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유용성’ 높일 효과적인 접종전략을 찾아야

입력 2021.01.06 (05:00) 수정 2021.01.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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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신 접종 ‘만반의 준비’가 먼저다!
2. ‘변이’ 바이러스와 백신, 운명을 건 추격전
3.'유용성' 높일 효과적인 접종전략을 찾아야
-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영국 정부는 2020년 12월 30일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 대학의 바이러스 운반체 기술을 적용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새해 1월 4일 해당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백신의 사회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해당 백신의 임상시험에서는 피접종자들이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받았지만, 영국 정부는 1회차와 2회차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늘려 승인했다. 이는 2회차 접종을 최대 12주까지 지연시키는 대신에 더 많은 사람이 1차 접종을 받게 하는 전략을 취하였음을 의미한다.

■ 英, 2차 접종 기한 연장…'궁여지책'인가, '묘수'인가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1회차 백신 접종을 받음으로써 코로나 19 확산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들에서 대규모 예방접종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021년 1월 2일 09:00시 기준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US CDC)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을 살펴보면 보급된 1,300만 도즈 중 약 400만 도즈 만이 실제로 접종되었다. 이는 애초 미국 정부의 목표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mRNA 백신의 단점으로 지적되어온 초저온 배송 및 보관도 접종을 지연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른 일반적인 백신들과 마찬가지로 영상 2-8도의 냉장 유통 및 보관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장소에서 많은 수의 인구를 대상으로 빠른 속도로 접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특성으로 인해 영국 정부는 한정된 시간 내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1차 접종을 받도록 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었다.

영국 정부의 발표로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은 1회차 접종 후 22일차부터 방어 효과가 나타났다. 70~80%의 접종 사례에서 12주까지 그 효과가 지속했다.


■ 피해 급증에 백신 공급 부족 "급한 불부터…"

우리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많은 백신은 2회 또는 3회 접종된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특정 기간을 두고 여라 차례 접종을 받을 때 면역반응이 더 강하고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다. 백신은 그 원인체의 특성에 맞게 개발되기 때문에 백신마다 접종 횟수와 접종 기간이 다르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은 3-4주 간격을 두고 총 2회 접종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추후 후속 연구들을 통해 더욱 강력하고 오래가는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접종 횟수 및 간격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도 질병의 대유행 상황에서 백신의 승인된 용법이나 용량을 유연하게 적용했던 사례가 있다. 대부분 백신의 보급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짧은 시간 내에 더욱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1회만 접종하거나, 또는 1회 접종 용량을 적게 하여 접종했던 사례이다.

2016년 콩고민주공화국, 앙골라 등에서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황열이 대유행하자 아프리카에서 황열 예방백신 부족사태가 발생하였다. 연간 생산량이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상황에서 대규모 유행에 따라 백신 사용이 증가하자 이는 곧 백신 부족으로 이어졌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일시적으로 해당 백신 기준 사용량의 5분의 1만 사용하도록 권고하였다. 비록 백신 사용 정량의 20%이긴 하나 최소 12개월 정도는 백신의 방어능력이 지속하기 때문에 일단 유행 급성기에 보다 많은 사람을 접종할 수 있는 전략을 택했던 것이다.

A형 간염,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콜레라 백신 등의 경우에도 2회 접종이 필요하지만 1회 접종만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유용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 모더나사의 mRNA 코로나19 백신도 임상시험 데이터에 의하면 1회 접종만으로도 약 80%까지의 예방효과를 보이고 있다. 추후 1차 접종을 우선 시행하는 전략을 취하는 나라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1회 접종에 따른 정확한 효능과 방어능력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후속연구가 필요하므로 나라별로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확보된 백신 물량을 바탕으로 접종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한다.

■ '유효성'과 '유용성', 충분치 않은 자료…'최적의 접종 전략' 찾아야

하지만 추가 접종 시기를 조정하는 전략을 두고 다소 위험한 선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회차 접종지연에 따른 백신의 효과가 임상시험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백신의 '유효성'은 입증됐으나, '유용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백신의 예방 효과를 유효성 또는 효능(Efficacy)이라 하고, 이 백신이 승인을 받아 실제 일반 인구 집단에 사용되어 나타나는 예방 효과를 유용성(Effectiveness)이라 표현한다.

이처럼 백신의 효과를 나타내는 상이한 표현이 존재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백신 접종 환경이 임상시험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은 극도로 통제된 상황 속에서 수행된다. 미리 정한 선정 및 제외 기준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집된 사람 중에서 또 연구에 적합한 사람들을 가려낸다.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계획서대로만 연구가 수행되며, 중대한 연구계획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 대상자의 데이터는 제외하고 결과의 분석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임상시험을 통해 나타난 백신의 유효성은 그 백신이 가진 고유의 질병 예방 능력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획일화된 임상시험 과정과는 달리 일반적인 예방접종 환경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승인 후에는 더 광범위한 인구집단이 접종받게 되며, 접종 횟수 및 일정 또한 원래의 권고되는 방법과 다르게 접종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총 2회 접종을 해야 하는 백신인데도 1회만 접종하거나, 또는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해야 함에도 그 이상 또는 그 이하 간격으로 접종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접종 환경을 고려한 백신 접종의 예방능력 추정치가 바로 유용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접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적해야 할 것이나, 실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면서 나타날 백신 유용성 데이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우리는 코로나19 백신을 권고 용법대로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으나, 영국의 단기간 1차 접종 우선 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접종 초기 접종 대상자보다 백신 물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 접종 사례들을 통해 축적되는 보건학적 근거와 우리나라의 백신 수급 계획을 면밀히 따져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인 접종 전략을 수립하고, 추가로 나타나는 데이터에 비추어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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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백신] ‘유용성’ 높일 효과적인 접종전략을 찾아야
    • 입력 2021-01-06 05:00:25
    • 수정2021-01-13 16:06:05
    취재K
1. 백신 접종 ‘만반의 준비’가 먼저다!
2. ‘변이’ 바이러스와 백신, 운명을 건 추격전
3.'유용성' 높일 효과적인 접종전략을 찾아야
-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영국 정부는 2020년 12월 30일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 대학의 바이러스 운반체 기술을 적용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새해 1월 4일 해당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백신의 사회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해당 백신의 임상시험에서는 피접종자들이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받았지만, 영국 정부는 1회차와 2회차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늘려 승인했다. 이는 2회차 접종을 최대 12주까지 지연시키는 대신에 더 많은 사람이 1차 접종을 받게 하는 전략을 취하였음을 의미한다.

