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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선수 향한 악성 댓글의 악순환, “혹시 댓글 읽으시나요?”
입력 2019.12.04 (19:42) 수정 2019.12.04 (19:49) 취재후
[취재후] 선수 향한 악성 댓글의 악순환, “혹시 댓글 읽으시나요?”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스스로 삶을 내려놓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타살로 보았습니다. 악성 댓글, 혐오 표현이 그들을 궁지로 몰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악성 댓글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지금, 스포츠계는 어떨까요?

KIA 투수 홍상삼KIA 투수 홍상삼

저는 지난 주 KIA 투수 홍상삼을 만났습니다. 홍상삼은 최근 한 다큐멘터리에서 공황장애 극복기를 보여주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죠. 복합적인 이유가 쌓였겠지만, 그가 공황장애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팬들의 악성 댓글과 도 넘은 야유였습니다. 욕설과 조롱 섞인 댓글들이 그를 한동안 마운드 밖으로 내몬 셈입니다.

스포츠 기사는 연예 분야와 더불어 네이버가 클린봇 서비스, 즉 AI 기술을 이용해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겨주는 기능을 우선 시행한 분야입니다. 연예계만큼이나 댓글의 수위가 높다는 뜻이죠.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스포츠 기사를 자주 보시는 분이라면 수많은 혐오 표현을 목격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 클린봇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클린봇은 명확한 욕설만 걸러줄 뿐이라는 것입니다. 몇 개의 네이버 댓글을 예시로 들면 이렇습니다. '너 같은 게?', '퇴물', '수준 떨어지는 F등급', '인생 패배자' 같은 댓글들은 그대로 노출됩니다. 명백한 욕설이 아니기 때문이죠.

클린봇은 신고가 들어온 댓글을 토대로 학습 데이터를 갖게 되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선수들과 코치진들은 혐오 표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겁니다.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지속적인 악성 댓글 노출 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전문가를 찾아 의견을 물었습니다. 악성 댓글이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는 걸까요?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비교했습니다.

박 의사는 "악성 댓글과 같은 부정적 자극에 계속해서 노출되다 보면 재경험에 대한 두려움, 사소한 것에 겁을 먹거나 흥분하는 과각성, 불안 증세 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증상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굉장히 비슷하고요. 더욱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우울증, 공황 증상이 생길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게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신적인 초조함, 우울감을 넘어서 실제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주의 집중력, 시공간 구성 능력 등 동작성 지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논문도 있죠. 동작성 지능은 실제 운동 선수에게 굉장히 중요한 능력입니다. 이러한 기능들이 저하되면서 실제 경기력도 떨어지게 됩니다."라고 악성 댓글의 심각성을 진단했습니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악성 댓글을 통한 경기력 저하, 경기력 저하에 따른 악성 댓글이 이어지는 현상입니다.

악성 댓글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도 두 가지 제시됐습니다.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방법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회피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을 안 보고, 인터넷을 끊고 SNS를 아예 탈퇴해 기사 자체를 안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두산의 한 선수는 모든 프로야구 기사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인 적극적인 대처는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을 처벌하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경기력이나 이미지 때문에 악플러들을 훈방하거나 선처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악플러들의 심리적 특성상 악성 댓글은 계속 재발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선처하지 않고 강한 처벌로 재발을 줄이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여기에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변 친구와 가족들에게 알리는 예방법도 추천됐습니다.

이대호 프로야구 선수협회장이대호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가족들까지 심각한 정신적 피해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이대호는 "편하게 쓴 댓글이겠지만 본인과 가족들은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에 큰 감사를 드리지만, 악성 댓글을 조금만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 안 쓰셔도 스스로 더 열심히 노력할 테니 사랑으로 봐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겁니다. 경기를 보면서 마음이 격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감정의 과도한 표현들이 선수들을 궁지로 몰고갈 수 있다는 점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에겐 스쳐 지나가는 말, 내일 또 잊힐 말이지만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연관기사]
공황장애 극복 홍상삼, 새 마운드에서 산삼으로, KBS1TV 스포츠뉴스 (2019.11.27)
[영상] 악성 댓글에 멍드는 스포츠계…직접 밝히는 심정, KBS1TV 스포츠뉴스 (2019.12.03)
체육계 악성 댓글…고통은 심각! 방지책은 아직, KBS1TV 스포츠뉴스 (2019.12.03)
  • [취재후] 선수 향한 악성 댓글의 악순환, “혹시 댓글 읽으시나요?”
    • 입력 2019.12.04 (19:42)
    • 수정 2019.12.04 (19:49)
    취재후
[취재후] 선수 향한 악성 댓글의 악순환, “혹시 댓글 읽으시나요?”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스스로 삶을 내려놓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타살로 보았습니다. 악성 댓글, 혐오 표현이 그들을 궁지로 몰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악성 댓글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지금, 스포츠계는 어떨까요?

