로 분류됐다. 무기수가 아니었다면 진작 가석방 됐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계속 모범수로 생활한다면 가석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가석방도 노려볼 수 있는 이 씨가 범행을 자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사건 직후 붙잡혀서 조사를 받는 게 아니라 30여 년이 지나 조사를 받는다는 점도 자백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20년 넘게 복역하면서 이 씨 스스로 어떤 식으로든 연쇄살인에 대한 마음 정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경찰도 무조건 자백을 받으려고 이 씨를 조사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진솔하고 진실한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경찰 조사에 3~4시간씩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많은 얘기가 오고 갈 수밖에 없는데, 경찰은 이 씨 입에서 나온 모든 말에 귀를 기울여 범죄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할 가능성이 크다. 자백 못지 않은 의미 있는 진술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오현태·김지숙·이정은 기자
  • [끝나지 않은 화성]⑤ 이유없는 악마는 없다…‘화성 여죄’가 중요한 이유
    • 입력 2019.09.30 (07:00)
    • 수정 2019.09.30 (07:10)
    취재K
[끝나지 않은 화성]⑤
이 씨 동네 사람들, "착한 사람" 기억
연쇄살인 전 연쇄성폭행 7건 발생
범행동기 파악 위해 성장 과정 등 알아야
경찰, 이 씨의 모든 말 주목할 듯
[끝나지 않은 화성]⑤ 이유없는 악마는 없다…‘화성 여죄’가 중요한 이유
화성연쇄살인은 2006년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졌지만, 그전에는 15년이었다. 1986년 첫 피해자가 발생한 화성 사건은 2001년부터 순서대로 공소시효가 완료됐다.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한 듯 '실체적 진실 규명'을 수사 목적으로 내세웠다. 10차례 사건 가운데 유력 용의자 이 모 씨가 벌인 사건인 몇 건이고, 범행 동기는 무엇이며 다른 여죄는 없는지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을 밝혀내려면 이 씨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고, 어떻게 끔찍한 범행에 이르게 됐는지 등을 알아야 이 씨가 악마가 된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착한 사람…믿을 수 없어"

이 씨의 본적지는 화성시 태안읍 진안동이다. 현재는 태안읍은 없어졌고, 진안리는 진안동이 됐다.

농촌에 가까웠던 이 동네는 지금은 모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30여 년이나 흘러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 동네에 쭉 살아온 주민들은 이 씨를 기억하고 있다.

한 주민은 "워낙 동네에서 말수 없이 살아서 착한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딸이 이 씨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주민은 "이 씨 학교 때를 생각하면 그런 짓(연쇄살인)을 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씨가 '처제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씨를 착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무기수라도 곧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왜 안 나오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이 씨가 연쇄살인의 유력 용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씨의 '처제 살인사건' 판결문에는 이 씨의 폭력적인 성향이 나온다. 이 씨는 아내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아내의 동서가 보는 앞에서 아내를 때리는 등 과도한 구타 습관이 있었고, 한번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연쇄살인 전 화성서 연쇄성폭행

범죄 전문가들은 연쇄살인범은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살인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른 범죄를 저지르다 범행 강도가 점점 강해져 살인에 이르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살인을 한다는 얘기다.

연쇄살인 전 이 씨의 범행은 드러난 게 아직 없다. 그러나 이 씨의 범행으로 의심해볼 만한 범행이 연쇄살인 전 화성에서 있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2011년 발표한 '연쇄살인사건에 있어서 범인상 추정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화성의 연쇄성폭행을 공개했다.

논문을 보면 연쇄성폭행은 총 7건이 일어났는데, 범행 시기는 1986년 2월부터 7월까지다. 이 씨는 1986년 1월 군에서 제대했고, 연쇄살인 1차 사건은 1986년 9월에 일어났다. 이 씨 군 제대 이후부터 연쇄살인 1차 사건 사이에 연쇄성폭행이 집중된 것이다.


연쇄성폭행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범인은 키는 165cm 안팎이고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연령대는 20대 초중반이고, 인상은 날카롭다. 연쇄살인 7차 사건 이후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만든 이 씨 몽타주와 비슷하다. 몽타주에는 '나이 24~27세, 키는 165~170cm 정도, 머리는 스포츠형, 얼굴은 갸름하고 보통체격'이라고 돼 있다.

연쇄성폭행은 수법도 연쇄살인과 비슷하다. 연쇄성폭행 범인은 스타킹 등 피해자의 옷을 이용해 피해자를 결박했다. 피해자 속옷을 피해자 머리에 뒤집어씌운 건 연쇄살인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오 교수는 "오직 범인의 독특한 자기만의 성적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한 그런 서명행위를 시그니처라고 한다"며 "이런 것들을 비교 분석해 많이 일치한다면 동일범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범행 시기와 수법, 범인 인상착의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 씨가 연쇄성폭행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 범죄 후 살인에 이른다는 연쇄살인범들의 일반적 특징에도 맞다. 경찰은 연쇄성폭행 등 연쇄살인 전후 벌어진 유사 사건들을 파악 중이다.


"자백 목적 아냐…얘기 들어볼 것"

경찰이 이 씨의 여죄를 파악한다면 연쇄살인 전후 이 씨의 행적을 밝혀낼 수 있다. 아직도 범인을 알지 못하고 있는 여죄 피해자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이 씨의 자백이다. 이 씨가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진실 규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씨는 그러나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화성연쇄살인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년째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 씨는 성실한 수감 생활로 1급 모범수로 분류됐다. 무기수가 아니었다면 진작 가석방 됐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계속 모범수로 생활한다면 가석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가석방도 노려볼 수 있는 이 씨가 범행을 자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사건 직후 붙잡혀서 조사를 받는 게 아니라 30여 년이 지나 조사를 받는다는 점도 자백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20년 넘게 복역하면서 이 씨 스스로 어떤 식으로든 연쇄살인에 대한 마음 정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경찰도 무조건 자백을 받으려고 이 씨를 조사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진솔하고 진실한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경찰 조사에 3~4시간씩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많은 얘기가 오고 갈 수밖에 없는데, 경찰은 이 씨 입에서 나온 모든 말에 귀를 기울여 범죄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할 가능성이 크다. 자백 못지 않은 의미 있는 진술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오현태·김지숙·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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