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가 멸종위험종이 된 건 ‘인간’ 때문이다?

입력 2024.03.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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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이면 중국으로 돌아가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지정한 '멸종위험종'입니다.

전 세계 판다 수는 2천5백 마리 가량. 이 가운데 야생 판다는 천8백 마리에 그칩니다.

자이언트 판다는 왜 멸종위험종이 됐을까요?

■ 1900년대 초반 서양에 분 '판다 사냥 열풍'

중국이 자이언트 판다를 '국보'로 관리하며 보호에 힘쓴 건 4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당초 야생 판다는 '대나무숲의 은둔자'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깊은 골짜기의 한정된 구역에만 살아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물이었습니다.

판다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1869년 중국 쓰촨성 바오싱현에서 동식물 표본을 채집하던 프랑스 선교사 아르망 다비드가 사냥꾼으로부터 판다 가죽을 선물 받은 다음부터입니다.

이 판다 가죽이 프랑스 파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처음 전시되자, 서양에서는 '판다 열풍'이 불었습니다.

색다른 생김새와 색깔에 영국과 미국 등의 많은 사냥꾼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판다를 사냥했습니다. 당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두 아들, 시어도어와 커밋도 1926년 중국에서 판다를 사냥하고 기념 사진을 남겼습니다.

중국에서 판다를 사냥한 뒤 시어도어 루즈벨트 주니어와 커밋 루즈벨트가 찍은 기념 사진.중국에서 판다를 사냥한 뒤 시어도어 루즈벨트 주니어와 커밋 루즈벨트가 찍은 기념 사진.

서양인들에게 판다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도 사냥이 늘었습니다.

중국 검찰의 기소 자료를 바탕으로 한 중국 임업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인 사냥꾼들은 1950년부터 1971년까지 판다 서식지 중 하나인 친링 지역 포핑현에서 23마리의 판다를 잡았습니다. 공식 기록 외의 사냥은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1970년대 밀렵이 금지된 이후에도 사냥은 이어졌습니다.

■ 모피 수억 원에 거래…밀렵 금지했지만 여전

2015년 중국 정부가 판다 밀렵꾼에게 압수한 자이언트 판다 가죽2015년 중국 정부가 판다 밀렵꾼에게 압수한 자이언트 판다 가죽

판다 밀렵이 기승을 부리면서, 미국 언론까지 이를 조명했습니다.

1988년 4월 7일 미국 언론이 실은 중국의 판다 밀렵 기사를 보면, 중국 임업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자이언트 판다를 불법 사냥한 혐의로 203명을 체포하고, 146마리의 가죽을 회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생존해있던 야생 판다는 천2백 마리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1/8가량이 밀렵에 희생된 겁니다.

당시 밀렵꾼 26명이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밀렵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밀렵을 해도 중벌을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판다 모피는 일본과 홍콩 등 해외 암시장에서 우리 돈으로 수억 원 상당에 거래됐습니다. 40년 전 물가를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결국, 국제적으로 야생 판다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판다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밀렵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중국 안후이성 양현현에서 산탄총으로 판다를 사냥한 농부가 17년 만에 체포돼 집행유예를 받았고, 2023년에는 판다 밀렵꾼 5명에 대해 중국 법원이 최고 5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했습니다.

■ "모든 밀렵 상황에서 판다 소멸률 증가"

밀렵이 실제로 자이언트 판다 멸종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는 학술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03년 국제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생물학적 대화(Biological Conservation)'에 게재한 '밀렵이 자이언트 판다 보존에 미친 영향(The implications of poaching for giant panda conservation)' 논문에 따르면, 천2백여 마리의 야생 판다 개체 수를 서식 환경에 따라 16개 집단으로 세분화했을 때 모든 밀렵 상황에서 총 개체 수가 감소하고 평균 소멸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성체인 수컷 판다나 새끼 판다보다 성체 암컷 판다를 밀렵하는 것이 평균 멸종 가능성을 더 키우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판다는 새끼를 적게 낳기 때문에 개체 증가율이 매우 낮은 것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밀렵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이전까지 판다 밀렵은 멸종위기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판다 집터를 빼앗은 도시화…대나무 마구잡이 벌목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2015년 보고서에 첨부된 쓰촨성 벌목 장면.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2015년 보고서에 첨부된 쓰촨성 벌목 장면.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도 판다의 멸종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중국 임업국 발표에 따르면, 판다의 주 서식지인 중국 쓰촨성에서 경제개발 시기인 1974년부터 1989년 사이에 판다 서식지인 대나무숲이 50%나 줄었습니다.

