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묻힌 ‘로마문명’ 새 조명

입력 2007.05.12 (21:53)

수정 2007.05.12 (22:48)

<앵커 멘트>

천년 가까운 세월동안 사막의 모래에 묻혀있던 리비아의 로마문명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정인석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가지 한복판, 개선문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렙티스마그나 유적지입니다.

이 지역 출신, 세베루스 황제의 고향 방문을 기념한 개선문에는 두 아들의 손을 맞잡은 황제의 모습이 뚜렷합니다.

한꺼번에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로마시대 공중목욕탕, 야외 수영장에 냉탕, 온탕, 휴게실까지,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은 수세식 변기에 완벽한 배수시설을 갖췄습니다.

<녹취> 유적지 안내인 : "로마시대 화장실은 저처럼 앉아서 일을 보면서 서로 토론도 하는 만남의 장소였죠."

로마시대 극장 중 가장 오래됐다는 야외 원형 극장은 2천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별도의 음향시설 없이 지금도 공연이 가능합니다.

아프리카 최대의 로마 유적지로 꼽히는 이곳의 비결은 사막의 모래, 11세기 초 베두인들이 도시를 버리고 떠난 뒤 이탈리아가 발굴에 나선 20세기까지 무려 천년 가까운 세월, 도시 전체가 모래에 묻혔습니다.

<녹취> 모하메드 모히라(유적지 안내인) : "도시의 35%만이 발굴된 상태죠. 나머지 65%는 여전히 모래 속에 덮여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얼굴이 잘리고 상처입은 유적들은 굴절 많았던 리비아의 수난사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중반 프랑스는 바로 이곳에서 수백 개의 엄청난 이 대리석 기둥들을 조직적으로 훔쳐갔습니다.

약탈된 유적들은 당시 베르사이유 궁전 등을 짓는데 사용됐습니다.

식민 지배 시절, 빼앗긴 문화재가 수만, 수십만 건, 하지만 지금까지 외국에서 돌려받은 문화재는 이 비너스 조각상이 유일합니다.

<녹취> 라마단 애쉬바니(트리폴리 박물관장) : "다른 국가의 유물을 기초로 박물관을 만든 식민지 지배 국가들은 유물 환수를 위한 유네스코 법을 처음부터 거부해왔습니다."

리비아가 개방되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리비아 사막의 로마 유적들.

그러나 리비아 당국의 관심 부족과 식민 지배의 아픈 상처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리비아에서 KBS 뉴스 정인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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