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강의 팝니다”…수강신청 대란, 은밀한 거래 기승

입력 2018.03.05 (08:37) 수정 2018.03.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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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학생들에게 학기 초 가장 신경 쓰이고, 민감한 일이 있죠.

바로 수강신청입니다.

명절 열차표나 유명 콘서트 표 예매 못지 않게 수강신청 날이면 대학가마다 그야말로 '클릭 전쟁'이 벌어집니다.

꼭 필요한 수업을 듣거나 인기 강의를 듣기 위해 선착순 경쟁을 벌이는 건데요.

언제부턴가 돈을 주고 수강신청을 사고파는 일까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기 강의의 경우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값이 매겨지기도 합니다.

지성의 전당에서 씁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새 학기가 시작된 분주한 대학가.

이맘 때면 같은 학교 학생끼리 사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 글입니다.

특정 강의 수강신청을 사고 판다는 내용입니다.

5만 원에서 십만 원이 넘는 금액까지 거래 조건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수강신청을 구매한다는 글을 올린 한 대학생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2학년 수강 신청일이 되기도 전에 전공 강의가 전부 다 마감이 되서 제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학교를 한 학기나 1년 정도 더 다녀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었어요.”]

이번 학기에 원하는 전공 수업을 듣지 못하면 본인이 계획하던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4학년부터 수강신청을 차례로 하는데, 2학년인 자신의 수강신청 날에는 이미 원하는 강의의 정원이 다 차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글을 올려 필요한 강의를 겨우 수강했습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전공 수업을 5만 원 정도에 샀어요. (2년 동안 그렇게 얼마를 쓴 거예요?) 15만 원 정도 썼어요.”]

또 다른 대학생도 비슷한 이유에서 학기 초 수강신청을 사고 파는 게 흔한 일이 됐다고 합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신청하는 인원 수가 많다 보니까 애초에 전체 정원보다 오버되는 경우도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전체 정원이 다 오버 되어버린 경우죠.”]

수강신청 거래는 개강 직후 수강신청 변경 기간인 이맘 때 가장 기승을 부립니다.

거래 방법은 치밀합니다.

서로 약속한 시간에 판매자가 수강신청을 취소하고, 구매자는 그 순간 곧바로 취소된 강의를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혹시 다른 학생이 취소된 강의를 신청할까봐 새벽 시간대 교환이 이뤄집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동시에 그 사람이 버리면 제가 사람이 줍는 식으로. 새벽 두 시쯤? 하면 안 되고요. 두시 43분 이런 식으로.”]

거래 가격도 다양합니다.

졸업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이수 과목일수록, 정원이 적고 인기 과목일수록, 비싼 값에 거래됩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제 친구 저번에 15만 원 주고 하나 샀는데. 엄청나게 급박한 상황이었어요.”]

[대학생/음성변조 : “게시글에 몇 개 올라온 거 본 적 있었어요. 3~5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도 있고 넘어가는 것도 있다고…….”]

이런 거래 관행을 돈벌이로 악용하는 사례까지 암암리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휴학생 등이 필요도 없는 강의를 수강신청해놓고, 돈을 주고 파는 경우입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휴학하거나 군대 가는 애들이 (수강 신청을) 해놓고 그걸로 돈 벌려고. 의도적으로 하는 애들도 있어요.”]

[대학생/음성변조 : “아예 상관이 없는 과 학생이 수강신청해서 팔 수도 있는 거니까. 그 사람이 사면서 다른 사람이 못 듣는 거잖아요.”]

수강신청 거래가 반복되자 각 대학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입니다.

강의 매매가 적발될 시 학칙에 따라 징계를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비밀리에 이뤄지는 거래를 찾아내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 대학의 경우 새벽 시간대 수강신청 홈페이지 접속을 아예 차단했습니다.

또, 수강신청을 취소하는 시간과 취소된 강의를 재신청하는 시간에 제한을 두면서 1대1 강의 교환을 어렵게 했습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제한)했는데 그래도 이제 빈틈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일부 대학에선 수강신청을 선착순 방식이 아닌 마일리지 제도로 변경했습니다.

