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범행 수칙’까지 만든 절도범, 하지만…

입력 2013.07.09 (08:34) 수정 2013.07.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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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철저한 계획하에 절도 행각을 벌여왔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범행 과정에서 붙잡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을 도와줬다가 그동안의 범죄가 드러났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어떻게 된 사건이죠?

<기자 멘트>

이 남성은 만취한 여성을 도와줬다가 오해를 받아 경찰에 붙잡히게 됐는데요

고시원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부축해 데리고 나간 뒤 차비까지 주면서 집으로 보내줬는데...

그 여성의 남자 친구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범행 수칙 등을 상세히 기록해 둔 문서까지 만들어 치밀하게 절도 행각을 벌여 왔지만 오인 신고로 덜미가 잡히게된 건데요.

사건을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8일 오전 8시쯤.

서울 광진구의 한 고시원입니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여성이 방마다 문을 열어보고 돌아다닙니다.

그러다, 한 남성이 방에서 나와 여성의 뒤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고시원 밖으로 여성을 데리고 가는데요.

화면 속 여성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던 유 모씨의 여자친구.

하지만 화면 속 남성은 유씨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 (음성변조) : "(유씨의) 여자 친구가 술에 많이 취해서 저희 고시원 복도를 계속 돌아다녔어요. 방을 못 찾고. "

함께 자고 있던 여자친구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유씨는 고시원에 설치된 CCTV부터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의문의 남성이 술에 취한 여자 친구와 함께 고시원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 (음성변조) : "많이 놀랐죠. 왜냐면 전혀 모르는 입실자분이, 친분도 없었던 분인데 갑작스럽게 둘이 같이 나가는 모습을 보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CCTV 속 남성은 이곳에 살고 있는 대학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고시원 계약서에 적힌 남성의 신원을 확인했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주민번호와 핸드폰 그리고 주소의 뒷자리숫자가 모두 같았습니다.

<인터뷰> 이동욱(경사/서울광진경찰서 자양4파출소) : "(신원확인 결과) 확인이 안 되는 사람으로 나오고 (대학생이) 밤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고 생활이 불규칙한 것 같다, 거기서 의심을 (했습니다.)"

여자 친구를 데리고 사라진 의문의 20대 남성.

경찰은 고시원 인근에 잠복하며 남성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 실종사건은 반나절 만에 끝났습니다.

근처 숙박업소에서 잤다며 여자친구가 고시원을 찾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자신의 신원을 허위로 적어둔 남성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이 사람이 범죄 (용의) 선상에 있는 사람이거나 수배자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시작하게됐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경찰은 다시 고시원을 찾았습니다.

때마침 고시원에 돌아와 있던 남성은 자신은 술 취한 여성을 도와줬을 뿐이라며 억울해 했는데요.

술에 취한 여성이 고시원으로 잘못 들어온 것이라 생각해 차비까지 주며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전부 사실이었습니다.

<녹취> 고시원 관계자 (음성변조) : "그분의 토사물이나 이런 것들을 다 치워주시고, 그분에게 5만 원을 주고 숙박업소나 집에 가라고 돈을 쥐어서 보내드렸더라고요. "

의문의 남성은, 25살 정모씨로 자신을 대학생이라 밝혔습니다.

경찰은 정씨의 신분조회를 하면서 정씨의 방을 들여다봤는데요.

그런데 방안 풍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자기 호실에 가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기 책상에 놓여있는 휴대폰 80여 대, 노트북, 다량의 고가의 시계 등이 발견돼 현장에서 긴급체포하게 됐습니다."

술에 취한 여성을 도와준 친절한 남성.

하지만 그의 또 다른 모습은 스마트폰 전문 절도범이었던 겁니다.

새벽 4시쯤 서울의 한 찜질방인데요.

곤히 자는 사람들 주변을 서성이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남자, 바로 정씨입니다.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자는 사람을 발견하자 그 옆에 나란히 눕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재빨리 일어납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습니다.

정씨의 대담한 행각은 식당에서도 이어집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옆자리로 슬금슬금 다가갑니다.

그리고 옆자리 손님이 두고 간, 스마트폰을 집어갑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이렇게 훔친 스마트폰만 79대, 찜질방 세 곳에서 하룻밤 사이 스마트폰 17대를 훔치기도 했습니다.

