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국부펀드, 금융위기 ‘구원투수’ 되나?

입력 2008.03.08 (21:43)

수정 2008.03.08 (22:05)

<앵커 멘트>
최근 세계 여러 나라 정부들이 외환보유액으로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국부펀드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의 투자은행들에 대해 국부펀드들의 투자가 잇따르면서 국부펀드가 금융위기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박유한 기자가 심층취재 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건물에 태극기와 싱가포르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이 건물의 소유주가 싱가포르 투자청이기 때문입니다.

운용 자산이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싱가포르 투자청은 대표적인 국부펀드입니다.

중동 산유국들에 이어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국부펀드를 정식 출범시켰고 최근에는 인도와 선진국인 프랑스, 일본까지도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국부펀드의 규모는 이미 3조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인터뷰> 박승록(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유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산유국들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서 역시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들 외환보유액이 세계 M&A 시장에 적극 진출함으로 인해서 높은 수익성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국부펀드가 크게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최근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로 위기에 빠진 미국 투자은행들의 숨통을 터준 것도 바로 이런 국부펀듭니다.

씨티그룹이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로부터 200억 달러를 수혈받았고 메릴린치는 122억 달러, 모건스탠리는 50억 달러를 국부펀드들로부터 투자받아 급한 불을 껐습니다.

<인터뷰> 제임스 포스트(보스턴대 교수): "국부펀드들은 국제 금융위기 해소에 동참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는 심각 하고 국제자본시장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국부펀드의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기미를 보이자 미국 정부가 중국과 아랍국들의 국부펀드들이 미국에 투자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논란 속에도 국부펀드 규모는 계속 늘어 5년 안에 12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부펀드 KIC, 한국투자공사도 올들어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자산은 200억 달러 수준, 아직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지만 수익률 제고와 금융선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기(삼성경제연구소): "KIC의 운용을 통해서 선진국 IB들의 여러 가지 선진적인 운용형태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철저하게 하되 자산 운용은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될 것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연평균 9.5%의 수익을 낸 싱가포르 투자청, 주목할 만한 것은 국회로부터도 독립돼 있고 임직원의 40%를 외국의 전문인력으로 채우고 있는 사실입니다.

장기적 안목으로 운용의 자율성을 갖되 전문적인 운용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부펀드의 성공 조건이라는 얘깁니다.

KBS 뉴스 박유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