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K-리그 포기…후폭풍 ‘심각’

입력 2006.12.08 (17:19)

수정 2006.12.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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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우승으로 K-리그 승격 기회를 잡은 고양 국민은행이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실업축구연맹이 공들여온 K-리그 승강제 도입이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국민은행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K-리그 승격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행 관련 법규상 프로축구 구단의 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셔널리그에 잔류하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민은행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축구협회와 실업연맹, 프로축구연맹은 서둘러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다.

◇국민은행은 '양치기 소년?'

국민은행은 올해 내셔널리그 전기리그 우승을 한 뒤 은행 고위층은 물론 노조까지 나서 프로구단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문의하는 등 K-리그 승격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게 프로연맹의 설명이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를 지켜본 축구협회와 실업, 프로연맹은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국민은행의 우승을 내심 속으로 빌었고, 마침내 국민은행이 통합 챔피언에 오르면서 승강제의 첫 삽을 뜬다는 기대심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된 국민은행-축구협회-실업연맹의 3자 회담에서 국민은행 측이 K-리그 승격이 어렵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난항에 봉착했고, 국민은행이 마침내 '포기'를 결심하면서 그동안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국민은행이 내세웠던 은행법 관련 규정은 이미 승강제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이었고, 전기리그 우승 이후에도 '법령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에 내비쳤던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축구협회에서 직접 운영이 어려울 경우 고양시에 팀의 운영주체를 넘기고 스폰서로 참여하는 방안을 충고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애초부터 K-리그에 진출할 뜻이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됐다.
결국 일찌감치 내셔널리그 우승팀의 K리그 승격 방침이 확정된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결정을 미룬 점에 대해 국민은행은 축구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오히려 다른 팀이 대신 승격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는 결과를 초래했다.

◇K-리그 승강제 이뤄질 수 있나

국민은행은 K-리그 승격 포기를 결정하면서 내셔널리그에 남아 실업축구를 발전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결정은 내셔널리그의 프로화를 계획하고 있는 실업연맹의 발전 방안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더구나 국민은행은 내셔널리그에서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최강의 전력을 가지고 있어 내년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이 내년에 또 우승할 경우 축구협회와 실업연맹, 프로연맹이 구상하고 있는 승강제는 다시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김호곤 축구협회 전무이사는 8일 "국민은행의 K-리그 승격 포기로 승강제 골격 자체가 바뀌어야 할 판"이라며 "어차피 K-리그에 가지 않을 작정이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실업연맹에 사실을 통보해 대응책을 만들 시간을 줬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전무는 이어 "직접 운영하기 어려우면 고양시(市)와 연계해 후원사로서 K-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해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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