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있다 보니…” 코로나19가 바꾼 부부의 세계

입력 2020.05.21 (08:12) 수정 2020.05.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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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무엇인가.

이 복잡 미묘한 관계의 속성을 내밀하게 담아내며 공감을 끌어낸 드라마, 부부의 세계입니다.

곳곳에 막장의 상황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내 그리고 남편의 존재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들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오늘 5월 21일은 바로 부부의 날입니다.

가정의 달 5월에 2와 1, 즉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도, 기업의 상술도 아닌, 법정 기념일입니다.

올해 부부의 날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게 됐습니다.

지난 몇 달 간 자가 격리로, 혹은 재택 근무로, 부부간 물리적 거리가 훨씬 좁혀진 날들이 이어져 왔는데, 어떠셨을까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남편이 약속 안 잡고 일찍 와서 좋다"는 글들이 꽤 있지만요,

여기엔, "좋은 건가요? '저녁 먹고 들어갈게' 하던 문자가 그립습니다" 반론도 적지 않은 걸 보면 저마다 느낌과 생각은 달랐을 듯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인과의 접촉이 줄어든 것에 비례해 가족 구성원 간 접촉은 현저히 늘어났다는 점이죠,

모든 인간 관계가 그렇지만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 상대의 단점이 더 잘 보이게 마련입니다.

고립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 사소한 일로 감정조절이 안 돼서 불안, 분노, 적대감이 커지고 극단적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극에 파견되었던 사람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해서 심리학에선 ‘남극형 증후군(winter-over syndrome)’이라고도 합니다.

부부 역시 마찬가지여서 가정 내 관계 밀착의 변화는 피로감을 넘어 불만으로 때로는 불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가사와 육아에 답답해 남편에게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가 시비가 붙어 아내가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불미스런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폭력까지 가진 않더라도 '집안일과 육아를 남의 일 보듯 하는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된다', '아내의 사사건건, 시시콜콜 잔소리에 미쳐버릴 것 같다'는 등 각자의 하소연이 온라인에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한 달 정도 먼저 코로나가 시작된 중국의 경우 최근 이혼 상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하이에 위치한 젠틀&트러스트 로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이후 이혼 의뢰가 25% 늘었습니다.

이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 보도 내용인데요,

"중국 광저우의 한 로펌이 이혼 상담비를 시간당 3000위안 (약 52만원)으로 종전의 두 배로 올렸는데도 상담 건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집에서 마작만 한다" "쇼핑하는 동안 남편이 마스크를 벗었다" 등 사유는 다양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2년~2003년 사스를 겪었던 홍콩의 사례에 주목했습니다.

사스 사태가 지나간 2004년 홍콩에서 이혼 건수가 2002년에 비해 21% 늘었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이 올해 코로나19를 겪은 중국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코비디보스 (Covidivorce)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코로나19(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입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용어를 소개하며 코로나19가 연인, 가족관계 대한 접근 방식을 몇 주 만에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분, 영국의 유명 변호사 피오나 셰클턴입니다.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팝스타 폴 매카트니, 마돈나의 이혼을 담당한 이혼 전문 변호사인데요,

"자가격리 후 부부들의 이혼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혼 전문변호사들의 대목은 여름 휴가철과 크리스마스 직후 등 부부들이 오랜 기간 함께 지낸 직후"라면서, "가족들이 장기간 한 공간에 머물 때를 상상해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간 나라들에선 이런 비슷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캐롤리나 쿠에바스/칠레 여성부 장관 : "코로나19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가정 폭력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부부 사이가 나빠진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간 일 때문에 바빠 소홀했던 남편, 혹은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결혼 생활이 더 행복해진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코로나19로 국내 주식 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서 유독 주가가 급등한 '코로나 수혜주'들이 몇 있었죠, 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콘돔 생산 업체였습니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콘돔 수요는 느는데 해외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죠.

인구 2억 7천만 명의 인도네시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출생률이 급증하는, 코로나 베이비 붐이 예상된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습니다.

어찌됐든,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부부들 사이에 이런저런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듯 한데요,

무엇보다 함께, 잘 지내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듯 하죠?

부부 10계명, 부부 싸움 10계명,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약간씩 버전이 다르긴 한데, 1계명은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말라’로 거의 같습니다.

