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잔혹사]② 병가 중 독촉받다 극단적 선택…“사회적 타살”

입력 2020.04.28 (09:00) 수정 2020.05.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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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2017년 9월 5일, 광주 서구의 한 주택. 편안한 옷차림의 남성은 잠자듯 누워있었다. 남성의 이름은 이길연. 서광주 우체국의 집배원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씨 옆에는 그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 한 장이 놓여있었다.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 -故 이길연 씨 유서

한 집안의 가장이자 16년 동안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준 성실했던 집배원. 무엇이 이 씨를 죽음으로 몰았나?


KBS 취재진은 이 씨가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이 씨의 가족과 동료, 그리고 심리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되짚어봤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년이 더 지났습니다. 처음에 우정본부와 싸울 때는 화가 너무 났었는데 이제는 지치기도 많이 지쳤네요. 이런 상황이 변하기는 하는 걸까요?" -이동하/故 이길연 씨 아들

지난해 11월. 취재진과 처음 만난 故 이길연 씨의 아들 이동하 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 죽음의 진상을 확인하고 고발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청와대로, 국회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그였다. 하지만 이 씨가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었다고 말하던 그 순간에도 동료 집배원들의 죽음은 계속됐다.

이길연 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건 2017년 8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에 부딪히면서 오토바이에 몸이 깔렸다. 두 달 정도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서광주 우체국은 2주의 병가밖에 허락하지 않았다.

"계속 이제 독촉을 했다고 해요. 출근 독촉을. 출근을 언제 나올 거냐, 몸 상태는 어떠냐,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 지금 너 때문에 팀원들이 고생한다. 너 하나 빠지면 네 팀원이 다 힘든데... 그런 식으로 많이 압박을 줬다고 해요." -이동하/故 이길연 씨 아들

병상에 누워있는 이 씨에게 우체국에서 날아오는 말들은 큰 부담이었다. 이 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은 CCTV 속 아들이 일하는 식당에 갔다가 다친 다리로 힘겹게 움직이는 장면이었다. 병가 연장을 두고 우체국과 계속 다투던 이 씨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돌아가신 분들이 단서를 다 남기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KBS 취재진은 이길연 씨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심리부검 전문가인 고선규 박사와 함께 아들인 이동하 씨에 대한 심리부검을 시행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방법이다.

"이길연 씨 유서에 첫 문장이 "두렵다." 에요. 두렵다는 것은 결국은 공포고 사람이 두려운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보통은 이제 회피하고 싶어지잖아요. 이길연 씨 같은 경우에는 자기의 신체적인 고통에 대해 나름대로 구조요청을 보냈었는데 오히려 되돌아온 답은 어쨌거나 출근하라는 답이었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내가 도움을 요청해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어떤 것들도 나는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고선규/심리부검 전문가

고선규 박사는 이길연 씨가 남긴 "두렵다"는 문장에 주목했다.아들과의 면담에서도 이길연 씨가 가족들에게 압박감을 토로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두렵게 만들었던 것일까? 취재진은 이 씨의 노동 환경에 주목했다. 숨은 노동은 없었는지,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는 원만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이길연 씨의 근무기록을 확인했다. 이 씨가 일하던 서광주우체국에서 정한 출근 시간은 평균 8시. 하지만 실제 이 씨의 출근 시간을 확인해보니 보통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근해 분류작업 등을 시작했다. 근무는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됐고, 설과 추석 등 우편물이 집중된 시기에는 6시 이전에 출근해 오후 11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시기는 추석 특송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노동이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아니었을까?

"같은 직군 내에서 이렇게 연이어 많은 사람이 과로사 혹은 과로 자살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게 그 직군에서의 노동환경 아니면 직무 강도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거든요. 저는 돌아가신 분들이 그런 것에 대한 단서를 다 남기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선규/심리부검 전문가


■ "집배원의 죽음이 반복된다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집배원들의 과로가 동료 사이 관계마저 위협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동하 씨에 대한 심리부검 과정에서 우체국의 '겸배' 문화가 이길연 씨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버지도 항상 겸배 힘들다 하셨죠. 그때 되면 저한테 전화해서 시간 괜찮으면 일 좀 도와달라고 하기도 하셨어요, 가족들한테. 실제로 명절 특송기간에는 우체국 집배원들이 본인 사비로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했고요."-이동하/故 이길연 씨 아들

겸배는 결원이 생기면 해당 물량을 나머지 집배원들이 대신 처리하는 방식이다. 대체 인력이 없는 우체국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관행이었지만, 업무 부담이 늘어나면서 집배원들 사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이 씨는 본인의 병가로 인해 다른 집배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대해 괴로워했고, 실제 주변 동료들의 달라진 듯한 태도에 부담감을 느꼈다.

