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이산가족 상봉 그 이후

입력 2007.05.10 (22:17)

수정 2007.05.10 (22:18)

<앵커 멘트>

이렇게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지 어느덧 7년째입니다. 하지만 짧은 만남 뒤의 긴 그리움탓에 후유증을 앓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기약도 없는 만남을 기다리는 이들도 9만명이 넘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그 뒷모습을 차세정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엄마, 나 경희야" "너 내 딸 맞아?"

32년 만에 다시 만난 딸을 처음엔 알아보지도 못했던 이후덕 할머니.

손수 뜬 목도리를 선물하며 사흘간의 꿈같은 시간을 보낸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할머니는 요즘도 뜨개질을 합니다.

언젠가 딸을 다시 만나게 되면 주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이후덕(이산가족/84살) : "내 죽기 전에 한 번만 더 봤으면 그게 소원이지."

양태형 할아버지는 매일 공원에 나갑니다.

친구들이라도 만나야 3년 전 만난, 북에 있는 아들 생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양태형(이산가족/83살) : "해방이 돼야 가죠. 통일이 돼야 가죠. 내 생전에는 못 볼 거에요."

지난 2000년 첫 상봉 이후 혈육을 만난 가족은 만여 명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9만여 명이 상봉신청을 해놓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83살 한경순 할머니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인터뷰> 고희직(한경순 할머니 남편) : "지금 이렇게 병환 중에 있는데, 죽기 전에 만나보려고 그래서 신청을 했습니다."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할머니처럼, 해마다 4천 명 가까운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나온 방안이 영상 편지 교환과 면회소 설칩니다. 그러나 영상편지는 올해 단 한 차례, 그것도 겨우 20가족으로 제한됐습니다.

<인터뷰> 이후덕(이산가족/84살) : "너무 적죠. 그 많은 수백 명 가운데 20가족이라면, 200명만 되도 또 낫겠어."

금강산에 짓고 있는 면회소도 기존의 호텔 대신 상봉 장소를 제공한다는 의미 밖에는 없습니다.

<인터뷰> 양창석(통일부 사회문화교류본부장) : "북측으로서는 흩어진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찾아내고, 상봉하는 것을 주선하는 데 있어서 여러 행정력과 장비 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한차례에 백 가족 정도만 상봉이 이뤄진다면 현재 상봉을 신청해 놓은 남쪽의 이산가족이 모두 혈육을 만나는 데는 60년이 걸립니다.

평균 연령이 80대인 이들에겐 너무나 긴 세월입니다.

KBS 뉴스 차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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