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청소년 게임 중독, 극단적 범죄까지…

입력 2013.10.11 (08:36) 수정 2013.10.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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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남의 한 아파트에서 고등학생이 주차장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아파트 세 채와 주차된 차량들이 불에 타는 등 모두 2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자칫하면 인명피해까지 발생할뻔 했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학생이 인터넷 게임에 지고 나서 홧김에 불을 질렀다면서요?

<기자 멘트>

인터넷게임을 하다 진 것뿐인데 게임에 졌다고 그 화풀이를 다른 곳에 한 건데요.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다 보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가상 세계에서 벌이던 행동들을 현실에서 버젓이 저지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인터넷 게임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보니 이제는 우려의 차원을 넘어 실제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건데요.

아파트 방화로 이어진 인터넷 중독 뉴스따라잡기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사람들이 잠든 지난 5일 새벽 2시쯤, 경남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4층 높이까지 새까맣게 그을린 흔적들이 당시 화재가 얼마 나 컸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밤에 갑자기 펑 터져서 전부 다 정신도 없었지. 그게... 저는 7층인데도 그래요. (7층은 괜찮고요?) 아니. 안 괜찮아요. 엉망진창인 데... 불이 엄청 컸어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은 이 아파트 입구에서 시작됐습니다.

강력한 폭발음을 함께 치솟은 불길은 순식간에 차량 넉 대에 옮겨 붙었고, 아파트 세 채까지 집어 삼켰던 건데요.

하마터면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그때 안 자고 있었는데 막 시끄러운 거예요. 창문도 흔들리고 그래서 나는 태풍이 오는 줄 알았어요.“

새벽에 한바탕 대피 소동을 벌여야 했다는 주민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경찰은 누군가에 의한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는데요.

화재가 일어나기 몇 분 전, 아파트 입구를 어슬렁거리는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3팀) : “피의자가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를 가지고 신문지에 (불을) 붙여서 오토바이 뒤 바구니에 있던 공간에 놓았는데 오토바이 (기름통에) 불이 붙은 게...“

아파트 세 채와 승용차 넉 대 등 무려 2억 원의 재산피해를 낳은 큰 화재였는데요.

경찰은 이 아파트 근처에 살고 있는 15살 이 모 군을 방화범으로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3팀) : “자기(피의자 이 군은)는 불을 질러놓고 확인을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군은 당시 아파트 입구에 있던 오토바이에 불을 질렀고, 이후 오토바이의 기름통이 폭발하면서 대형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 3팀) : “학생 성향으로 봐서는 게임을 즐겨 하는데 공부도 알아서 잘하는 그런 학생으로 보였습니다. (부모님과 문제가 있진 않았나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평소 학교생활도 착실한 편이었고, 공부도 곧잘 했다는 이 군.

도대체 왜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걸까요?

혹시, 최근 이 군에게 힘든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확인해봤는데요.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3팀) : “다섯 차례 게임을 했다고... 연속적으로... 한 게임당 30~4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임을 집 에서만 한 것인가요?)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집으로 와서 두 차례를 더하 다가 거기서도 연속적으로 패하니까...“

불이 난 시간은 새벽 1시 반, 이 군은 이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 왜 아파트 주차장으로 간 걸까요?

경찰조사에서 이 군은 집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인터넷 게임을 했었다고 진술했는데요.

사건 당일, 이 군은 집 근처에 있는 PC방에서 게임을 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PC방 관계자(음성변조) : “고등학생들은 기본 3~4시간 하고요. 중학생들 은 1~2시간 정도. (피의자 이 군은 그날도 한 3시간가량 하고 갔나요?) 그날은 한 1시간 20분가량 하고 갔네요.“

이 군은 집에 와서도 게임에서 손을 놓지 못했던 건데요.

3시간 동안 줄곧 했다는 게임! 총으로 상대방을 공 격해 쓰러뜨리는 식으로, 잔혹한 묻지마 식의 살인게임이었습니다.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3팀) : “피의자는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연속적으로 패하자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아파트 통로에 있던 오토바이에 불을 질러서 (기름통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지난 3월에는 가족모임에서 난데없이 흉기를 휘둘러 한 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크게 다치게 한 열아홉 살, 김 모 군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김 군의 폭력적인 성향은 자주 즐기던 게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끔찍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게임중독! 문제는, 게임 중독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스마트폰 대중화가 한 몫을 하고 있는데요.

인터넷 중독의 대부분은 게임 중독!

지난해, 인터넷사용실태 조사해봤더니,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이 1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홍현주(교수/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과) : “스마트폰이 컴퓨터에 비해서 접근성이 굉장히 좋죠. 그러니까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쉽게 빠져 드는 것 같아요. (게임중독은)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잔인한 게임이 어린 학생들의 정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중독 예방교육을 하는 한 교육기관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박미란(기획실장/놀이미디어교육센터) : “(아이들이) 판단력이 서기 전에 인터넷 게임에 지나치게 노출되면서 스스로 현실과 가상 세계를 분별할 수 있는 힘 을 많이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사람을 죽이는 그림을 아무렇지 않게 그리는가 하면,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적개심 을 드러내는 것을 그림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자의 뇌를 검사해봤더니, 정상인에 비해 합리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부위와 감정 등을 조절하는 부위가 자극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상은(교수/분당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 “(게임 중독자들은) 자기 조절 이 안 되는 것이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 중독자들은) 강력한 것을 원한단 말이에요. 그게 뇌의 보상기관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따라서 이는 ADHD, 즉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충동조절장애로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뇌의 이상부위가 마약 중독자들의 뇌의 이상부위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입니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는 게임중독, 범죄로까지 이어지며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는 만큼, 가족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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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청소년 게임 중독, 극단적 범죄까지…
    • 입력 2013-10-11 08:37:58
    • 수정2013-10-11 09: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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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남의 한 아파트에서 고등학생이 주차장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아파트 세 채와 주차된 차량들이 불에 타는 등 모두 2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자칫하면 인명피해까지 발생할뻔 했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학생이 인터넷 게임에 지고 나서 홧김에 불을 질렀다면서요?