꼭 듣고 싶은 강의에 더 많은 마일리지를 배분해 신청하는 방법인데, 학교는 마일리지가 높은 학생순으로 강의 수강 자격을 줍니다.

선착순 신청이 아니다보니 강의를 사고 파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강의 선택의 제약이 많다는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합니다.

매 학기 초마다 수강신청 전쟁은 이제 대학가의 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농사'가 달려 있다며 수강신청에 사활을 겁니다.

[미국 유학생 : “(미국 대학은) 전공 과목 같은 경우 미리 학과에서 들어야할 과목이 정해져 있어서 관리해주시는 분에게 가서 승인을 받고. 나머지 교양과목 같은 경우는 조금 경쟁이 있긴 한데 수강신청을 하는 건 (한국보다) 그리 어렵진 않은 것 같아요.”]

각 대학교 측에선 매학기 반복되는 수강 신청 전쟁의 원인을 특정 강의 쏠림 현상에서 찾습니다.

인기 강의, 그리고 소위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강의에 학생들이 몰린다는 건데요.

[OO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학점에) 도움 되는 과목이나 취직이 잘 되는 과목들은 과목에 얼마씩 해서 학생들이 매매를 많이 하는 상황이 있는데…….”]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원하는 강의의 정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 천차만별인 강의의 질도 원인이라고 반박합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좋은 교수님을 잡으려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도 있는데 강의 자체가 넉넉하게 수요가 나지 않으니까 불만은 있죠.”]

[OO대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확실히 공급이 어느 정도 많기는 해요. 하지만 공급의 질이 학생들의 수요를 따라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약간은 있죠. 학생들은 듣고 싶은 강의가 있는데 그 강의가 충분하지 못하고…….”]

매 학기 당연한 풍경처럼 반복되고 있는 수강신청 대란.

학교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소모적인 경쟁일 줄일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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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강의 팝니다”…수강신청 대란, 은밀한 거래 기승
    • 입력 2018-03-05 08:56:52
    • 수정2018-03-05 10: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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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학생들에게 학기 초 가장 신경 쓰이고, 민감한 일이 있죠.

바로 수강신청입니다.

명절 열차표나 유명 콘서트 표 예매 못지 않게 수강신청 날이면 대학가마다 그야말로 '클릭 전쟁'이 벌어집니다.

꼭 필요한 수업을 듣거나 인기 강의를 듣기 위해 선착순 경쟁을 벌이는 건데요.

언제부턴가 돈을 주고 수강신청을 사고파는 일까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기 강의의 경우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값이 매겨지기도 합니다.

지성의 전당에서 씁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새 학기가 시작된 분주한 대학가.

이맘 때면 같은 학교 학생끼리 사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 글입니다.

특정 강의 수강신청을 사고 판다는 내용입니다.

5만 원에서 십만 원이 넘는 금액까지 거래 조건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수강신청을 구매한다는 글을 올린 한 대학생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2학년 수강 신청일이 되기도 전에 전공 강의가 전부 다 마감이 되서 제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학교를 한 학기나 1년 정도 더 다녀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었어요.”]

이번 학기에 원하는 전공 수업을 듣지 못하면 본인이 계획하던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4학년부터 수강신청을 차례로 하는데, 2학년인 자신의 수강신청 날에는 이미 원하는 강의의 정원이 다 차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글을 올려 필요한 강의를 겨우 수강했습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전공 수업을 5만 원 정도에 샀어요. (2년 동안 그렇게 얼마를 쓴 거예요?) 15만 원 정도 썼어요.”]

또 다른 대학생도 비슷한 이유에서 학기 초 수강신청을 사고 파는 게 흔한 일이 됐다고 합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신청하는 인원 수가 많다 보니까 애초에 전체 정원보다 오버되는 경우도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전체 정원이 다 오버 되어버린 경우죠.”]

