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3강, ‘고춧가루 부대’ 주의보

입력 2008.02.21 (10:00)

`포스트시즌 길목에 매설된 지뢰를 조심하라'
3강 플레이오프 구도가 드러난 프로배구 2007-2008 V-리그에서 막판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남녀 팀들에 `고춧가루 부대' 주의보가 내려졌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팀들이 포스트시즌 준비로 마음이 급한 선두권 팀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삼성화재와 남자부 선두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과 프로 출범 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둔 여자부 3위 GS칼텍스가 플레이오프 탈락 팀들의 분풀이에 제물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항공은 20일 안방에서 열린 LIG손해보험과 경기에서 0-3으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19승5패를 기록, 1위 삼성화재(20승3패)와 정규리그 1위 경쟁에서 한 발 뒤로 밀렸다.
특히 지난 17일 아마추어 초청팀 상무에 프로 팀으로는 처음 지는 수모를 당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무산된 LIG손해보험에게 졌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대한항공으로서는 4라운드 서울 중립경기였던 지난 달 31일 맞대결 때 올 시즌 첫 선두 도약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LIG에 2-3으로 덜미를 잡혔던 악몽이 또 한번 살아났다.
24일 삼성화재와 외나무 다리 대결에서 챔프전 직행 티켓을 다시 타진하는 대한항공은 백업 세터 김영석이 발목 부상으로 남은 시즌 출장이 어려워졌고 주전 센터 김형우도 발목 인대가 좋지 않아 고심이 크다.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은 "우리는 부상 병동이다. LIG와 경기는 기본적 리시브는 물론 수비, 공격 모두 안된 총체적 난국이다"면서 "자력으로 챔프전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4일 삼성화재전 결과를 보겠지만 시즌 막바지가 돼야 정규리그 1위가 결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GS칼텍스도 1승만 보태면 2005년 프로 원년 이후 처음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었지만 20일 경기에서 도로공사에 3-1 승리를 헌납하면서 3강 확정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위암 수술을 받은 이희완 감독을 대신해 GS칼텍스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는 이성희 수석코치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결정됐다는)안이한 생각 때문인지 선수들에게서 투지와 근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분석한 뒤 "정신력 싸움으로 승부가 갈리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자위했다.
대한항공, GS칼텍스 외에도 남자부 삼성화재, 현대캐피탈과 여자부 흥국생명, KT&G는 자칫 방심을 하면 3강행 좌절로 부담이 없어진 다른 팀들에 덜미를 잡히기 십상이다.
`불사조' 정신으로 무장한 상무와 `예비 프로팀' 한국전력, 여자부의 도로공사, `꼴찌 반란'을 준비하는 현대건설 모두 남은 시즌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복병들이다.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은 남은 경기에서 포스트시즌 `예비 대결' 못지 않게 고춧가루 부대들의 공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아내느냐가 우승 목표 달성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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