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사건’ 새로 드러난 뒷얘기

입력 2006.12.11 (08:21)

`일심회' 사건의 또 다른 직할 조직원과 하부 조직 등을 대상으로 한 공안당국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 단체가 북한에 보낸 보고 문건들에 대한 정밀 분석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일심회의 공작원 접촉 실태나 교신ㆍ접선 실패사례 등 새로운 뒷얘기들이 드러나 흥미를 끈다.
◇ 교신ㆍ접선 실패로 北에 `반성문' = 공안당국에 따르면 일심회 총책 장민호씨는 북한과 통신수단으로 이메일을 주로 사용했지만 한 번은 단파 라디오를 이용해 북측 무선내용을 수신했다.
그러나 장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암호 해독용 CD로는 수신내용을 풀어낼 수 없게 되자 북측에 `수신실패 보고'를 한 뒤 여러 암호들이 새로 보충된 음어표를 다시 제공받았다고 공안당국은 전했다.
이 음어표에는 서울은 `워싱톤', 베이징은 `도쿄', 태국은 `멕시코' 등 지역명 해독에 필요한 암호들과 지방선거나 총선을 `이사회'로, 해외 접선은 `방문'으로, 조국방문을 `별장'으로 각각 쓰자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일심회의 한 조직원은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을 하던 중 암호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등 혼선을 빚었고 총책인 장씨가 문제가 발생한 점을 반성한다는 내용의 보고문도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철저한 시나리오 따라 공작원 접촉 = 중국 베이징의 비밀 아지트인 동욱화원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라는 지시를 받은 일심회 조직원들은 접선을 앞두고 상황별 `시나리오 교육'을 받았다.
공작원과 접촉할 때 질문은 `Where can I buy newspaper?' 등이고 대답은 `It's over there'이며 접선에 실패할 경우 전화를 걸어야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런 일은 없도록 하라고 교육받았다는 것이다.
한 조직원은 "신문지를 말아 쥐고 있는 사람과 접촉하되 신문지를 찢으면 문제상황으로 받아들여라"는 취지의 사전 설명도 들었다.
그는 북한 공작원이 "○(회사명)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으면 "아니오. ○에서 왔다"고 대답하고 공작원측에서 "실례했습니다"라고 말하면 그와 동행하라는 설명을 듣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 "대통령 당선 예측은 여론조사 참조한 것" = 장씨가 2002년 대선결과를 분석한 자료는 선거 1개월 전에 정확히 결과를 예측해 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뒤 노무현 당시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앞서고 있으며 이런 결과에는 반미감정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북측에 보고했다고 공안당국은 전했다.
◇ `묻지마' 이메일 사용 = 장씨는 북측과 행한 교신이 공안당국 등에 들키지 않도록 해외에 서버를 둔 이메일을 주로 사용했다.
장씨와 북한 공작원들은 2000년대 초반 핫메일(hotmail)과 야후(yahoo) 등 해외 유명 포털의 이메일로 교신하다가 2005년에는 sxxx-xx.net, fxxx.fm, axxx.edu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묻지마' 메일을 쓴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공작원들의 이메일 주소가 치즈매니아(Cheezemania@xxx.xx), 토니러버(Tonylover@xxx.xx), 스케치러버(sketchlover@xxx.xx) 스카이하이커(skyhiker@xxx.xx) 등으로 서양 냄새가 물씬 나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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