정씨의 대담한 절도 행각은 지난 2월, 한 전자상가에서 노트북을 훔치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동철(노트북 절도 피해자) : "매장에서 다른 손님의 노트북을 설치하고 있었거든요. 정신이 팔려서 앞에 (노트북을) 가져가는 것을 몰랐어요."

정씨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도 범행대상을 물색했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시계가) 1,200만 원 상당인데 자기한테 맞지 않을 것 같아서 700~800(만 원)에 팔겠다고 중고물품 사이트에 글을 올렸더니 (피의자가) 구매하겠다(고) (연락했습니다.)"

고가의 시계를 파는 판매자에게 자신이 돈을 보내기 전, 안심할 수 있도록 택배 송장번호를 먼저 보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판매자는 택배회사에 물건을 맡긴 뒤 송장번호를 발급받아 정씨에게 먼저 알려주었고 돈을 입금받을 때까지 배송은 보류시켜두었는데요.

하지만 정씨는 택배회사로 직접 찾아가 알아낸 송장번호로 물건을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다양한 수법을 통해 정씨가 확보한 물건은 최소 1억 원어치가 넘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피의자의) 말로는 부모님하고 의견차이가 있어서 밖으로 나와 혼자 생활을 했고,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

범행은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정씨는 범행수칙을 문서로까지 정리해두었는데요.

고속도로, 골목길 등 CCTV가 있는 장소는 가지 말 것!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을 때는 모자를 쓸 것!

범행을 할 때는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평소와 다른 걸음걸이로 이동할 것 등.

범행대상을 유인하는 순서부터 경찰에게 검거되지 않는 방법까지 인터넷에서 수집한 범행수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걸음걸이를 보고 형사들이 동일 인물의, 동일 수법의 용의자라고 판단할 수 없게 하려고 걸음걸이는 쉽게 바꾸지 못하니까 그런 부분까지도 생각했던 걸로 (보입니다.)"

만취한 여성을 도와주고 보호해준 친절한 대학생.

하지만 친절 속에 숨은 또 다른 얼굴에는 범행 수칙까지 세워두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절도범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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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범행 수칙’까지 만든 절도범, 하지만…
    • 입력 2013-07-09 08:36:03
    • 수정2013-07-09 09: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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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계획하에 절도 행각을 벌여왔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범행 과정에서 붙잡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을 도와줬다가 그동안의 범죄가 드러났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어떻게 된 사건이죠?

<기자 멘트>

이 남성은 만취한 여성을 도와줬다가 오해를 받아 경찰에 붙잡히게 됐는데요

고시원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부축해 데리고 나간 뒤 차비까지 주면서 집으로 보내줬는데...

그 여성의 남자 친구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범행 수칙 등을 상세히 기록해 둔 문서까지 만들어 치밀하게 절도 행각을 벌여 왔지만 오인 신고로 덜미가 잡히게된 건데요.

사건을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8일 오전 8시쯤.

서울 광진구의 한 고시원입니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여성이 방마다 문을 열어보고 돌아다닙니다.

그러다, 한 남성이 방에서 나와 여성의 뒤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고시원 밖으로 여성을 데리고 가는데요.

화면 속 여성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던 유 모씨의 여자친구.

하지만 화면 속 남성은 유씨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 (음성변조) : "(유씨의) 여자 친구가 술에 많이 취해서 저희 고시원 복도를 계속 돌아다녔어요. 방을 못 찾고. "

함께 자고 있던 여자친구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유씨는 고시원에 설치된 CCTV부터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의문의 남성이 술에 취한 여자 친구와 함께 고시원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 (음성변조) : "많이 놀랐죠. 왜냐면 전혀 모르는 입실자분이, 친분도 없었던 분인데 갑작스럽게 둘이 같이 나가는 모습을 보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CCTV 속 남성은 이곳에 살고 있는 대학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고시원 계약서에 적힌 남성의 신원을 확인했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주민번호와 핸드폰 그리고 주소의 뒷자리숫자가 모두 같았습니다.

<인터뷰> 이동욱(경사/서울광진경찰서 자양4파출소) : "(신원확인 결과) 확인이 안 되는 사람으로 나오고 (대학생이) 밤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고 생활이 불규칙한 것 같다, 거기서 의심을 (했습니다.)"

