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로 전락한 공항 신도시

입력 2003.04.29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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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국제공항 신도시가 조성된 지 2년이 되고 있지만 도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배생활을 하는 것 같다는 주민들은 비싼 고속도로 통행료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승기 기자입니다.
⊙기자: 83만평 규모의 공항 신도시.
아직 절반 가량은 빈터로 남아 도시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밤거리는 인적이 끊기고 아파트마다 불 켜진 집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김광희(인천 운서동): 겨울부터 지냈는데 한 사람 볼까말까예요.
진짜, 없어요.
그래서 무슨 이런 동네도 있나...
⊙기자: 갑자기 열이 난 네 살 소민이는 오늘도 인천의 큰 병원으로 나가야 합니다.
신도시에는 의원이 5곳 있지만 야간진료를 하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40여 분, 응급환자라도 생기면 속수무책입니다.
⊙전학수(소민 아버지): 거기에는 응급실이 없어요.
그러니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기자: 쇼핑시설도 100평 남짓한 슈퍼마켓이 유일합니다.
때문에 제대로 장을 보려면 서울이나 인천까지 비싼 통행료를 물고 나가야 합니다.
일주일분을 한꺼번에 사거나 주부들끼리 장을 대신 봐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학생들을 위한 서점조차 없습니다.
⊙기자: 책 사려면 어떻게 해요?
⊙김민지(중3 학생): 인천으로 나가야 돼요.
⊙기자: 그런데도 상가는 분양이 안 됩니다.
병원이 들어설 10층짜리 이 건물도 전체가 텅 비었습니다.
⊙김인성 (주상복합 분양관계자): 최초에 여기 오픈한 데 같은 경우는 분양이 한 4, 50% 되었고 일반적으로는 지금 한 30% 미만을 밑돌고 있어요.
⊙기자: 이 같은 현상은 비싼 공항 고속도로 통행료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합니다.
⊙노연례(인천 운서동): 공항도로만 딱 들어서면 외국 같고 딱 들어서면 여기가 완전 유배지예요.
유배생활하고 있어요, 지금.
⊙기자: 급기야 주민들이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습니다.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입니다.
⊙권용우(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 인천광역시라든가 공항측에서 부단히 노력을 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이고 10년이고 자족 기능을 갖기 어려운 도시로 남아버릴 확률이 많습니다.
⊙기자: 고속도로 통행료 공방이 2년째 계속되는 사이 공항 배후도시는 주택 대신 유흥업소부터 속속 들어서는 기형도시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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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로 전락한 공항 신도시
    • 입력 2003-04-29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인천국제공항 신도시가 조성된 지 2년이 되고 있지만 도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배생활을 하는 것 같다는 주민들은 비싼 고속도로 통행료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승기 기자입니다. ⊙기자: 83만평 규모의 공항 신도시. 아직 절반 가량은 빈터로 남아 도시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밤거리는 인적이 끊기고 아파트마다 불 켜진 집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김광희(인천 운서동): 겨울부터 지냈는데 한 사람 볼까말까예요. 진짜, 없어요. 그래서 무슨 이런 동네도 있나... ⊙기자: 갑자기 열이 난 네 살 소민이는 오늘도 인천의 큰 병원으로 나가야 합니다. 신도시에는 의원이 5곳 있지만 야간진료를 하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40여 분, 응급환자라도 생기면 속수무책입니다. ⊙전학수(소민 아버지): 거기에는 응급실이 없어요. 그러니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기자: 쇼핑시설도 100평 남짓한 슈퍼마켓이 유일합니다. 때문에 제대로 장을 보려면 서울이나 인천까지 비싼 통행료를 물고 나가야 합니다. 일주일분을 한꺼번에 사거나 주부들끼리 장을 대신 봐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학생들을 위한 서점조차 없습니다. ⊙기자: 책 사려면 어떻게 해요? ⊙김민지(중3 학생): 인천으로 나가야 돼요. ⊙기자: 그런데도 상가는 분양이 안 됩니다. 병원이 들어설 10층짜리 이 건물도 전체가 텅 비었습니다. ⊙김인성 (주상복합 분양관계자): 최초에 여기 오픈한 데 같은 경우는 분양이 한 4, 50% 되었고 일반적으로는 지금 한 30% 미만을 밑돌고 있어요. ⊙기자: 이 같은 현상은 비싼 공항 고속도로 통행료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합니다. ⊙노연례(인천 운서동): 공항도로만 딱 들어서면 외국 같고 딱 들어서면 여기가 완전 유배지예요. 유배생활하고 있어요, 지금. ⊙기자: 급기야 주민들이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습니다.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입니다. ⊙권용우(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 인천광역시라든가 공항측에서 부단히 노력을 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이고 10년이고 자족 기능을 갖기 어려운 도시로 남아버릴 확률이 많습니다. ⊙기자: 고속도로 통행료 공방이 2년째 계속되는 사이 공항 배후도시는 주택 대신 유흥업소부터 속속 들어서는 기형도시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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