<기자 멘트>

인터넷게임을 하다 진 것뿐인데 게임에 졌다고 그 화풀이를 다른 곳에 한 건데요.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다 보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가상 세계에서 벌이던 행동들을 현실에서 버젓이 저지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인터넷 게임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보니 이제는 우려의 차원을 넘어 실제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건데요.

아파트 방화로 이어진 인터넷 중독 뉴스따라잡기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사람들이 잠든 지난 5일 새벽 2시쯤, 경남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4층 높이까지 새까맣게 그을린 흔적들이 당시 화재가 얼마 나 컸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밤에 갑자기 펑 터져서 전부 다 정신도 없었지. 그게... 저는 7층인데도 그래요. (7층은 괜찮고요?) 아니. 안 괜찮아요. 엉망진창인 데... 불이 엄청 컸어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은 이 아파트 입구에서 시작됐습니다.

강력한 폭발음을 함께 치솟은 불길은 순식간에 차량 넉 대에 옮겨 붙었고, 아파트 세 채까지 집어 삼켰던 건데요.

하마터면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그때 안 자고 있었는데 막 시끄러운 거예요. 창문도 흔들리고 그래서 나는 태풍이 오는 줄 알았어요.“

새벽에 한바탕 대피 소동을 벌여야 했다는 주민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경찰은 누군가에 의한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는데요.

화재가 일어나기 몇 분 전, 아파트 입구를 어슬렁거리는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3팀) : “피의자가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를 가지고 신문지에 (불을) 붙여서 오토바이 뒤 바구니에 있던 공간에 놓았는데 오토바이 (기름통에) 불이 붙은 게...“

아파트 세 채와 승용차 넉 대 등 무려 2억 원의 재산피해를 낳은 큰 화재였는데요.

경찰은 이 아파트 근처에 살고 있는 15살 이 모 군을 방화범으로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3팀) : “자기(피의자 이 군은)는 불을 질러놓고 확인을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군은 당시 아파트 입구에 있던 오토바이에 불을 질렀고, 이후 오토바이의 기름통이 폭발하면서 대형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 3팀) : “학생 성향으로 봐서는 게임을 즐겨 하는데 공부도 알아서 잘하는 그런 학생으로 보였습니다. (부모님과 문제가 있진 않았나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평소 학교생활도 착실한 편이었고, 공부도 곧잘 했다는 이 군.

도대체 왜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걸까요?

혹시, 최근 이 군에게 힘든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확인해봤는데요.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3팀) : “다섯 차례 게임을 했다고... 연속적으로... 한 게임당 30~4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임을 집 에서만 한 것인가요?)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집으로 와서 두 차례를 더하 다가 거기서도 연속적으로 패하니까...“

불이 난 시간은 새벽 1시 반, 이 군은 이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 왜 아파트 주차장으로 간 걸까요?

경찰조사에서 이 군은 집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인터넷 게임을 했었다고 진술했는데요.

사건 당일, 이 군은 집 근처에 있는 PC방에서 게임을 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PC방 관계자(음성변조) : “고등학생들은 기본 3~4시간 하고요. 중학생들 은 1~2시간 정도. (피의자 이 군은 그날도 한 3시간가량 하고 갔나요?) 그날은 한 1시간 20분가량 하고 갔네요.“

이 군은 집에 와서도 게임에서 손을 놓지 못했던 건데요.

3시간 동안 줄곧 했다는 게임! 총으로 상대방을 공 격해 쓰러뜨리는 식으로, 잔혹한 묻지마 식의 살인게임이었습니다.

<인터뷰> 전종섭(경위/경남 진주경찰서 강력3팀) : “피의자는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연속적으로 패하자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아파트 통로에 있던 오토바이에 불을 질러서 (기름통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지난 3월에는 가족모임에서 난데없이 흉기를 휘둘러 한 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크게 다치게 한 열아홉 살, 김 모 군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김 군의 폭력적인 성향은 자주 즐기던 게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끔찍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게임중독! 문제는, 게임 중독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스마트폰 대중화가 한 몫을 하고 있는데요.

인터넷 중독의 대부분은 게임 중독!

지난해, 인터넷사용실태 조사해봤더니,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이 1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홍현주(교수/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과) : “스마트폰이 컴퓨터에 비해서 접근성이 굉장히 좋죠. 그러니까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쉽게 빠져 드는 것 같아요. (게임중독은)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잔인한 게임이 어린 학생들의 정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중독 예방교육을 하는 한 교육기관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박미란(기획실장/놀이미디어교육센터) : “(아이들이) 판단력이 서기 전에 인터넷 게임에 지나치게 노출되면서 스스로 현실과 가상 세계를 분별할 수 있는 힘 을 많이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사람을 죽이는 그림을 아무렇지 않게 그리는가 하면,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적개심 을 드러내는 것을 그림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자의 뇌를 검사해봤더니, 정상인에 비해 합리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부위와 감정 등을 조절하는 부위가 자극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상은(교수/분당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 “(게임 중독자들은) 자기 조절 이 안 되는 것이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 중독자들은) 강력한 것을 원한단 말이에요. 그게 뇌의 보상기관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따라서 이는 ADHD, 즉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충동조절장애로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뇌의 이상부위가 마약 중독자들의 뇌의 이상부위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입니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는 게임중독, 범죄로까지 이어지며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는 만큼, 가족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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