"그때 당시에 우체국에서 병원에 한 번이라도 찾아갔거나 그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더라면 아 이 사람이 근무를 못 할 환경이구나 알았을 것인데, 누구도 찾아간 사람이 없었고…." -김00/故 이길연 씨 동료

이길연 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성진 변호사는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했다.

"구조적인 살인인 거죠. 집배원들은 평상시에도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누군가가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대체인력을 투입 해줘야 되는데 그런 것은 전혀 하지 않고 기존의 동료들에게 분담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한 거죠." -김성진 변호사

반복된 집배원의 죽음이었고, 우체국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원인은 장시간 노동, 그리고 고강도 노동 때문이에요. 그리고 우정본부에서는 사실상 이런 구조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집배원의 죽음이 반복된다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충분히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예방이 가능하지만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우지 않은 거죠. 누구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집배원 중 누군가가 사망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요. 자기 일이 아닌 거죠. 막을 수 있는 살인인데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막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굳이."-김성진 변호사

당시 상황에 대해 우체국의 입장을 듣기 위해 서광주우체국을 찾아갔지만, 우체국 관계자는 취재를 거부했다.

"유족들의 입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니까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거기에 대해서 제가 뭐 왈가왈부할 게 있어요. 어차피 끝난 일이잖아요. 벌써 2년이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그걸 또다시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 그걸 뭐하러 내가 취재를 해요." -서광주우체국 관계자

이길연 씨의 죽음이 알려지고 난 뒤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잠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우정본부 역시 집배원들의 근무시간 감소와 인력충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충원된 인력 대부분은 택배만을 나눠 배달하는 위탁택배원이었고, 우체국에서는 근무 명령을 받지 않은 집배원들의 노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씨가 사망하고 2년 6개월이 시간이 지나는 동안 18명의 집배원이 더 과로사·과로 자살로 사망했다. 집배원 잔혹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KBS 탐사보도부는 5월2일(토) 밤 8시 5분 KBS 1TV <시사기획 창> '살인노동2부-죽음의 숫자' 편을 통해 집배원 과로사를 둘러싼 은폐된 진실을 폭로한다.

[연관 기사]
[집배원 잔혹사]① 年 693시간 더 노동…과로사·식물인간 속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3724
[집배원 잔혹사]② 병가 중 독촉받다 극단적 선택…“사회적 타살”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4386
[집배원 잔혹사]③ 직무 탈진 ‘번아웃 증후군’ 5점 만점에 4.1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5347
[집배원 잔혹사]④ 돌연사 2배·자살 8배 증가…우체국은 ‘쉬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6275
[집배원 잔혹사]⑤ 46명 사망에 우정본부 “개인 특수 사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6922
[집배원 잔혹사]⑥ 사람 잡는 ‘집배부하량시스템·겸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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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배원 잔혹사]② 병가 중 독촉받다 극단적 선택…“사회적 타살”
    • 입력 2020-04-28 09:00:13
    • 수정2020-05-02 09: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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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2017년 9월 5일, 광주 서구의 한 주택. 편안한 옷차림의 남성은 잠자듯 누워있었다. 남성의 이름은 이길연. 서광주 우체국의 집배원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씨 옆에는 그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 한 장이 놓여있었다.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 -故 이길연 씨 유서

한 집안의 가장이자 16년 동안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준 성실했던 집배원. 무엇이 이 씨를 죽음으로 몰았나?


KBS 취재진은 이 씨가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이 씨의 가족과 동료, 그리고 심리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되짚어봤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년이 더 지났습니다. 처음에 우정본부와 싸울 때는 화가 너무 났었는데 이제는 지치기도 많이 지쳤네요. 이런 상황이 변하기는 하는 걸까요?" -이동하/故 이길연 씨 아들

지난해 11월. 취재진과 처음 만난 故 이길연 씨의 아들 이동하 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 죽음의 진상을 확인하고 고발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청와대로, 국회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그였다. 하지만 이 씨가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었다고 말하던 그 순간에도 동료 집배원들의 죽음은 계속됐다.

이길연 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건 2017년 8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에 부딪히면서 오토바이에 몸이 깔렸다. 두 달 정도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서광주 우체국은 2주의 병가밖에 허락하지 않았다.

"계속 이제 독촉을 했다고 해요. 출근 독촉을. 출근을 언제 나올 거냐, 몸 상태는 어떠냐,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 지금 너 때문에 팀원들이 고생한다. 너 하나 빠지면 네 팀원이 다 힘든데... 그런 식으로 많이 압박을 줬다고 해요." -이동하/故 이길연 씨 아들

병상에 누워있는 이 씨에게 우체국에서 날아오는 말들은 큰 부담이었다. 이 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은 CCTV 속 아들이 일하는 식당에 갔다가 다친 다리로 힘겹게 움직이는 장면이었다. 병가 연장을 두고 우체국과 계속 다투던 이 씨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돌아가신 분들이 단서를 다 남기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KBS 취재진은 이길연 씨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심리부검 전문가인 고선규 박사와 함께 아들인 이동하 씨에 대한 심리부검을 시행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방법이다.