코로나19 이 답답한 시기에 다툼과 갈등을 피할 수 있는 하나의 요령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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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붙어있다 보니…” 코로나19가 바꾼 부부의 세계
    • 입력 2020-05-21 08:14:37
    • 수정2020-05-21 09:01:18
    아침뉴스타임
부부란 무엇인가.

이 복잡 미묘한 관계의 속성을 내밀하게 담아내며 공감을 끌어낸 드라마, 부부의 세계입니다.

곳곳에 막장의 상황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내 그리고 남편의 존재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들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오늘 5월 21일은 바로 부부의 날입니다.

가정의 달 5월에 2와 1, 즉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도, 기업의 상술도 아닌, 법정 기념일입니다.

올해 부부의 날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게 됐습니다.

지난 몇 달 간 자가 격리로, 혹은 재택 근무로, 부부간 물리적 거리가 훨씬 좁혀진 날들이 이어져 왔는데, 어떠셨을까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남편이 약속 안 잡고 일찍 와서 좋다"는 글들이 꽤 있지만요,

여기엔, "좋은 건가요? '저녁 먹고 들어갈게' 하던 문자가 그립습니다" 반론도 적지 않은 걸 보면 저마다 느낌과 생각은 달랐을 듯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인과의 접촉이 줄어든 것에 비례해 가족 구성원 간 접촉은 현저히 늘어났다는 점이죠,

모든 인간 관계가 그렇지만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 상대의 단점이 더 잘 보이게 마련입니다.

고립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 사소한 일로 감정조절이 안 돼서 불안, 분노, 적대감이 커지고 극단적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극에 파견되었던 사람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해서 심리학에선 ‘남극형 증후군(winter-over syndrome)’이라고도 합니다.

부부 역시 마찬가지여서 가정 내 관계 밀착의 변화는 피로감을 넘어 불만으로 때로는 불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가사와 육아에 답답해 남편에게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가 시비가 붙어 아내가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불미스런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폭력까지 가진 않더라도 '집안일과 육아를 남의 일 보듯 하는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된다', '아내의 사사건건, 시시콜콜 잔소리에 미쳐버릴 것 같다'는 등 각자의 하소연이 온라인에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한 달 정도 먼저 코로나가 시작된 중국의 경우 최근 이혼 상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하이에 위치한 젠틀&트러스트 로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이후 이혼 의뢰가 25% 늘었습니다.

이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 보도 내용인데요,

"중국 광저우의 한 로펌이 이혼 상담비를 시간당 3000위안 (약 52만원)으로 종전의 두 배로 올렸는데도 상담 건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집에서 마작만 한다" "쇼핑하는 동안 남편이 마스크를 벗었다" 등 사유는 다양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2년~2003년 사스를 겪었던 홍콩의 사례에 주목했습니다.

사스 사태가 지나간 2004년 홍콩에서 이혼 건수가 2002년에 비해 21% 늘었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이 올해 코로나19를 겪은 중국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코비디보스 (Covidivorce)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코로나19(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입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용어를 소개하며 코로나19가 연인, 가족관계 대한 접근 방식을 몇 주 만에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분, 영국의 유명 변호사 피오나 셰클턴입니다.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팝스타 폴 매카트니, 마돈나의 이혼을 담당한 이혼 전문 변호사인데요,

"자가격리 후 부부들의 이혼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혼 전문변호사들의 대목은 여름 휴가철과 크리스마스 직후 등 부부들이 오랜 기간 함께 지낸 직후"라면서, "가족들이 장기간 한 공간에 머물 때를 상상해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간 나라들에선 이런 비슷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캐롤리나 쿠에바스/칠레 여성부 장관 : "코로나19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가정 폭력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부부 사이가 나빠진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간 일 때문에 바빠 소홀했던 남편, 혹은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결혼 생활이 더 행복해진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코로나19로 국내 주식 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서 유독 주가가 급등한 '코로나 수혜주'들이 몇 있었죠, 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콘돔 생산 업체였습니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콘돔 수요는 느는데 해외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죠.

인구 2억 7천만 명의 인도네시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출생률이 급증하는, 코로나 베이비 붐이 예상된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습니다.

어찌됐든,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부부들 사이에 이런저런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듯 한데요,

무엇보다 함께, 잘 지내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듯 하죠?

부부 10계명, 부부 싸움 10계명,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약간씩 버전이 다르긴 한데, 1계명은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말라’로 거의 같습니다.

코로나19 이 답답한 시기에 다툼과 갈등을 피할 수 있는 하나의 요령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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