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년여론조사②] 진보는 ‘청와대’, 보수는 ‘검찰’을 가장 신뢰

입력 2020.01.01 (10:05) 수정 2020.01.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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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계약서 없이 거래한다고?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과 중고물품을 거래하며 마음 졸여본 분들 적지 않을 겁니다. 다이아몬드 거래의 메카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 47번가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천 개가 넘는 맨해튼의 보석상들은 신기한 방법으로 거래를 하는데,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면서도 계약서 없이 '악수' 하나로 거래를 합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유대인들은 이를 히브리어로 '마잘'(Ma-zal)이라고 하는데, "행운을 빕니다"라는 의미로 신뢰한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맨해튼 가의 유대인 거래상. 〈2011년 KBS 특별기획 ‘사회적 자본’ 화면〉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맨해튼 가의 유대인 거래상. 〈2011년 KBS 특별기획 ‘사회적 자본’ 화면〉

신뢰에 기반한 유대인 보석상들의 오랜 거래 전통, 이는 신뢰가 없을 때 필요한 각종 거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 줍니다. 다만 한 번 신뢰를 잃게 되면 그 보석상은 영원히 거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뢰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이상의 가치와 효율성을 지닙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병연 교수팀의 연구 결과 한국의 사회신뢰도가 북유럽 국가수준으로 향상되면 경제성장률이 1.5%p 상승해 현재 2%대인 경제성장률을 4%대로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를 사회학적 용어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부르는데, 신뢰는 분명한 자본입니다.


당신은 우리 사회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론이 길었습니다. KBS가 신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여러 결과 가운데 신뢰 부분을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에 대한 문항에 '믿을 수 있다'(매우 믿을 수 있다 1.6%, 믿을만한 편이다 20.7%)는 응답은 22.2%(합산치는 각 응답 비율의 소수점 두 번째 자리를 합산 후 반올림)였습니다. '믿을 수 없다'(전혀 믿을 수 없다 11.9%, 믿을만하지 않은 편이다 24.2%)는 응답은 36.1%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1명은 우리 사회를 전혀 믿을 수 없다고 평가하며 극도의 불신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내 가족 뿐"

사람에 대한 신뢰 수준을 물어봤습니다. 전혀 신뢰할 수 없다 0점, 보통은 5점,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 10점의 11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습니다.

조사 결과 가족에 대한 신뢰점수는 8.7점, 이웃에 대한 신뢰는 5.8점,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신뢰점수는 3.7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가족에 대한 신뢰가 높았는데 다소 특징적인 부분은 가구소득 월 2백만 원 미만 응답자의 가족 신뢰점수는 7.7점으로 월 5백~7백만 원 가구소득의 가족 신뢰점수 9.2점보다 1.5점 낮았습니다. 소득 하위 가구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족을 덜 믿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을 어떻게 믿어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신뢰점수 3.7점을 조금 더 살펴보면,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면서 0점을 준 응답자는 18.5%로 5명 가운데 1명꼴이었습니다. 보통인 5점을 준 응답자는 38.8%였고, 5점 미만 즉 보통 미만의 점수를 준 응답자는 0점 응답자를 포함해 46.2%로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보통 이상의 점수를 준 사람은 12.7%로 10명 중 1명 정도에 그쳤고,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면서 10점 만점을 준 응답자는 1.6%로 100명 중 1명에 불과했습니다.


국가·사회 기관 불신 톱3 불명예는 '국회·언론·검찰'

사람에 대한 신뢰수준에 이어 국가 및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수준도 물어봤습니다.

청와대가 4.6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부부처(행정부) 4.4점, 경찰 4.2점, 법원 3.8점, 검찰 3.7점, 언론 3.1점, 국회 2.7점 순이었습니다.

10점 만점에 보통 점수가 5점인데, 보통 수준의 신뢰를 받은 기관은 조사 대상 기관 중에 한 곳도 없었습니다. 특히 언론과 국회는 앞서 봤던 '처음 만난 사람'(3.7점)보다도 신뢰 점수가 낮았고, 검찰은 같았습니다. 신뢰가 바탕이어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낙제에 가까운 신뢰도를 보인 것입니다.


진보는 청와대, 보수는 검찰…이념 성향에 따라 엇갈린 신뢰

특징적인 부분은 자신의 이념성향을 진보 혹은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의 기관별 신뢰도가 차이가 났다는 점입니다.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은 청와대에 평균 6.0점의 신뢰를 보이며 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검찰에 대해서는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2.5점의 신뢰점수를 줬습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응답자들은 검찰에 평균 4.9점의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청와대에 대해서는 5등인 3.6점을 줬고, 이어 언론 3.4점, 국회 2.9점을 줬습니다.


가족 빼고는 믿을 데 없는 한국사회…2020년은?

앞부분에서 사회적 자본의 근간인 신뢰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가족' 외에 딱히 없었습니다.

국회에 대한 불신은 법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검찰 불신은 공정한 법 집행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겁니다. 언론 불신 역시 뉴스를 믿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할 겁니다. 모두 직간접적인 비용 증가와 비효율,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불신의 원인제공을 각 기관이 했다는 것은 뼈아픈 부분입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 24, 26일 사흘간 유무선 결합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전화 면접을 실시했고, 응답률은 12.2%(7,224명과 통화해 1,000명이 응답 완료)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입니다.

[연관기사] [KBS 신년여론조사①] 행복은 ‘소득순’…남성은 ‘공정’, 여성은 ‘안전’ 원해

※이번 조사는 정당지지도 등의 조사가 없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 의무 및 자체 공표 의무가 없는 여론조사입니다. 다만 정확한 정보제공과 알권리 보장을 위해 질문지와 결과표를 첨부파일로 함께 제공합니다.

