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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출마 때 약속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
입력 2019.10.16 (07:02) 수정 2019.10.16 (09:54) 여심야심
[여심야심] 출마 때 약속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
이해찬 대표 이후 첫 불출마 선언

21대 총선을 딱 6개월 앞두고, 민주당 현역 의원 가운데 공식적으로 - 일찌감치 전당대회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7선 이해찬 대표를 제외하고요! - 첫 총선 불출마 의원이 등장했습니다.

총선 때면 으레 등장하는 '물갈이론'의 다선·중진 의원이 아닙니다. 초선 비례대표, 민주당 이철희 의원입니다.

상임위 회의장에선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고, 당내에선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국면을 비롯한 여러 정치 협상 국면마다 전략 기획통으로 활약해 온 이철희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하는 이철희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하는 이철희 의원

여기에 시사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갖춘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국회 출입기자들에게도 큰 뉴스였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인지도를 쌓아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게 흔한 일입니다.

이철희 의원 정도면, 내년 총선 때 지역구 선거에서도 해볼만한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수도권, 부산, 경남 지역에서 그에게 "출마하라"는 러브콜이 여러 번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비례대표들은 지역구 선거에 뛰어들고, 공천을 받으려고 애를 쓰는데, 이철희 의원은 왜 불출마를 선택했을까요?

“핫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

'불출마의 변'을 살펴보기에 앞서, 문득 이 의원의 '출마의 변'은 어땠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한 종편 프로그램과 시사 토론의 패널로 유명해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입당 - 방송 활동 하기 전에 당적이 있었으니 정확히는 재입당입니다 - 합니다.

2016년 1월, 입당 기자회견2016년 1월, 입당 기자회견

이 의원은 입당 소감문에서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직관과 통찰력, 대중적 감수성이 우리 당을 새롭고 유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입 소감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이철희 의원이 그때 했던 말이 또 있습니다.

"평소 정치는 타협이고,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만이 옳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타협의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바로 이 부분. 4년 가까이 최일선에서 날 것의 정치를 경험했던 이 의원이 쿨하게 (국회에서) 사라져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요?

"향후 행보? 아무것도 정한 거 없어"

이철희 의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불출마 사유는 아래 기사로 갈음하겠습니다. 이미 어제(15일) 대부분의 언론이 자세히 다뤘으니까요.

[연관기사]
① 이철희, 21대 총선 불출마…“정치 한심한 꼴 부끄러워”
② [영상] 이철희, 내년 총선 불출마…“조국 장관 혼자 보내기 짠하다”


불출마 선언으로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 이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Q. 당에서 많이 만류했을 것 같은데?

A. 당에서 만류한 지는 오래됐다. 지역구 주겠다, 물려주겠다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Q. 뭐라고 만류하던가

A. 당장 지금 (불출마) 선언하지 말라고 뜯어말렸다.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좀 해보자.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영표 전 원내대표에게도 얘기했더니 방방 뜨더라.

내년 총선 이후 대선 때까지 정치개혁 등 할 일이 많은데 그때가 당신이 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아니냐, 그렇게도 많이 설득했고, 현역으로 있어야 당신이 원하는 뜻을 펼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했다.

Q. 그럼에도 불출마 결심한 이유는?

A. 그 말도 맞는데 우선 내가 그런 의욕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에너지도 소진된 상태고. 국회의원 아니더라도 정치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꼭 내가 국회의원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Q. 향후 행보는?

A. 아무것도 정한 게 없다. 난 뭘 정해놓고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방송은) 먹고 살려면 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방송하고 싶어서 나가는 건 아니다.

Q. 시점은 왜 지금인가, 조국 장관 사퇴가 계기인가?

A. (조 장관이) 짠한 것도 있고, 국정감사를 보면서 우리 정치에 대한 상심이라 그럴까, 환멸이 너무 깊어졌고 마침 조국 장관이 어렵게 결단하니까 나도 이쯤에서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


"본 의원은…" 대신 "저는요"

몇 달 전 다른 기자들과 함께 이철희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가리켜 '본 의원은'이라고 말하는 게 나는 너무 어색하고 싫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저는요'라고 말하면 되는데, 왜 굳이 '본 의원'이라고 해야 하냐는 겁니다.

국회에서 발언 중인 이철희 의원국회에서 발언 중인 이철희 의원

이후 상임위 회의나 국정감사장에서 이 의원이 질의하는 걸 유심히 지켜봤는데, 이 의원은 어김없이 "저는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질의를 시작했고, 그 모습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난 4월 '동물 국회'로 비유되는 패스트트랙 사태를 비롯해 최근 '조국 정국'의 극한 대립까지,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지금, 중진·다선 의원이 아닌 한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참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 [여심야심] 출마 때 약속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
    • 입력 2019.10.16 (07:02)
    • 수정 2019.10.16 (09:54)
    여심야심
[여심야심] 출마 때 약속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
이해찬 대표 이후 첫 불출마 선언

21대 총선을 딱 6개월 앞두고, 민주당 현역 의원 가운데 공식적으로 - 일찌감치 전당대회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7선 이해찬 대표를 제외하고요! - 첫 총선 불출마 의원이 등장했습니다.