1999년 미국에서 발간된 국제 연구 보고서 '중국의 산림과 환경 파괴'에서도, 1998년 중국 정부가 산림 벌목을 정식 금지했지만 연료용 목재 확보와 도시 인프라 건설, 그리고 수력 발전을 위한 댐 건설을 위해 약 23㎢에 이르는 대나무 숲이 개간됐다고 집계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중국 지부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쓰촨성 야안 지역에서 81㎢의 자연림이 벌목돼 판다 서식지가 분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시성 바오지시와 쓰촨성 청두시를 잇는 바오청 열차산시성 바오지시와 쓰촨성 청두시를 잇는 바오청 열차

중국 산시성과 쓰촨성을 잇는 '바오청 철도'는 대표적인 판다 서식지 훼손 사례로 꼽힙니다.

1950년대부터 50년간 약 700km 구간의 철도 건설로 100㎢의 판다 서식지가 파괴됐고, 더는 해당 지역에서 판다를 볼 수 없게 됐다고 중국 정부가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쓰촨성 일대에 묻힌 인광석 개발도 판다의 생존을 위협했습니다.

인광석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널리 쓰이는 리튬인산철의 원료이자, 비료 원료로, 중국은 세계 제1의 인광석 생산국입니다. 2010년 이후 인광석 가격이 t당 100위안 미만에서 t당 500~600위안으로 급등하면서, 중국 정부는 인광석 개발을 위해 판다 자연보호구역의 범위를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경제 개발이 우선시되면서, 중국 스스로 '국보'로 지정한 판다 보호는 뒷전에 둔 겁니다.

['판다와 기후위기' 연관 기사]
푸바오 예비 남편은 누구?…‘신랑 검증’ 다녀왔습니다 [현장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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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다가 멸종위험종이 된 건 ‘인간’ 때문이다?
    • 입력 2024-03-30 07:00:17
    재난·기후·환경

다음 달이면 중국으로 돌아가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지정한 '멸종위험종'입니다.

전 세계 판다 수는 2천5백 마리 가량. 이 가운데 야생 판다는 천8백 마리에 그칩니다.

자이언트 판다는 왜 멸종위험종이 됐을까요?

■ 1900년대 초반 서양에 분 '판다 사냥 열풍'

중국이 자이언트 판다를 '국보'로 관리하며 보호에 힘쓴 건 4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당초 야생 판다는 '대나무숲의 은둔자'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깊은 골짜기의 한정된 구역에만 살아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물이었습니다.

판다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1869년 중국 쓰촨성 바오싱현에서 동식물 표본을 채집하던 프랑스 선교사 아르망 다비드가 사냥꾼으로부터 판다 가죽을 선물 받은 다음부터입니다.

이 판다 가죽이 프랑스 파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처음 전시되자, 서양에서는 '판다 열풍'이 불었습니다.

색다른 생김새와 색깔에 영국과 미국 등의 많은 사냥꾼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판다를 사냥했습니다. 당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두 아들, 시어도어와 커밋도 1926년 중국에서 판다를 사냥하고 기념 사진을 남겼습니다.

중국에서 판다를 사냥한 뒤 시어도어 루즈벨트 주니어와 커밋 루즈벨트가 찍은 기념 사진.
서양인들에게 판다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도 사냥이 늘었습니다.

중국 검찰의 기소 자료를 바탕으로 한 중국 임업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인 사냥꾼들은 1950년부터 1971년까지 판다 서식지 중 하나인 친링 지역 포핑현에서 23마리의 판다를 잡았습니다. 공식 기록 외의 사냥은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1970년대 밀렵이 금지된 이후에도 사냥은 이어졌습니다.

■ 모피 수억 원에 거래…밀렵 금지했지만 여전

2015년 중국 정부가 판다 밀렵꾼에게 압수한 자이언트 판다 가죽
판다 밀렵이 기승을 부리면서, 미국 언론까지 이를 조명했습니다.

