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만 일찍, 야근은 그대로…효율성 있을까

입력 2008.03.09 (07:11)

수정 2008.03.09 (07:19)

공사.국책은행 출근시간 조정 확산분위기..반발움직임도

새 정부 들어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아침 업무를 일찍 시작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공사와 국책은행들도 임원 회의 시간을 앞당기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는 결국 회사 전체의 출근 시간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실제 업무 효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일률적으로 업무시간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일선 직원 출근시간도 변화 =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임원회의가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로 앞당겨진 금융감독당국의 경우 이미 직원들의 출근시간에 변화가 생겼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필요한 사람만 신축적으로 출근시간을 앞당기면 된다"고 말했지만 금융위 직원들은 이를 대부분 일찍 나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임원들은 오전 7시30분 이전, 상당수 직원들은 오전 7시 이전으로 출근 시간을 앞당겼으며 임원들의 회의 자료를 만드는 일부 부서는 출근시간대가 오전 6시께로 정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전 8시쯤 출근해 간단한 아침식사와 함께 업무 준비를 한 후 9시 회의에 들어가던 일부 임원들의 경우 회의를 마친 뒤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야근이 매우 잦은 공무원들의 경우 출근시간은 빨라지지만 퇴근시간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 업무강도가 꽤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비슷한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상적인 야근으로 과로사하는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마당에 또 다시 출근시간이 앞당겨지고 있어 부담스럽다"며 "신임 금감원장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정부 당국이 근무시간을 전반적으로 앞당기고 있어 이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 "원칙없는 '얼리버드'는 안돼" = '무분별한' 근무시간 조정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회의시간을 앞당긴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사실 회의시간을 앞당긴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금융기관 수장이 오전 7시에 출근해 일하기 시작하니 다른 기관들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한 국책은행 직원은 "임원들의 출근시간이 빨라지면 직원들의 출근시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임원들은 일찍 출근하더라도 일찍 퇴근하면 되지만 밤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직원들은 어쩌란 말이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지난 7일 한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출근시간을 앞당기자는 제안을 내놓았다가 비난 여론이 빗발치기도 했다.
'긍정적 사고'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이 직원은 "새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 정부도 오전 7시부터 근무한다는데 우리가 오전 9시부터 근무한다면 공사가 어떤 평가를 받겠느냐"면서 출근시간을 오전 7시로 앞당기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캠코 직원들은 "오전 7시 출근하면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출근할 수 없다", "차라리 숙직실에서 잠을 자겠다"라며 반발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하는 와중에 자율적으로 일찍 나오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라며 "이런 분위기가 5년 동안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며 결국 욕심부리다 몸상하고 일의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임원회의 시간을 앞당긴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선 직원들의 출근시간을 앞당기는 문제는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 "노동조합도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출근시간 조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