여자 친구를 데리고 사라진 의문의 20대 남성.

경찰은 고시원 인근에 잠복하며 남성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 실종사건은 반나절 만에 끝났습니다.

근처 숙박업소에서 잤다며 여자친구가 고시원을 찾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자신의 신원을 허위로 적어둔 남성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이 사람이 범죄 (용의) 선상에 있는 사람이거나 수배자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시작하게됐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경찰은 다시 고시원을 찾았습니다.

때마침 고시원에 돌아와 있던 남성은 자신은 술 취한 여성을 도와줬을 뿐이라며 억울해 했는데요.

술에 취한 여성이 고시원으로 잘못 들어온 것이라 생각해 차비까지 주며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전부 사실이었습니다.

<녹취> 고시원 관계자 (음성변조) : "그분의 토사물이나 이런 것들을 다 치워주시고, 그분에게 5만 원을 주고 숙박업소나 집에 가라고 돈을 쥐어서 보내드렸더라고요. "

의문의 남성은, 25살 정모씨로 자신을 대학생이라 밝혔습니다.

경찰은 정씨의 신분조회를 하면서 정씨의 방을 들여다봤는데요.

그런데 방안 풍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자기 호실에 가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기 책상에 놓여있는 휴대폰 80여 대, 노트북, 다량의 고가의 시계 등이 발견돼 현장에서 긴급체포하게 됐습니다."

술에 취한 여성을 도와준 친절한 남성.

하지만 그의 또 다른 모습은 스마트폰 전문 절도범이었던 겁니다.

새벽 4시쯤 서울의 한 찜질방인데요.

곤히 자는 사람들 주변을 서성이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남자, 바로 정씨입니다.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자는 사람을 발견하자 그 옆에 나란히 눕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재빨리 일어납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습니다.

정씨의 대담한 행각은 식당에서도 이어집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옆자리로 슬금슬금 다가갑니다.

그리고 옆자리 손님이 두고 간, 스마트폰을 집어갑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이렇게 훔친 스마트폰만 79대, 찜질방 세 곳에서 하룻밤 사이 스마트폰 17대를 훔치기도 했습니다.

정씨의 대담한 절도 행각은 지난 2월, 한 전자상가에서 노트북을 훔치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동철(노트북 절도 피해자) : "매장에서 다른 손님의 노트북을 설치하고 있었거든요. 정신이 팔려서 앞에 (노트북을) 가져가는 것을 몰랐어요."

정씨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도 범행대상을 물색했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시계가) 1,200만 원 상당인데 자기한테 맞지 않을 것 같아서 700~800(만 원)에 팔겠다고 중고물품 사이트에 글을 올렸더니 (피의자가) 구매하겠다(고) (연락했습니다.)"

고가의 시계를 파는 판매자에게 자신이 돈을 보내기 전, 안심할 수 있도록 택배 송장번호를 먼저 보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판매자는 택배회사에 물건을 맡긴 뒤 송장번호를 발급받아 정씨에게 먼저 알려주었고 돈을 입금받을 때까지 배송은 보류시켜두었는데요.

하지만 정씨는 택배회사로 직접 찾아가 알아낸 송장번호로 물건을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다양한 수법을 통해 정씨가 확보한 물건은 최소 1억 원어치가 넘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피의자의) 말로는 부모님하고 의견차이가 있어서 밖으로 나와 혼자 생활을 했고,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

범행은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정씨는 범행수칙을 문서로까지 정리해두었는데요.

고속도로, 골목길 등 CCTV가 있는 장소는 가지 말 것!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을 때는 모자를 쓸 것!

범행을 할 때는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평소와 다른 걸음걸이로 이동할 것 등.

범행대상을 유인하는 순서부터 경찰에게 검거되지 않는 방법까지 인터넷에서 수집한 범행수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영효(경사/서울광진경찰서 강력2팀) : "걸음걸이를 보고 형사들이 동일 인물의, 동일 수법의 용의자라고 판단할 수 없게 하려고 걸음걸이는 쉽게 바꾸지 못하니까 그런 부분까지도 생각했던 걸로 (보입니다.)"

만취한 여성을 도와주고 보호해준 친절한 대학생.

하지만 친절 속에 숨은 또 다른 얼굴에는 범행 수칙까지 세워두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절도범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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