1988년 4월 7일 미국 언론이 실은 중국의 판다 밀렵 기사를 보면, 중국 임업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자이언트 판다를 불법 사냥한 혐의로 203명을 체포하고, 146마리의 가죽을 회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생존해있던 야생 판다는 천2백 마리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1/8가량이 밀렵에 희생된 겁니다.

당시 밀렵꾼 26명이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밀렵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밀렵을 해도 중벌을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판다 모피는 일본과 홍콩 등 해외 암시장에서 우리 돈으로 수억 원 상당에 거래됐습니다. 40년 전 물가를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결국, 국제적으로 야생 판다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판다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밀렵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중국 안후이성 양현현에서 산탄총으로 판다를 사냥한 농부가 17년 만에 체포돼 집행유예를 받았고, 2023년에는 판다 밀렵꾼 5명에 대해 중국 법원이 최고 5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했습니다.

■ "모든 밀렵 상황에서 판다 소멸률 증가"

밀렵이 실제로 자이언트 판다 멸종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는 학술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03년 국제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생물학적 대화(Biological Conservation)'에 게재한 '밀렵이 자이언트 판다 보존에 미친 영향(The implications of poaching for giant panda conservation)' 논문에 따르면, 천2백여 마리의 야생 판다 개체 수를 서식 환경에 따라 16개 집단으로 세분화했을 때 모든 밀렵 상황에서 총 개체 수가 감소하고 평균 소멸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성체인 수컷 판다나 새끼 판다보다 성체 암컷 판다를 밀렵하는 것이 평균 멸종 가능성을 더 키우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판다는 새끼를 적게 낳기 때문에 개체 증가율이 매우 낮은 것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밀렵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이전까지 판다 밀렵은 멸종위기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판다 집터를 빼앗은 도시화…대나무 마구잡이 벌목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2015년 보고서에 첨부된 쓰촨성 벌목 장면.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도 판다의 멸종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중국 임업국 발표에 따르면, 판다의 주 서식지인 중국 쓰촨성에서 경제개발 시기인 1974년부터 1989년 사이에 판다 서식지인 대나무숲이 50%나 줄었습니다.

1999년 미국에서 발간된 국제 연구 보고서 '중국의 산림과 환경 파괴'에서도, 1998년 중국 정부가 산림 벌목을 정식 금지했지만 연료용 목재 확보와 도시 인프라 건설, 그리고 수력 발전을 위한 댐 건설을 위해 약 23㎢에 이르는 대나무 숲이 개간됐다고 집계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중국 지부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쓰촨성 야안 지역에서 81㎢의 자연림이 벌목돼 판다 서식지가 분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시성 바오지시와 쓰촨성 청두시를 잇는 바오청 열차
중국 산시성과 쓰촨성을 잇는 '바오청 철도'는 대표적인 판다 서식지 훼손 사례로 꼽힙니다.

1950년대부터 50년간 약 700km 구간의 철도 건설로 100㎢의 판다 서식지가 파괴됐고, 더는 해당 지역에서 판다를 볼 수 없게 됐다고 중국 정부가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쓰촨성 일대에 묻힌 인광석 개발도 판다의 생존을 위협했습니다.

인광석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널리 쓰이는 리튬인산철의 원료이자, 비료 원료로, 중국은 세계 제1의 인광석 생산국입니다. 2010년 이후 인광석 가격이 t당 100위안 미만에서 t당 500~600위안으로 급등하면서, 중국 정부는 인광석 개발을 위해 판다 자연보호구역의 범위를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경제 개발이 우선시되면서, 중국 스스로 '국보'로 지정한 판다 보호는 뒷전에 둔 겁니다.

['판다와 기후위기' 연관 기사]
푸바오 예비 남편은 누구?…‘신랑 검증’ 다녀왔습니다 [현장영상]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09430
[크랩] 푸바오 살 곳은? 신랑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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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떠나는 이유는?…40년 애써도 ‘멸종 위험’
https://mn.kbs.co.kr/news/pc/view/view.do?ncd=7915408
‘판다 보존’ 앞으로가 더 문제…“대나무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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