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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불혼

II

결혼
자본주의

II 01

유전결혼
무전불혼

지난 4월 말,
서울 대림역 근처의 한 예식장을 찾았다.

높이는 3층 남짓. 지은 지 20년은 넘어 보였다.
공간은 턱없이 좁았다. 홀은 2개 뿐.
넓은 홀이 130석 밖에 되지 않았다.
결혼 성수기인데도 예약은 거의 없었다.
“이번주 토요일은 한 커플만 예약됐어요.
지역 특성상 중국 분들이 주로 이용하세요"

“혼인율이 떨어진 것은
 잘 모르겠네요”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예식장은 사정이 다를까?
코엑스에서 열린 웨딩박람회를 찾아가 결혼 상담을 받아봤다.
내년 초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상담사는 결혼 준비를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강남권에 있는 식장은 빨리 마감돼요.
특히 12시에서 2시 사이 '골든타임'은 정말 빨리 잡으셔야 해요.
강남 예식장은 길게는 1년 전부터도 예약하세요."

한 웨딩플래너에게 물었다.
"요즘 결혼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는데 느껴지시나요?"
답은 놀랍게도 'NO'였다. "사실 체감이 잘 안 돼요. 저희가
접하는 고객층이 아무래도...결혼 연령대가 높아지긴 했지만
혼인율이 낮아진 건 잘 모르겠네요."

지역에 따라 사뭇 다른 예식장 풍경. 왜 그럴까?

KBS가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과 분석했다.
20~39세 청년층으로 대상을 좁혀 소득에 따라 혼인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살펴봤다.
혼인율은 소득 4분위(하위 40%) 이하에서는 소득 수준과의 상관 관계가 별로 없었지만,
중간층인 5분위부터는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1분위는 26%선에 그쳤지만 10분위는 82%를 넘어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소득 수준에 따른 혼인율

(단위:%)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16년 8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분석

결혼 의향이 없는 남녀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혼자 사는게 편해서”라는 답이 27%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대답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였다.

남성의 경우 “혼자 사는게 편해서”라는 응답보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가 더 높았다.

25~39세는 “혼자 사는게 편해서”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라는 답보다 조금씩 더 많았지만,
20~24세는 경제적 부담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청년들이
괜한 엄살을 부리는 건
아닐까?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단위:%)

자료: KBS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 2017년 5월

II 02

엄살이
아닙니다

76살
박경자 할머니는 말한다.

“나 때는 사글세방에 이불 하나만 갖고 시작했지.
요즘 사람들은 패기가 없어.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는데...”

96년10월10일 동아 7면
94년1월27일 동아27면
90년3월25일 한겨레 11면

결혼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패기만 갖고
결혼할 수 있을까?

한 결혼정보회사가 발표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를 보면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부부 500쌍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6,332만 원이다.
주택 비용이 1억8,640만원으로 전체 비용의 71%를 차지했다.
다음은 혼수 비용, 예식 비용 순이었다.
결혼 비용 분담률은 남성이 65%, 여성이 35%였다.

평균 결혼비용 (2억 6,332만 원)

자료: 듀오웨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

결혼비용 분담

자료: 듀오웨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

평균 결혼비용

(증가지수)

자료: (주)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 2005~2011년,
    한국소비자원 2003년

1인당 국민총소득

(증가지수)

자료: 한국은행 2003년~2017년

결혼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03년 평균 9,088만 원이던 결혼 비용은 14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었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소득은 1,686 만원에서 2배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벌이에 비해 결혼 비용이 더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중요한 건
집값

가장 크게 오른 항목은 집값이었다. 평균 6,226만 원이던 주택 마련 비용은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예식과 혼수 비용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주택비 증가폭에는 못 미쳤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들도 집값이 두렵긴 마찬가지다. KBS 설문조사 결과,
‘결혼을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되는 항목'으로 ‘주거비용’을 꼽은 사람이 68%로 가장 많았다.

예비 부부가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 부딪히는 가장 큰 벽인 셈이다.
그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제로 집을 구하러 나서봤다.

항목별 결혼비용 증가 추이

(단위:원)

자료: 한국소비자원 2003년, (주)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 2005~2011년

II 03

억 소리 두 번 나는
집값

“전세 매물이요? 지금은 나와 있는 게 2개밖에 없어요.
그나마 싼 게 4억 정도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찾아가 문의해봤다.
지은 지 17년 된 공급면적 84제곱미터(24평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4억 원을 넘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년 사이에 매매가가 1억 5천만 원 올랐어요. 당연히 전세도 같이 오르지.
지은 지 오래됐어도 교통이 좋은 곳은 비쌀 수밖에 없어.”

대기업 신입도 8년 동안
한 푼 안 쓰고 모아야

아파트를 포기하고,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부동산 시세정보업체 ‘로빅’ 조사를 보면, 서울 다세대·연립의
1제곱미터 당 평균 전셋값은 385만 원. 2012년 245만 원에서
50% 넘게 올랐다. 66제곱미터(20평형)가 2억 5,400만 원이다.

올해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3,325만 원(잡코리아, 대기업 55개사 조사 결과). 8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겨우 마련한다는 얘기다. 대출이나 부모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셋값

(단위: 원/1제곱미터 당 평균)

자료: 연립ㆍ다세대주택 가격 정보업체 로빅

훌쩍 뛰는 집값에
너도 나도 탈서울

오지수(27)씨

결혼 3년차인 오지수(27)씨는 비싼 집값 탓에 이른바 ‘탈서울’을 했다. “서울은 전셋값이 대부분
3억을 넘어서 구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결국 연고도 없는 경기도 광주에 1억짜리 빌라를 구했다.
안 그래도 생활비에 자동차 값, 보험료도 부담되는데 대출까지 받으면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다.
대신 서울 송파에 위치한 회사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리는 출퇴근을 감내해야 한다.

신혼 전셋집을 구한다면 얼마나 저축해야 할까? (신혼집 전셋값 계산기)

Q1. 마련할 신혼집을 선택해보세요

  • 서울 중랑구 빌라
    (7평형)
    000 만 원/월 총 1억4,000 만 원
  • 서울 마포구 아파트
    (25평형)
    000 만 원/월 총 3억8,000 만 원
  • 경기 부천시 빌라
    (9평형)
    000 만 원/월 총 7,000 만 원
  •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18평형)
    000 만 원/월 총 1억8,000 만 원
  • 광주 광산구 아파트
    (25평형)
    000 만 원/월 총 2억  원
Q2. 현재 저축한 돈과 부모님께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은 대략 얼마인가요?
Q3. 예상하는 결혼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단 전셋값은 현재 시세에서 2016년 상승률 기준으로 연 평균 2.8% 오를 것으로 가정하고
저축액은 KB국민은행 3년 만기 적금 금리 연 1.8%를 적용한 수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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