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내일이면 꼭 100일이 됩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주민들의 그칠줄 모르는 한숨속에 아직도 서해 바다에선 봄기운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홍정표 기자가 찾았습니다.
<리포트>
사고 이 후 앞다퉈 태안을 찾은 자원봉사자가 백 3만 명, 검게 물든 백사장을 금빛으로 바꾼 '태안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수확을 코 앞에 두고 기름을 뒤집어 쓴 굴 양식장, 피해 조사가 끝나지 않아 손도 못댄 채 썩어가는 굴을 볼 때마다 어민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인터뷰>김동설(굴 양식 어민) : "산다는 게 그 자체가 의욕이 없이 무의미하고 그냥 내가 어떻게 살아나가나 그런 생각들만..."
백 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눈에 보이는 기름은 많이 제거됐지만, 어민들의 삶 속을 강타한 상처는 더욱 크고 깊어지고 있습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던 주꾸미 마을은 썰렁함 그 자체입니다.
주민은 혹시나 바다에 나갈 수 있을까 어망을 손 보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인터뷰> 박영문 : "아이고 생선이라도 좀 잡혀가지고 우리 어민들 좀 살았으면 좋겠어요."
횟집 수족관은 빈 지 오래, 손님을 기다리다 때를 놓쳐 썩어 나가는 수산물이 태반입니다.
<인터뷰> 최장열(횟집 운영) : "물건을 갔다놔도 팔리지 않으면 이 건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 죽고 썩기 때문에."
자원봉사자 발길 조차 끊긴 섬마을은 여전히 기름 찌거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고령의 섬 주민들이 컵라면 하나로 점심을 해결하며 힘겨운 방제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힘들어서 한 잔,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 또 한 잔.
<녹취> "이걸 안 먹으면 일을 못 해 일을..."
하루 벌이를 위해 매일 기름을 닦고있지만 지난 설 때 받은 생계비 이 후 돈을 만져보지도 못해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인터뷰> 장은의(기초생활 수급대상자) : "우리도 먹어야 할 것 아냐. 우리도 사람이니까. 없는 것도 서럽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너무 서러워요."
갑자기 닥친 재앙에 석달 이상 이어진 생활고, 주민들의 몸과 마음의 병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정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