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젊고 건강해도…‘사이토카인 폭풍’ 변수

입력 2020.03.23 (08:18) 수정 2020.03.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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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한류에 다시 불을 지핀 드라마 '태양의 후예'입니다.

군의관과 의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극 중에선 의학 용어가 자주 등장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윤명주 중위가 가상의 바이러스 M3에 감염됐을 때였죠, 대사 중 '면역 폭풍'이란 용어가 나옵니다.

[강모연 : "결국 걱정하던 상황이 시작됐어요."]

[동료의사 : "면역과잉군?"]

[강모연 : "네 면역폭풍이요."]

강모연의 말대로 고열 등을 동반한 면역 폭풍이 나타나고 윤 중위는 바이러스와 한바탕 사투를 치릅니다.

이들이 말한 '면역 폭풍' 요즘 코로나 19 국면의 뇌관으로 떠오른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을 가리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대구의 26살 남성, 이 젊은 확진자가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위독하다는 보건 당국의 발표가 나오면서 대체 이게 무슨 반응이냐 궁금해 하는 분들 많으신데요.

사이토카인 폭풍, 한마디로 면역 과잉 반응을 뜻합니다.

우리 몸 안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오면 몸 속의 세포는 이를 즉각 '적'으로 간주해 다양한 면역 물질을 쏘며 맹렬하게 공격하는데, 사이토카인은 바로 이 면역 물질, 즉 우리 몸이 외부 병원체와 싸우기 위해 쏘는 일종의 '실탄'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총알(사이토카인)이 실제 위험보다 월등히 많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면 문제가 됩니다.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만 '정밀 타격'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우군 즉 심장 폐 콩팥 간 등 다른 장기까지 쓰러뜨리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몸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의 힘이 1이면 면역력도 1로 대응해야 하는데, 10의 힘으로 너무 열심히 싸워 다른 장기까지 다치게 하는 것이죠.

고열과 내출혈 등을 동반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 체계가 강한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령층 환자의 경우 면역세포가 노화해 바이러스에 압도되는 건데, 젊고 건강한 사람은 과한 면역반응으로 되레 사이토카인이 많이 나와 바이러스와 함께 정상조직까지 죽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린 대구의 26살 확진자도 기저 질환이 있다고는 합니다만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건강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재갑/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는 바이러스다 보니까 오히려 극심한 면역반응이 역효과로 나타나, 기존의 폐 손상을 악화시키거나 심장 기능을 떨어뜨린다거나 전신의 여러 장기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비슷한 상황들이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21세의 건강한 남성 축구팀 코치가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사망했고 중국에서는 감염 후 중증이 된 환자의 41%가 50세 미만 비교적 젊은 층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젊은이들, 당신들은 천하무적(invincible)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가 노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이지만 젊은 사람들이라고 살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젊고 건강하면 코로나19 에서 안전할 거란 믿음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20대(20~29세)는 전체의 27.33%로 가장 많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발표한 것도 젊은 층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달 5일까지 운영 중단을 강력 권고한 유흥시설에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클럽·유흥주점 등이 포함됐습니다.

아직 의학적으로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사이토카인 폭풍 자체를 치료하는 특효약은 없다"며 지금은 젊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한없이 겸손해질 때"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이토카인 현상은 젊은층을 향해 코로나19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토카인에 대한 경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염이 부모나 조부모 등 가족들의 감염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19 매개체가 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젊은 층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극적 실천이 필요합니다.

친절한 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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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진자 젊고 건강해도…‘사이토카인 폭풍’ 변수
    • 입력 2020-03-23 08:25:25
    • 수정2020-03-23 13:37:35
    아침뉴스타임
4년 전 한류에 다시 불을 지핀 드라마 '태양의 후예'입니다.

군의관과 의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극 중에선 의학 용어가 자주 등장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윤명주 중위가 가상의 바이러스 M3에 감염됐을 때였죠, 대사 중 '면역 폭풍'이란 용어가 나옵니다.

[강모연 : "결국 걱정하던 상황이 시작됐어요."]

[동료의사 : "면역과잉군?"]

[강모연 : "네 면역폭풍이요."]

강모연의 말대로 고열 등을 동반한 면역 폭풍이 나타나고 윤 중위는 바이러스와 한바탕 사투를 치릅니다.

이들이 말한 '면역 폭풍' 요즘 코로나 19 국면의 뇌관으로 떠오른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을 가리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대구의 26살 남성, 이 젊은 확진자가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위독하다는 보건 당국의 발표가 나오면서 대체 이게 무슨 반응이냐 궁금해 하는 분들 많으신데요.

사이토카인 폭풍, 한마디로 면역 과잉 반응을 뜻합니다.

우리 몸 안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오면 몸 속의 세포는 이를 즉각 '적'으로 간주해 다양한 면역 물질을 쏘며 맹렬하게 공격하는데, 사이토카인은 바로 이 면역 물질, 즉 우리 몸이 외부 병원체와 싸우기 위해 쏘는 일종의 '실탄'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총알(사이토카인)이 실제 위험보다 월등히 많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면 문제가 됩니다.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만 '정밀 타격'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우군 즉 심장 폐 콩팥 간 등 다른 장기까지 쓰러뜨리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몸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의 힘이 1이면 면역력도 1로 대응해야 하는데, 10의 힘으로 너무 열심히 싸워 다른 장기까지 다치게 하는 것이죠.

고열과 내출혈 등을 동반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 체계가 강한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령층 환자의 경우 면역세포가 노화해 바이러스에 압도되는 건데, 젊고 건강한 사람은 과한 면역반응으로 되레 사이토카인이 많이 나와 바이러스와 함께 정상조직까지 죽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린 대구의 26살 확진자도 기저 질환이 있다고는 합니다만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건강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재갑/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는 바이러스다 보니까 오히려 극심한 면역반응이 역효과로 나타나, 기존의 폐 손상을 악화시키거나 심장 기능을 떨어뜨린다거나 전신의 여러 장기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비슷한 상황들이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21세의 건강한 남성 축구팀 코치가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사망했고 중국에서는 감염 후 중증이 된 환자의 41%가 50세 미만 비교적 젊은 층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젊은이들, 당신들은 천하무적(invincible)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가 노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이지만 젊은 사람들이라고 살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젊고 건강하면 코로나19 에서 안전할 거란 믿음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20대(20~29세)는 전체의 27.33%로 가장 많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발표한 것도 젊은 층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달 5일까지 운영 중단을 강력 권고한 유흥시설에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클럽·유흥주점 등이 포함됐습니다.

아직 의학적으로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사이토카인 폭풍 자체를 치료하는 특효약은 없다"며 지금은 젊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한없이 겸손해질 때"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이토카인 현상은 젊은층을 향해 코로나19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토카인에 대한 경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염이 부모나 조부모 등 가족들의 감염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19 매개체가 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젊은 층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극적 실천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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