KIA 투수 홍상삼KIA 투수 홍상삼

저는 지난 주 KIA 투수 홍상삼을 만났습니다. 홍상삼은 최근 한 다큐멘터리에서 공황장애 극복기를 보여주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죠. 복합적인 이유가 쌓였겠지만, 그가 공황장애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팬들의 악성 댓글과 도 넘은 야유였습니다. 욕설과 조롱 섞인 댓글들이 그를 한동안 마운드 밖으로 내몬 셈입니다.

스포츠 기사는 연예 분야와 더불어 네이버가 클린봇 서비스, 즉 AI 기술을 이용해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겨주는 기능을 우선 시행한 분야입니다. 연예계만큼이나 댓글의 수위가 높다는 뜻이죠.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스포츠 기사를 자주 보시는 분이라면 수많은 혐오 표현을 목격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 클린봇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클린봇은 명확한 욕설만 걸러줄 뿐이라는 것입니다. 몇 개의 네이버 댓글을 예시로 들면 이렇습니다. '너 같은 게?', '퇴물', '수준 떨어지는 F등급', '인생 패배자' 같은 댓글들은 그대로 노출됩니다. 명백한 욕설이 아니기 때문이죠.

클린봇은 신고가 들어온 댓글을 토대로 학습 데이터를 갖게 되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선수들과 코치진들은 혐오 표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겁니다.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지속적인 악성 댓글 노출 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전문가를 찾아 의견을 물었습니다. 악성 댓글이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는 걸까요?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비교했습니다.

박 의사는 "악성 댓글과 같은 부정적 자극에 계속해서 노출되다 보면 재경험에 대한 두려움, 사소한 것에 겁을 먹거나 흥분하는 과각성, 불안 증세 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증상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굉장히 비슷하고요. 더욱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우울증, 공황 증상이 생길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게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신적인 초조함, 우울감을 넘어서 실제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주의 집중력, 시공간 구성 능력 등 동작성 지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논문도 있죠. 동작성 지능은 실제 운동 선수에게 굉장히 중요한 능력입니다. 이러한 기능들이 저하되면서 실제 경기력도 떨어지게 됩니다."라고 악성 댓글의 심각성을 진단했습니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악성 댓글을 통한 경기력 저하, 경기력 저하에 따른 악성 댓글이 이어지는 현상입니다.

악성 댓글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도 두 가지 제시됐습니다.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방법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회피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을 안 보고, 인터넷을 끊고 SNS를 아예 탈퇴해 기사 자체를 안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두산의 한 선수는 모든 프로야구 기사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인 적극적인 대처는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을 처벌하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경기력이나 이미지 때문에 악플러들을 훈방하거나 선처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악플러들의 심리적 특성상 악성 댓글은 계속 재발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선처하지 않고 강한 처벌로 재발을 줄이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여기에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변 친구와 가족들에게 알리는 예방법도 추천됐습니다.

이대호 프로야구 선수협회장이대호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가족들까지 심각한 정신적 피해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이대호는 "편하게 쓴 댓글이겠지만 본인과 가족들은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에 큰 감사를 드리지만, 악성 댓글을 조금만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 안 쓰셔도 스스로 더 열심히 노력할 테니 사랑으로 봐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겁니다. 경기를 보면서 마음이 격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감정의 과도한 표현들이 선수들을 궁지로 몰고갈 수 있다는 점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에겐 스쳐 지나가는 말, 내일 또 잊힐 말이지만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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