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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냉장고에 넣는 시대

이제 '전장고'는
필수품이다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듯, 전기를 보관하는 게 바로 '전장고(전기+저장고)'. 태양광 발전기 등으로 자체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개념이다. 오늘은 전기차를 충전했다. 이제 전기차는 한 번 충전에 천km 넘게 달릴 수 있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을 거쳐 신의주까지 갈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이번 주는 멀리 갈 일이 없어 전기가 많이 남는다.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팔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이번 겨울엔 아버지 댁 전장고로 300kW쯤 보내드렸고 급전(전기)이 필요한 친구에게 400kW를 빌려주기도 했다.

전장고가 있다면 자동 검침 시스템(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은 필수! AMI는 집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전력 소비량이 급증한다는 경고창이 떠 확인해보니, 범인은 오늘 아침 출근할 때 미처 끄지 못하고 나온 TV. 간단한 조작으로 TV를 끈 뒤 냉장고를 절전모드로 전환시켜 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곧 다가올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시대의 풍경이다. 스마트 그리드란 IT 기술을 활용해 전력 생산과 소비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망이다. 기존 전력망과 가장 큰 차이점은 각 가정의 전력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수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 전력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소비자도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전기를 아끼고 사용 패턴에 따라 유리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각 가정이 전기를 자체 생산함과 동시에 전기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 우리는 이것을 '스마트 홈'이라 부른다. 이 '스마트 홈'이 모이면 '스마트 타운'이 되고, '스마트 타운'이 모여 거대한 전력망을 이룬 것, 그것이 바로 '스마트 그리드'다.

제주는 '스마트 그리드' 도시를 꿈꾼다

제주는
'스마트 그리드' 도시를 꿈꾼다

그 첫걸음은 AMI 계량기. 한국전력공사는 2018년까지 제주의 모든 가구에 AMI 계량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도내 3가구 중 1가구꼴로 시범 설치돼있는 AMI 계량기는 원격으로 전기 사용량을 확인해 이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정확한 전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 늘 장기 예측 수요량보다 15% 이상 많이 생산할 필요도 없어진다. 신재생 에너지 '자립'은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탄소 없는 섬'은
세 개의 축을 통해 완성된다.

먼저 전기차. 제주도는 한전과 협력해 전기차 장려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3천 7백 대 수준인 제주도 내 전기차를 2030년까지 37만 대로 백배 가량 늘릴 계획. 여기에 17만여 가구와 공용 주차장, 감귤 농원 부지 등에 모두 1,140메가와트(MW)급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제주 해안 곳곳에 대규모 풍력 발전 단지가 조성되면 2,350메가와트(MW)급 규모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 정도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만으로 제주도의 모든 전기를 공급하고도 남는 규모다.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 100% 전환'에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이 갖춰지면 제주도는 명실상부한 '탄소 없는 섬'이 완성되는 셈이다.

물론 순탄치만은 않다

풍력 발전 단지는 화력 발전소보다 넓은 면적이 필요해 입지 확보가 어렵다. 제주도청 에너지산업과 김영길 팀장은 지역 사회가 풍력 발전기 설치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풍력 사업 매출액의 일부를 주민에게 돌려주는 '이익 공유화'가 그 좋은 예다. 제주 '행원리'는 이익 공유화 사업에 신청해 육상 풍력 단지를 유치한 뒤 매년 최대 10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음이 심한 풍력 발전 단지를 마을에 들이는 대신, 주민은 수익금을 받아 나눠 갖는 식이다.

기술 발전이 급선무

전기차는 앞서 말한 것처럼 배터리 가격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충전 시간 등이 개선돼야 한다. 보조금 없이 설치하기에는 너무 고가인 일반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도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해야 미래가 밝다. 신재생 에너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력저장장치(ESS)도 아직 상용화하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

신재생 에너지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은 2015년에 이미 석탄 발전량을 넘어섰다. 지구엔 매일 50만 개의 태양광 발전기가 들어서고, 중국에선 1시간마다 2개의 풍력 발전기가 세워지는 실정. 이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기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40년까지 석탄 발전량이 줄지 않고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

제주가 '탄소 제로'에 발 벗고 나선 건 사실 위기의식 때문이다. 제주는 섬의 특성상 대규모 유류 저장 기지 설립이 어려워 전기 발전 비용이 육지보다 3배 이상 비싸다. 또 전력의 40% 가까이 육지에서 공급받다 보니 에너지 안정성도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제주는 그 어느 곳보다 바람과 햇빛이 강하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그 어느 지역보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갈증이 강할 수밖에 없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이 섬이 '탄소 제로'를 꿈꾸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2030년까지 제주 모든 지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이른바 전기차 '사각지대'를 없앨 계획이다. 또 실시간 전력 파악이 가능한 AMI기기를 전 세대에 무상으로 달아주기로 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전력저장장치(ESS) 개발과 보급 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한반도의 실험실

제주가 가파도를 통해 '탄소 제로'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듯, 대한민국은 지금 제주의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가 신재생 에너지로만 움직일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전체에 그 기술과 인프라를 확장하는 건 시간 문제기 때문이다.

탄소 없는 섬, Carbon Free Island! 이제 제주의 희망을 넘어 우리 모두의 푸른 꿈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로고이 디지털 콘텐츠는 한국전력공사의 협찬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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