☞ [KBS-한국리서치] 2020 신년기획 여론조사 결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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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신년여론조사②] 진보는 ‘청와대’, 보수는 ‘검찰’을 가장 신뢰
    • 입력 2020-01-01 10:05:01
    • 수정2020-01-13 14:13:46
    취재K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계약서 없이 거래한다고?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과 중고물품을 거래하며 마음 졸여본 분들 적지 않을 겁니다. 다이아몬드 거래의 메카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 47번가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천 개가 넘는 맨해튼의 보석상들은 신기한 방법으로 거래를 하는데,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면서도 계약서 없이 '악수' 하나로 거래를 합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유대인들은 이를 히브리어로 '마잘'(Ma-zal)이라고 하는데, "행운을 빕니다"라는 의미로 신뢰한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맨해튼 가의 유대인 거래상. 〈2011년 KBS 특별기획 ‘사회적 자본’ 화면〉 신뢰에 기반한 유대인 보석상들의 오랜 거래 전통, 이는 신뢰가 없을 때 필요한 각종 거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 줍니다. 다만 한 번 신뢰를 잃게 되면 그 보석상은 영원히 거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뢰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이상의 가치와 효율성을 지닙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병연 교수팀의 연구 결과 한국의 사회신뢰도가 북유럽 국가수준으로 향상되면 경제성장률이 1.5%p 상승해 현재 2%대인 경제성장률을 4%대로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를 사회학적 용어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부르는데, 신뢰는 분명한 자본입니다. 당신은 우리 사회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론이 길었습니다. KBS가 신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여러 결과 가운데 신뢰 부분을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에 대한 문항에 '믿을 수 있다'(매우 믿을 수 있다 1.6%, 믿을만한 편이다 20.7%)는 응답은 22.2%(합산치는 각 응답 비율의 소수점 두 번째 자리를 합산 후 반올림)였습니다. '믿을 수 없다'(전혀 믿을 수 없다 11.9%, 믿을만하지 않은 편이다 24.2%)는 응답은 36.1%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1명은 우리 사회를 전혀 믿을 수 없다고 평가하며 극도의 불신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내 가족 뿐" 사람에 대한 신뢰 수준을 물어봤습니다. 전혀 신뢰할 수 없다 0점, 보통은 5점,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 10점의 11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습니다. 조사 결과 가족에 대한 신뢰점수는 8.7점, 이웃에 대한 신뢰는 5.8점,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신뢰점수는 3.7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가족에 대한 신뢰가 높았는데 다소 특징적인 부분은 가구소득 월 2백만 원 미만 응답자의 가족 신뢰점수는 7.7점으로 월 5백~7백만 원 가구소득의 가족 신뢰점수 9.2점보다 1.5점 낮았습니다. 소득 하위 가구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족을 덜 믿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을 어떻게 믿어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신뢰점수 3.7점을 조금 더 살펴보면,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면서 0점을 준 응답자는 18.5%로 5명 가운데 1명꼴이었습니다. 보통인 5점을 준 응답자는 38.8%였고, 5점 미만 즉 보통 미만의 점수를 준 응답자는 0점 응답자를 포함해 46.2%로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보통 이상의 점수를 준 사람은 12.7%로 10명 중 1명 정도에 그쳤고,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면서 10점 만점을 준 응답자는 1.6%로 100명 중 1명에 불과했습니다. 국가·사회 기관 불신 톱3 불명예는 '국회·언론·검찰' 사람에 대한 신뢰수준에 이어 국가 및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수준도 물어봤습니다. 청와대가 4.6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부부처(행정부) 4.4점, 경찰 4.2점, 법원 3.8점, 검찰 3.7점, 언론 3.1점, 국회 2.7점 순이었습니다. 10점 만점에 보통 점수가 5점인데, 보통 수준의 신뢰를 받은 기관은 조사 대상 기관 중에 한 곳도 없었습니다. 특히 언론과 국회는 앞서 봤던 '처음 만난 사람'(3.7점)보다도 신뢰 점수가 낮았고, 검찰은 같았습니다. 신뢰가 바탕이어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낙제에 가까운 신뢰도를 보인 것입니다. 진보는 청와대, 보수는 검찰…이념 성향에 따라 엇갈린 신뢰 특징적인 부분은 자신의 이념성향을 진보 혹은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의 기관별 신뢰도가 차이가 났다는 점입니다.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은 청와대에 평균 6.0점의 신뢰를 보이며 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검찰에 대해서는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2.5점의 신뢰점수를 줬습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응답자들은 검찰에 평균 4.9점의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청와대에 대해서는 5등인 3.6점을 줬고, 이어 언론 3.4점, 국회 2.9점을 줬습니다. 가족 빼고는 믿을 데 없는 한국사회…2020년은? 앞부분에서 사회적 자본의 근간인 신뢰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가족' 외에 딱히 없었습니다. 국회에 대한 불신은 법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검찰 불신은 공정한 법 집행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겁니다. 언론 불신 역시 뉴스를 믿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할 겁니다. 모두 직간접적인 비용 증가와 비효율,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불신의 원인제공을 각 기관이 했다는 것은 뼈아픈 부분입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 24, 26일 사흘간 유무선 결합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전화 면접을 실시했고, 응답률은 12.2%(7,224명과 통화해 1,000명이 응답 완료)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입니다. [연관기사] [KBS 신년여론조사①] 행복은 ‘소득순’…남성은 ‘공정’, 여성은 ‘안전’ 원해 ※이번 조사는 정당지지도 등의 조사가 없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 의무 및 자체 공표 의무가 없는 여론조사입니다. 다만 정확한 정보제공과 알권리 보장을 위해 질문지와 결과표를 첨부파일로 함께 제공합니다. ☞ [KBS-한국리서치] 2020 신년기획 여론조사 결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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