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 광운대 아이스하키 고별전

입력 2008.0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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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위기에 빠진 광운대학교 아이스하키팀이 눈물의 고별전을 치렀다.
광운대 아이스하키팀은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89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대학부 연세대와 준결승전 경기를 마친 뒤 한동안 빙판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1979년 창단해 올해로 꼭 30년째를 맞는 광운대 아이스하키부는 이 경기로 그동안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학교측으로부터는 공식적인 해체 통보를 받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으면서 팀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체설이 흘러나오면서 선수들이 하나 둘 팀을 떠나 이제 남은 선수도 6명 뿐. 그나마 오는 26일 학교를 떠나는 4학년 5명을 포함한 숫자다.
체력이 쉽게 고갈돼 수시로 선수를 바꿔줘야 하는 아이스하키의 특성상 정상적인 경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광운대는 마지막 동계체전 참가를 결심했다.
졸업생을 포함한 선수들에게 마지막 모습을 선보일 기회를 주고 팀 해체 수순을 밟아가는 학교측에 마지막 호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승부는 예정된 대로 흘러갔다.
광운대는 1피리어드에서 대학 최강인 연세대를 상대로 0-0으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2피리어드 들어 체력에 한계를 맞으면서 연세대에게 잇따라 3골을 내준 뒤 4피리어드에서도 1골을 더 내줘 0-4로 패배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를 하고 나온 광운대 학생들의 패기는 어느 때보다 빛났다.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뛴 주장 정환서는 2피리어드부터 다리에 쥐가 나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었고 한 선수는 너무 무리하게 뛴 나머지 3피리어드 1분여를 남겨놓고 스케이트날이 부러져 경기 도중 링크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한 선수는 연세대 윤성엽 감독에게 작전 시간을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투혼을 남김없이 불사른 광운대 선수들은 관중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경기를 마친 뒤 담담한 표정으로 최진철 감독과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쓸쓸하게 링크를 떠나 각자 집으로 향했다.
60분을 내리 뛰다 지친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함께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최진철 감독은 "승부와 관계없이 후회없는 경기를 했고 선수들에게도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줬으니 만족한다"며 "선수들에게는 계속 얼음판 위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경기는 끝났지만 이 경기가 광운대 아이스하키부의 마지막 경기라고는 믿지 않는다"며 "어떤 형태로라든 팀이 되살아나 30년간 명맥을 이어온 우리 학교가 다시 활성화될 그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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