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죽어가는 시화호

입력 1994.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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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정부의 강력한 환경보호 의지 속에서 이를 지도하고 단속해야 할 일선 행정관청이 앞장서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현장이 KBS의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우리의 고질적인 행정 폐해인 예산타령과 관할 떠넘기기로 거대한 바다호수 일명, 시화호수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의 박선규 기자가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박선규 기자 :

지난 77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서, 현재 천2백여개 업체가 조업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의 반월공단입니다. 맞닿아 있는 바다는, 을 초 시화방조제의 건설로 거대한 호수가 된 일명, 시화바다호수 입니다.

호수의 면적 16만㎡, 이 거대한 바다호수의 한 가운데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아 작은 섬 같은 것이 물결에 따라 쓰러졌다, 다시 섰다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런 섬 같은 모양의 정체는, 놀랍게도 밑에서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물줄기입니다.

가까이 접근해봤습니다. 우선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물의 빛깔도 시커멓게 변해 있어서, 마치 시궁창에서 빠져나오는 물 빛깔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맹렬한 기세로 끊임없이 용솟음쳐 오르는 거대한 물줄기, 이런 물이 24시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옵니다.


백영만 (수도 연구소 사무국장) :

하수구에서 나오는 오수하고 산업폐수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냄새로 봐서는 하수구 냄새도 나고...


박선규 기자 :

물이 솟아나오는 주변과 3km 쯤 거리가 떨어진 지점에서 물을 떠 정밀 분석해봤습니다. COD 즉, 화학적 산소요구량이 각각 88.2와 44.7로 나옵니다. 우리나라 하천가운데서 가장 오염이 심하다는 중랑천의 10.3, 안양천의 10.2와 비교하면은, 이곳의 오염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시화바다호수 전체가 심각하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폐수는 어디에서 내보내고 있는 것인가? 경기도 안산시의 하수 사업소. 반월공단에서 나오는 폐수와 안산시의 생활하수를 모아 처리하는 안산시 산하기관입니다. 완벽한 하수처리를 강조한 표어를 건물 전면에 붙여놓은 사업소. 엄청난 양의 폐수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곳에서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오왕신 (안산 하수사업소 소장) :

물리적 처리법이라고 해가지고 물 흐름을 천천히 흐르게 함으로써 침전시키는 것, 그런 처리밖에 안 되는 거예요, 현재는. 건설부에서 당초 이것을 지을 때 1차 시설을 하고 바로 2차 시설을 지었어야 하는데 자금관계로 지금까지 못한 거예요.


박선규 기자 :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정화처리 해야 하는 폐수를 침전만 시켜서,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입니다. 그렇게 내보내고 있는 양이 하루 12만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엄청난 양의 폐수 방출이 지난 86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왕신 (안산 하수사업소 소장) :

환경 관련 부처에서 다 알고 높은 분들도 다 알아요. 옛날부터 알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박선규 기자 :

사정이 이렇자, 현재 한국수자원공사는, 호수로 방출되는 폐수를 시화방조제 밖으로 빼내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방법은, 호수의 오염을 줄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연안 해협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는 새로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수질 보호 관계자 :

방조제 안으로 방류하나 밖으로 방류하나 똑같다 이겁니다. 왜냐하면 밖으로 버렸을 때 (새로 정화를 않는다면)전에 수질이나 밖으로 나가는 거나 똑같죠, 뭐.


박선규 기자 :

이미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는 시화바다호수. 그러나 이러한 곳에서도 아직 오염이 덜된 지역을 찾아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이 있습니다.


왕소산 (경기도) :

폐수라는 것은 말도 못해요. 요위론 (고기가) 올라오지도 않잖아요. 요위로 올라가 그물을 쳐서 고기가 잡힌다고 해도 먹지 못해요. 냄새가 나가지고.


