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그로소, 아주리 군단 구세주

입력 2006.07.05 (08:16)

수정 2006.07.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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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늦깎이 수비수 파비오 그로소(29.팔레르모)가 다시 한번 경기 종료 직전 팀을 살려냈다.
그로소는 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 준결승에서 득점없이 0-0으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던 경기 종료 1분 전 선제 결승골을 성공시켜 이탈리아를 결승에 올려놓았다.
축구팬 대부분이 또 승부차기에서 결승행 티켓이 갈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연장 후반 14분.
공격에 가세한 왼쪽 윙백 그로소는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가 찔러준 전진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이어받자마자 왼쪽으로 몸을 틀더니 왼발로 강한 슈팅을 날렸다.
그로소의 발등을 떠난 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고 독일 수문장 옌스 레만이 몸을 날려봤지만 손을 댈 수 없었다.
`전차군단' 독일은 유독 승부차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로서는 연장 후반 직전 터진 그로소의 골이 더욱 값질 수밖에 없었다.
그로소는 2003년 4월 스위스와 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했지만 후보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탈리아를 맡은 뒤로 주전 자리를 꿰차 독일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보인 늦깎이.
클럽팀 경력도 화려하지 않다. 1994년부터 7년 간 이탈리아 4부리그(C2) 시에티와 테라모에서 뛰다 2001년 페루자로 옮기면서 세리에A 무대를 밟았고 2003년에 2부리그 세리에B에 있던 팔레르모로 이적한 뒤 팀을 2004년에 세리에A로 승격시키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짧은 대표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로소가 막판에 아주리군단을 구해낸 것은 벌써 세번째다.
그로소는 호주와 16강전에서도 0-0이던 후반 인저리타임 상대 오른쪽 페널티지역을 돌파하다 수비수 반칙을 유도해 천금같은 페널티킥을 얻어내 `히딩크의 마법'을 끝장낸 주인공. 당시 프란체스코 토티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이탈리아는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독일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스코틀랜드와 원정경기에서도 그로소는 0-1로 뒤지던 후반 31분 동점골을 뽑아내 무승부를 일궈내기도 했다. 당시 그로소의 동점골이 없었다면 이탈리아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스피드는 약간 떨어지지만 그로소에게서 이처럼 결정적 한 방이 나오는 것은 190㎝의 장신과 탁월한 체력을 무기로 적극 공격에 가담하기 때문. 이와 함께 아주리군단 특유의 `빗장 수비(카테나치오)' 왼쪽을 지키고 있어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존재다.
그로소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골이 들어가는 순간 너무 기뻐서 할 말을 잃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번 대회를 치러왔지만 믿기지 않지만 결승에 올랐다. 우리는 훌륭한 팀이며 오늘 승리를 즐길 만 하다"고 말했다.
그로소가 마지막으로 남은 결승전에서도 팀을 구해내며 조국에 네번째 월드컵 우승컵을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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