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 승엽!’ 요미우리 최고 스타 우뚝

입력 2006.08.01 (22:15)

수정 2006.08.0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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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훈선수 이승엽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흥분한 요미우리 자이언츠 팬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그들은 또박또박 한글로 '이승엽'을 연호했다. 한 팬은 '이승엽이 가장 남자답다'는 카드도 준비했다. 400홈런은 이승엽 개인의 영광이 아닌 주황색 자이언츠 팬 모두의 기쁨이었다.
반면 좌측 펜스 넘어 한신팬들은 자이언츠팬들과 마찬가지로 경기 후에도 똑같이 자리에 머물렀지만 차이가 있었다면 이승엽 탓에 허탈감에 다리의 힘이 쫙 풀렸다는 것 뿐이었다.
요미우리-한신 라이벌전은 자이언츠와 타이거스의 영문 앞글자를 따 'G-T'전이라고 불린다. 간토(關東)지방의 대표도시 도쿄의 선두주자 요미우리와 간사이(關西) 지방 오사카의 대표 한신의 맞대결은 묘한 지역감정까지 맞물려 있어 항상 이목을 끈다.
요미우리가 센트럴리그 5위로 밀렸어도 한신을 상대로는 올 시즌 5승5패 백중세를 유지했다. 라이벌의 백미를 잘 아는 야구팬들은 이들의 맞대결만 손꼽아 기다린다.
5만5천석 수용규모의 도쿄돔에는 4만4천146명에 달하는 구름관중이 운집했다. 이승엽은 방망이 한 자루로 무려 두 번씩이나 이들을 울리고 웃겼다.
이승엽이 한신팬을 울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21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한신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상대 마무리 구보타로부터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끝내기 아치를 그리며 화끈한 신고식을 벌였다.
1일 선제 결승포와 끝내기 2점 홈런까지. 이승엽의 모습은 요미우리와 한신 양쪽 팬 모두의 뇌리 속에 강하게 인식됐을 터다.
2-2로 맞선 9회 요미우리가 1사 1루의 끝내기 찬스를 맞자 팬들은 3번 니오카 도모히로에 열광했다. 연고팀 선수인데다 한 방을 쳐줄 것이라는 기대감 탓이다. 하지만 그는 연방 파울볼을 걷어내더니 삼진으로 맥없이 물러났다.
이승엽 차례였다. 우측 외야 관중은 '이겨라 이승엽'을 연호했다. 하지만 내야측 관중은 의외로 조용했다.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게 주특기인 요미우리팬답게 '외국인선수' 이승엽을 조용히 성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승엽의 홈런이 터지자 환호는 내야에서 외야로 퍼져나갔다. 모두가 벌떡 일어섰고 이승엽이 홈을 밟자 양팔을 마구 흔들며 요미우리의 승리를 기뻐했다.
이승엽은 외국인선수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뛰어넘어 요미우리팬들을 한꺼번에 감동시켰다. '33번' 이승엽의 팬이 더욱 늘어날 것임을 예감케 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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