"이길연 씨 유서에 첫 문장이 "두렵다." 에요. 두렵다는 것은 결국은 공포고 사람이 두려운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보통은 이제 회피하고 싶어지잖아요. 이길연 씨 같은 경우에는 자기의 신체적인 고통에 대해 나름대로 구조요청을 보냈었는데 오히려 되돌아온 답은 어쨌거나 출근하라는 답이었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내가 도움을 요청해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어떤 것들도 나는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고선규/심리부검 전문가

고선규 박사는 이길연 씨가 남긴 "두렵다"는 문장에 주목했다.아들과의 면담에서도 이길연 씨가 가족들에게 압박감을 토로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두렵게 만들었던 것일까? 취재진은 이 씨의 노동 환경에 주목했다. 숨은 노동은 없었는지,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는 원만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이길연 씨의 근무기록을 확인했다. 이 씨가 일하던 서광주우체국에서 정한 출근 시간은 평균 8시. 하지만 실제 이 씨의 출근 시간을 확인해보니 보통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근해 분류작업 등을 시작했다. 근무는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됐고, 설과 추석 등 우편물이 집중된 시기에는 6시 이전에 출근해 오후 11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시기는 추석 특송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노동이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아니었을까?

"같은 직군 내에서 이렇게 연이어 많은 사람이 과로사 혹은 과로 자살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게 그 직군에서의 노동환경 아니면 직무 강도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거든요. 저는 돌아가신 분들이 그런 것에 대한 단서를 다 남기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선규/심리부검 전문가


■ "집배원의 죽음이 반복된다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집배원들의 과로가 동료 사이 관계마저 위협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동하 씨에 대한 심리부검 과정에서 우체국의 '겸배' 문화가 이길연 씨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버지도 항상 겸배 힘들다 하셨죠. 그때 되면 저한테 전화해서 시간 괜찮으면 일 좀 도와달라고 하기도 하셨어요, 가족들한테. 실제로 명절 특송기간에는 우체국 집배원들이 본인 사비로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했고요."-이동하/故 이길연 씨 아들

겸배는 결원이 생기면 해당 물량을 나머지 집배원들이 대신 처리하는 방식이다. 대체 인력이 없는 우체국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관행이었지만, 업무 부담이 늘어나면서 집배원들 사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이 씨는 본인의 병가로 인해 다른 집배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대해 괴로워했고, 실제 주변 동료들의 달라진 듯한 태도에 부담감을 느꼈다.

"그때 당시에 우체국에서 병원에 한 번이라도 찾아갔거나 그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더라면 아 이 사람이 근무를 못 할 환경이구나 알았을 것인데, 누구도 찾아간 사람이 없었고…." -김00/故 이길연 씨 동료

이길연 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성진 변호사는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했다.

"구조적인 살인인 거죠. 집배원들은 평상시에도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누군가가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대체인력을 투입 해줘야 되는데 그런 것은 전혀 하지 않고 기존의 동료들에게 분담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한 거죠." -김성진 변호사

반복된 집배원의 죽음이었고, 우체국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원인은 장시간 노동, 그리고 고강도 노동 때문이에요. 그리고 우정본부에서는 사실상 이런 구조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집배원의 죽음이 반복된다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충분히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예방이 가능하지만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우지 않은 거죠. 누구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집배원 중 누군가가 사망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요. 자기 일이 아닌 거죠. 막을 수 있는 살인인데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막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굳이."-김성진 변호사

당시 상황에 대해 우체국의 입장을 듣기 위해 서광주우체국을 찾아갔지만, 우체국 관계자는 취재를 거부했다.

"유족들의 입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니까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거기에 대해서 제가 뭐 왈가왈부할 게 있어요. 어차피 끝난 일이잖아요. 벌써 2년이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그걸 또다시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 그걸 뭐하러 내가 취재를 해요." -서광주우체국 관계자

이길연 씨의 죽음이 알려지고 난 뒤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잠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우정본부 역시 집배원들의 근무시간 감소와 인력충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충원된 인력 대부분은 택배만을 나눠 배달하는 위탁택배원이었고, 우체국에서는 근무 명령을 받지 않은 집배원들의 노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씨가 사망하고 2년 6개월이 시간이 지나는 동안 18명의 집배원이 더 과로사·과로 자살로 사망했다. 집배원 잔혹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KBS 탐사보도부는 5월2일(토) 밤 8시 5분 KBS 1TV <시사기획 창> '살인노동2부-죽음의 숫자' 편을 통해 집배원 과로사를 둘러싼 은폐된 진실을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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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잔혹사]④ 돌연사 2배·자살 8배 증가…우체국은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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