박선규 기자 :

폐수를 내보내다 적발되면 심한 경우, 업주가 구속되고 상당한 액수의 벌금까지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규정은 민간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안산시는 이 시간에도 아무런 제재없이 엄청난 폐수 방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선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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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죽어가는 시화호
    • 입력 1994-09-05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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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정부의 강력한 환경보호 의지 속에서 이를 지도하고 단속해야 할 일선 행정관청이 앞장서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현장이 KBS의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우리의 고질적인 행정 폐해인 예산타령과 관할 떠넘기기로 거대한 바다호수 일명, 시화호수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의 박선규 기자가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박선규 기자 :

지난 77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서, 현재 천2백여개 업체가 조업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의 반월공단입니다. 맞닿아 있는 바다는, 을 초 시화방조제의 건설로 거대한 호수가 된 일명, 시화바다호수 입니다.

호수의 면적 16만㎡, 이 거대한 바다호수의 한 가운데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아 작은 섬 같은 것이 물결에 따라 쓰러졌다, 다시 섰다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런 섬 같은 모양의 정체는, 놀랍게도 밑에서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물줄기입니다.

가까이 접근해봤습니다. 우선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물의 빛깔도 시커멓게 변해 있어서, 마치 시궁창에서 빠져나오는 물 빛깔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맹렬한 기세로 끊임없이 용솟음쳐 오르는 거대한 물줄기, 이런 물이 24시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옵니다.


백영만 (수도 연구소 사무국장) :

하수구에서 나오는 오수하고 산업폐수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냄새로 봐서는 하수구 냄새도 나고...


박선규 기자 :

물이 솟아나오는 주변과 3km 쯤 거리가 떨어진 지점에서 물을 떠 정밀 분석해봤습니다. COD 즉, 화학적 산소요구량이 각각 88.2와 44.7로 나옵니다. 우리나라 하천가운데서 가장 오염이 심하다는 중랑천의 10.3, 안양천의 10.2와 비교하면은, 이곳의 오염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시화바다호수 전체가 심각하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폐수는 어디에서 내보내고 있는 것인가? 경기도 안산시의 하수 사업소. 반월공단에서 나오는 폐수와 안산시의 생활하수를 모아 처리하는 안산시 산하기관입니다. 완벽한 하수처리를 강조한 표어를 건물 전면에 붙여놓은 사업소. 엄청난 양의 폐수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곳에서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오왕신 (안산 하수사업소 소장) :

물리적 처리법이라고 해가지고 물 흐름을 천천히 흐르게 함으로써 침전시키는 것, 그런 처리밖에 안 되는 거예요, 현재는. 건설부에서 당초 이것을 지을 때 1차 시설을 하고 바로 2차 시설을 지었어야 하는데 자금관계로 지금까지 못한 거예요.


박선규 기자 :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정화처리 해야 하는 폐수를 침전만 시켜서,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입니다. 그렇게 내보내고 있는 양이 하루 12만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엄청난 양의 폐수 방출이 지난 86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왕신 (안산 하수사업소 소장) :

환경 관련 부처에서 다 알고 높은 분들도 다 알아요. 옛날부터 알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박선규 기자 :

사정이 이렇자, 현재 한국수자원공사는, 호수로 방출되는 폐수를 시화방조제 밖으로 빼내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방법은, 호수의 오염을 줄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연안 해협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는 새로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수질 보호 관계자 :

방조제 안으로 방류하나 밖으로 방류하나 똑같다 이겁니다. 왜냐하면 밖으로 버렸을 때 (새로 정화를 않는다면)전에 수질이나 밖으로 나가는 거나 똑같죠, 뭐.


박선규 기자 :

이미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는 시화바다호수. 그러나 이러한 곳에서도 아직 오염이 덜된 지역을 찾아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이 있습니다.


왕소산 (경기도) :

폐수라는 것은 말도 못해요. 요위론 (고기가) 올라오지도 않잖아요. 요위로 올라가 그물을 쳐서 고기가 잡힌다고 해도 먹지 못해요. 냄새가 나가지고.


박선규 기자 :

폐수를 내보내다 적발되면 심한 경우, 업주가 구속되고 상당한 액수의 벌금까지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규정은 민간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안산시는 이 시간에도 아무런 제재없이 엄청난 폐수 방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선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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