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중국 동포, 현대판 노예생활

입력 2006.06.28 (09:24)

수정 2006.06.28 (10:10)

<앵커 멘트>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사람으로서 어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은 현장을 고발합니다.

국내에 들어온 중국 동포 노인들을 불법 취업시킨 뒤 임금 대부분을 가로챈 브로커들이 붙잡혔는데, 중국 동포들이 받은 대우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홍희정 기자, 노비문서에 사람대접도 못받은 이같은 피해자 몇 명이나 되나요?

<리포트>

네, 현재까지 드러난 중국동포 피해자는 약 20여명이지만, 경찰은 실제 피해자가 200여명에 이른다는 제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취재팀이 만난 중국동포들은, 대부분 예순이 넘은 고령의 노인들로, 심한 노동과 착취에 시달리다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상해있었는데요,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에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노예와 같은 생활을 겪어야 했던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냄새도 역겨운 개 사육장, 수십마리의 개들이 갇혀있는 우리 주변에는 오물이 쌓여있고, 한 노인이 허리도 못편채 힘겹게 일을 하는데요, 이 사람은 다름아닌 중국 동포입니다.

지난해, 돈을 벌게 해준다는 브로커의 말에 우리나라에 온 최 모씨 역시 개 사육장에서 일해왔는데요, 이전에 일하던 농장에서 하루 열시간 넘는 노동을 하고 받은 돈은 한달에 고작 70만원정도. 그나마 60만원은 소개업자에게 고스란히 빼앗겼습니다.

<인터뷰>최모 씨 (중국동포노인):“어기지 않습니다. 딱 찾아갑니다. 만약에 27일에 일을 시작했으면 27일에 와서 (임금을) 찾아갑니다. 그 사람들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합니다. 무조건 그 사람들 말을 들어야지 그 사람들 말을 안 들으면 안 됩니다. 여성에게도 폭력을 쓰고 나한테도 폭력을 섰지만 나는 맞고만 있지 않았고...”

최씨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건, 브로커와 노비문서나 다름없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비자를 받아 취업시켜주는 댓가로 1년 월급을 바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최 모씨 (중국동포노인):“여권하고 신분증을 그 사람들이 빼앗아갔으니까 자유가 없습니다. 완전한 노예나 다름없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우리를 팔아먹고 이렇게 착취하고 노예를 만들어 놓는가.”

하지만, 중국동포들을 소개받은 농장업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데요.

<인터뷰> 농장 업주:“일을 시키고 한 달 임금 70만원 받으면 60만원은 (브로커가 와서 ) 받아가든지 아니면 (브로커 계좌로) 보내고 10만원만 이들에게 용돈으로 주라고. 한국 사장들은 (중국동포노인들이) 선금을 주고 왔던지 빚이 있어서 이렇게 갚아 나가나보다 (생각하게 되고)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한국 사장들은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구나...”

결국, 노예같은 생활을 참지못한 최씨는, 목숨을 건 탈출을 하게 됐는데요, 해질녘 풀숲 근처에 숨어있다가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씨 (중국동포노인):“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을 데려온다더니 다른 사람들을 데려와서 잡아가려고 하니까. 잡히면 어딜 가겠습니까? 기껏 폭행하고 중국에 보내지 않을까 싶었죠. 내가 이것을 간파했죠.”

중국동포 김 모 할머니 역시, 브로커가 보낸 농장에서 탈출해 지금은 다른 곳에 숨어있는 상탭니다. 고된 노동이 이어지면서 병까지 얻었지만, 브로커들은 계속 일을 강요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씨 (중국동포노인) :“경기도 용인시의 비닐 하우스에서 20일간 일했는데, 그 때 우연히 좌골신경통이라는 병이 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리를 이렇게 못쓰고 허리를 못 썼습니다. (브로커)가 하는 말이 좌골신경통은 휴식을 해도 소용없다. 잘 낫지 않는다. 그냥 일 해야 한다. ”

김 할머니가 도망칠 수 있었던 건, 김 할머니의 비참한 생활을 목격한 다른 농장 주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농장 주인:“저 사람들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이거든요. 똑같은 개나 짐승이 아니거든. 그런데 저희들이 볼 때는 개나 짐승이에요. 왜 일 못했냐고 완전히 구박하는데 저분들은 잘못했다고 쩔쩔매고 엎드려 가지고 잘못했다고 하고... ”