■ 英, 2차 접종 기한 연장…'궁여지책'인가, '묘수'인가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1회차 백신 접종을 받음으로써 코로나 19 확산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들에서 대규모 예방접종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021년 1월 2일 09:00시 기준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US CDC)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을 살펴보면 보급된 1,300만 도즈 중 약 400만 도즈 만이 실제로 접종되었다. 이는 애초 미국 정부의 목표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mRNA 백신의 단점으로 지적되어온 초저온 배송 및 보관도 접종을 지연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른 일반적인 백신들과 마찬가지로 영상 2-8도의 냉장 유통 및 보관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장소에서 많은 수의 인구를 대상으로 빠른 속도로 접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특성으로 인해 영국 정부는 한정된 시간 내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1차 접종을 받도록 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었다.

영국 정부의 발표로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은 1회차 접종 후 22일차부터 방어 효과가 나타났다. 70~80%의 접종 사례에서 12주까지 그 효과가 지속했다.


■ 피해 급증에 백신 공급 부족 "급한 불부터…"

우리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많은 백신은 2회 또는 3회 접종된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특정 기간을 두고 여라 차례 접종을 받을 때 면역반응이 더 강하고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다. 백신은 그 원인체의 특성에 맞게 개발되기 때문에 백신마다 접종 횟수와 접종 기간이 다르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은 3-4주 간격을 두고 총 2회 접종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추후 후속 연구들을 통해 더욱 강력하고 오래가는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접종 횟수 및 간격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도 질병의 대유행 상황에서 백신의 승인된 용법이나 용량을 유연하게 적용했던 사례가 있다. 대부분 백신의 보급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짧은 시간 내에 더욱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1회만 접종하거나, 또는 1회 접종 용량을 적게 하여 접종했던 사례이다.

2016년 콩고민주공화국, 앙골라 등에서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황열이 대유행하자 아프리카에서 황열 예방백신 부족사태가 발생하였다. 연간 생산량이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상황에서 대규모 유행에 따라 백신 사용이 증가하자 이는 곧 백신 부족으로 이어졌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일시적으로 해당 백신 기준 사용량의 5분의 1만 사용하도록 권고하였다. 비록 백신 사용 정량의 20%이긴 하나 최소 12개월 정도는 백신의 방어능력이 지속하기 때문에 일단 유행 급성기에 보다 많은 사람을 접종할 수 있는 전략을 택했던 것이다.

A형 간염,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콜레라 백신 등의 경우에도 2회 접종이 필요하지만 1회 접종만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유용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 모더나사의 mRNA 코로나19 백신도 임상시험 데이터에 의하면 1회 접종만으로도 약 80%까지의 예방효과를 보이고 있다. 추후 1차 접종을 우선 시행하는 전략을 취하는 나라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1회 접종에 따른 정확한 효능과 방어능력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후속연구가 필요하므로 나라별로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확보된 백신 물량을 바탕으로 접종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한다.

■ '유효성'과 '유용성', 충분치 않은 자료…'최적의 접종 전략' 찾아야

하지만 추가 접종 시기를 조정하는 전략을 두고 다소 위험한 선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회차 접종지연에 따른 백신의 효과가 임상시험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백신의 '유효성'은 입증됐으나, '유용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백신의 예방 효과를 유효성 또는 효능(Efficacy)이라 하고, 이 백신이 승인을 받아 실제 일반 인구 집단에 사용되어 나타나는 예방 효과를 유용성(Effectiveness)이라 표현한다.

이처럼 백신의 효과를 나타내는 상이한 표현이 존재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백신 접종 환경이 임상시험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은 극도로 통제된 상황 속에서 수행된다. 미리 정한 선정 및 제외 기준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집된 사람 중에서 또 연구에 적합한 사람들을 가려낸다.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계획서대로만 연구가 수행되며, 중대한 연구계획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 대상자의 데이터는 제외하고 결과의 분석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임상시험을 통해 나타난 백신의 유효성은 그 백신이 가진 고유의 질병 예방 능력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획일화된 임상시험 과정과는 달리 일반적인 예방접종 환경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승인 후에는 더 광범위한 인구집단이 접종받게 되며, 접종 횟수 및 일정 또한 원래의 권고되는 방법과 다르게 접종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총 2회 접종을 해야 하는 백신인데도 1회만 접종하거나, 또는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해야 함에도 그 이상 또는 그 이하 간격으로 접종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접종 환경을 고려한 백신 접종의 예방능력 추정치가 바로 유용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접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적해야 할 것이나, 실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면서 나타날 백신 유용성 데이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우리는 코로나19 백신을 권고 용법대로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으나, 영국의 단기간 1차 접종 우선 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접종 초기 접종 대상자보다 백신 물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 접종 사례들을 통해 축적되는 보건학적 근거와 우리나라의 백신 수급 계획을 면밀히 따져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인 접종 전략을 수립하고, 추가로 나타나는 데이터에 비추어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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