수강신청 거래는 개강 직후 수강신청 변경 기간인 이맘 때 가장 기승을 부립니다.

거래 방법은 치밀합니다.

서로 약속한 시간에 판매자가 수강신청을 취소하고, 구매자는 그 순간 곧바로 취소된 강의를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혹시 다른 학생이 취소된 강의를 신청할까봐 새벽 시간대 교환이 이뤄집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동시에 그 사람이 버리면 제가 사람이 줍는 식으로. 새벽 두 시쯤? 하면 안 되고요. 두시 43분 이런 식으로.”]

거래 가격도 다양합니다.

졸업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이수 과목일수록, 정원이 적고 인기 과목일수록, 비싼 값에 거래됩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제 친구 저번에 15만 원 주고 하나 샀는데. 엄청나게 급박한 상황이었어요.”]

[대학생/음성변조 : “게시글에 몇 개 올라온 거 본 적 있었어요. 3~5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도 있고 넘어가는 것도 있다고…….”]

이런 거래 관행을 돈벌이로 악용하는 사례까지 암암리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휴학생 등이 필요도 없는 강의를 수강신청해놓고, 돈을 주고 파는 경우입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휴학하거나 군대 가는 애들이 (수강 신청을) 해놓고 그걸로 돈 벌려고. 의도적으로 하는 애들도 있어요.”]

[대학생/음성변조 : “아예 상관이 없는 과 학생이 수강신청해서 팔 수도 있는 거니까. 그 사람이 사면서 다른 사람이 못 듣는 거잖아요.”]

수강신청 거래가 반복되자 각 대학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입니다.

강의 매매가 적발될 시 학칙에 따라 징계를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비밀리에 이뤄지는 거래를 찾아내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 대학의 경우 새벽 시간대 수강신청 홈페이지 접속을 아예 차단했습니다.

또, 수강신청을 취소하는 시간과 취소된 강의를 재신청하는 시간에 제한을 두면서 1대1 강의 교환을 어렵게 했습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제한)했는데 그래도 이제 빈틈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일부 대학에선 수강신청을 선착순 방식이 아닌 마일리지 제도로 변경했습니다.

꼭 듣고 싶은 강의에 더 많은 마일리지를 배분해 신청하는 방법인데, 학교는 마일리지가 높은 학생순으로 강의 수강 자격을 줍니다.

선착순 신청이 아니다보니 강의를 사고 파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강의 선택의 제약이 많다는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합니다.

매 학기 초마다 수강신청 전쟁은 이제 대학가의 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농사'가 달려 있다며 수강신청에 사활을 겁니다.

[미국 유학생 : “(미국 대학은) 전공 과목 같은 경우 미리 학과에서 들어야할 과목이 정해져 있어서 관리해주시는 분에게 가서 승인을 받고. 나머지 교양과목 같은 경우는 조금 경쟁이 있긴 한데 수강신청을 하는 건 (한국보다) 그리 어렵진 않은 것 같아요.”]

각 대학교 측에선 매학기 반복되는 수강 신청 전쟁의 원인을 특정 강의 쏠림 현상에서 찾습니다.

인기 강의, 그리고 소위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강의에 학생들이 몰린다는 건데요.

[OO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학점에) 도움 되는 과목이나 취직이 잘 되는 과목들은 과목에 얼마씩 해서 학생들이 매매를 많이 하는 상황이 있는데…….”]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원하는 강의의 정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 천차만별인 강의의 질도 원인이라고 반박합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좋은 교수님을 잡으려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도 있는데 강의 자체가 넉넉하게 수요가 나지 않으니까 불만은 있죠.”]

[OO대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확실히 공급이 어느 정도 많기는 해요. 하지만 공급의 질이 학생들의 수요를 따라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약간은 있죠. 학생들은 듣고 싶은 강의가 있는데 그 강의가 충분하지 못하고…….”]

매 학기 당연한 풍경처럼 반복되고 있는 수강신청 대란.

학교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소모적인 경쟁일 줄일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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