총선 때면 으레 등장하는 '물갈이론'의 다선·중진 의원이 아닙니다. 초선 비례대표, 민주당 이철희 의원입니다.

상임위 회의장에선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고, 당내에선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국면을 비롯한 여러 정치 협상 국면마다 전략 기획통으로 활약해 온 이철희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하는 이철희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하는 이철희 의원

여기에 시사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갖춘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국회 출입기자들에게도 큰 뉴스였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인지도를 쌓아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게 흔한 일입니다.

이철희 의원 정도면, 내년 총선 때 지역구 선거에서도 해볼만한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수도권, 부산, 경남 지역에서 그에게 "출마하라"는 러브콜이 여러 번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비례대표들은 지역구 선거에 뛰어들고, 공천을 받으려고 애를 쓰는데, 이철희 의원은 왜 불출마를 선택했을까요?

“핫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

'불출마의 변'을 살펴보기에 앞서, 문득 이 의원의 '출마의 변'은 어땠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한 종편 프로그램과 시사 토론의 패널로 유명해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입당 - 방송 활동 하기 전에 당적이 있었으니 정확히는 재입당입니다 - 합니다.

2016년 1월, 입당 기자회견2016년 1월, 입당 기자회견

이 의원은 입당 소감문에서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직관과 통찰력, 대중적 감수성이 우리 당을 새롭고 유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입 소감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이철희 의원이 그때 했던 말이 또 있습니다.

"평소 정치는 타협이고,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만이 옳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타협의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바로 이 부분. 4년 가까이 최일선에서 날 것의 정치를 경험했던 이 의원이 쿨하게 (국회에서) 사라져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요?

"향후 행보? 아무것도 정한 거 없어"

이철희 의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불출마 사유는 아래 기사로 갈음하겠습니다. 이미 어제(15일) 대부분의 언론이 자세히 다뤘으니까요.

[연관기사]
① 이철희, 21대 총선 불출마…“정치 한심한 꼴 부끄러워”
② [영상] 이철희, 내년 총선 불출마…“조국 장관 혼자 보내기 짠하다”


불출마 선언으로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 이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Q. 당에서 많이 만류했을 것 같은데?

A. 당에서 만류한 지는 오래됐다. 지역구 주겠다, 물려주겠다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Q. 뭐라고 만류하던가

A. 당장 지금 (불출마) 선언하지 말라고 뜯어말렸다.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좀 해보자.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영표 전 원내대표에게도 얘기했더니 방방 뜨더라.

내년 총선 이후 대선 때까지 정치개혁 등 할 일이 많은데 그때가 당신이 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아니냐, 그렇게도 많이 설득했고, 현역으로 있어야 당신이 원하는 뜻을 펼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했다.

Q. 그럼에도 불출마 결심한 이유는?

A. 그 말도 맞는데 우선 내가 그런 의욕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에너지도 소진된 상태고. 국회의원 아니더라도 정치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꼭 내가 국회의원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Q. 향후 행보는?

A. 아무것도 정한 게 없다. 난 뭘 정해놓고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방송은) 먹고 살려면 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방송하고 싶어서 나가는 건 아니다.

Q. 시점은 왜 지금인가, 조국 장관 사퇴가 계기인가?

A. (조 장관이) 짠한 것도 있고, 국정감사를 보면서 우리 정치에 대한 상심이라 그럴까, 환멸이 너무 깊어졌고 마침 조국 장관이 어렵게 결단하니까 나도 이쯤에서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


"본 의원은…" 대신 "저는요"

몇 달 전 다른 기자들과 함께 이철희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가리켜 '본 의원은'이라고 말하는 게 나는 너무 어색하고 싫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저는요'라고 말하면 되는데, 왜 굳이 '본 의원'이라고 해야 하냐는 겁니다.

국회에서 발언 중인 이철희 의원국회에서 발언 중인 이철희 의원

이후 상임위 회의나 국정감사장에서 이 의원이 질의하는 걸 유심히 지켜봤는데, 이 의원은 어김없이 "저는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질의를 시작했고, 그 모습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난 4월 '동물 국회'로 비유되는 패스트트랙 사태를 비롯해 최근 '조국 정국'의 극한 대립까지,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지금, 중진·다선 의원이 아닌 한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참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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