농장 중엔 노인들이 일하기엔 벅찰 정도로 힘든 곳도 많다는데요. 때문에 다치거나 몸이 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농장 주인:“ 내가 붙들고 참 많이 울었어요. 불쌍해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하루에) 30리어카가 넘는 닭똥을 치워요. 30리어카가 넘는 사료를 줍니다. 그러면 60 리어카를 끌고, 그것도 모자라서 계란 백 몇 십 판씩 날라요. 그걸 1년 하면 이분들 다 골병들어서 더 이상 못해요. 그리고 중국에 가자마자 죽은 사람들도 많아요. ”

취재진은 더욱 충격적인 얘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런 생활을 하던 중국동포 노인한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었습니다.수소문 끝에 숨진 할머니가 일하던 농장을 찾아갔는데요, 우울증세를 보이던 할머니는, 점점 행동도 이상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숨진 중국동포가 일하던 농장 주인 :“하늘만 쳐다보고 웃었어요. 겨울인데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다니고 옷도 없어서 내가 몇 벌을 사다줬는데.. 나중에는 숨져서 화장터갈 때 다 태웠는데,..”

낯선곳에서의 외로움, 그리고 브로커의 학대와 착취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어느날, 나무에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고 합니다. 특히 소개업자가 위장결혼까지 시키면서, 할머니의 고통은 더 컸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인근 농장 주인:“(중국의 가족들에게) 가짜 부부로 갔다는 게 알려지면, 그런 것에 두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국에 돌아가려고 (브로커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안보내주고 그래서 여자가 좀 혼자 말도 없이 앉아만 있고, 일만 하고, 그냥 이렇게 애먹고 있다고...그 말을 하더라고요. (숨진 중국동포여성과) 같이 계시던 분이... ”

지난 26일, 결국 브로커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자신도 중국동포 출신인 이들은, 60살 이상 중국동포에겐 관광비자가 쉽게 발급되는 점을 악용해 노인만을 데려왔다고 합니다. 반성의 기미는 없었는데요.

<인터뷰> 브로커 (중국동포 모집책):“ 난 맨 처음에 좋은 일로 했어요. 불쌍한 사람 내 돈 내고 데려오고 국수 한 그릇 사 드리고 이렇게 했는데, 뭐 그때 당시는 죄라고 생각 안했는데... 지금도 이렇게 되었다 해도 잘못되었다 이런 건 없단 말입니다. 내 생각에 자꾸... 다 좋아서 그 사람들이 와서 해달라 했기 때문에... ”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총 23명, 빼앗은 돈은 2억원이 넘지만, 이들은 자신들 역시 쓴 돈이 많다는 말만 되풀이 했는데요

<인터뷰> 브로커 (중국동포 모집책):“관광비자가 돈 많이 안 드느냐? 사진 찍는 것 50원, 여권 내는 것, 빨리 내려면 800위안입니다. 그리고 비행기표, 거기서 직항으로 오면 2820 위안, 밥값 어쩌고 하면 400위안 이죠.그래서 5800위안 (한국돈 약 70만원) 이 들어요. 딱 든 것만...”

브로커 일당은 경찰에 구속됐지만, 이들의 집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중국동포 노인들이 있었습니다. 노인들이 머무는 숙소는 더럽고 초라했는데요, 노인들은 두려움에 말을 나누는 것도 꺼려했습니다

<인터뷰> 중국동포 노인:“저 사람(중국동포 소개업자)들은 모르게 해줘요. 모르게 해야 돼요. 알게 되면 우리 보복당해요.”

집에 남아있는 노인들은, 힘든 노동에 몸까지 다쳐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몸도 버리고, 돈도 못 벌고,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그럴 수도 없는 처지라는데요.

<인터뷰> 중국동포 노인: “지금 제일 서글프죠. 허리 아프지 갈데 올데 없지. (허리)치료도 못하지. 이거 뭐 어떻게 해요? 하소연할 사람이 없으니 하소연할 수도 없고... 지금 한국 나온 게 후회돼요.”

이들은 비자가 만료되면, 결국 빈손으로 강제 추방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경찰은 현재, 이런 피해자가 200여명에 이른다는 제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동포라며 믿고 찾아온 이들이 두 번 울고 돌아가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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