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삼성 특검이 남긴 것

입력 2008.04.18 (07:13)

수정 2008.04.18 (07:15)

[정찬호 해설위원]

99일 동안 계속됐던 삼성 특검 수사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등 10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특검은 그동안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비자금 조성 의혹, 그리고 정관계 로비 의혹 등 3대 의혹에 대해 수사해 왔습니다.

이가운데 경영권 승계 문제는 이 회장과 삼성 전략기획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비자금 불법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혐의를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삼성 임원들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자금 규모가 4조 5천여억 원이며 이 회장이 차명 계좌를 통해 주식거래를 하면서 천억여 원의 양도 소득세를 포탈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은 사실 무근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검찰의 전 현직 고위 간부들의 실명까지 거론했지만 로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검 수사 발표에 대해 김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은 삼성에 면죄부를 준 형국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면서 특검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그동안 삼성측의 진술에 주로 의존하면서 끌려다닌 듯한 인상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특검은 차명 계좌 천 여개를 찾아냈지만 이건희 회장 개인돈이라는 삼성측의 주장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특히 정관계 로비 의혹은 제대로 수사를 못하고 서둘러 종결시킨 면도 있습니다. 또 다시 특검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검이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수사한 만큼 검찰에 다시 넘겨 조사하도록 할 부분은 없다고 한 것도 성급한 판단입니다.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검찰에 다시 넘겨 수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제 특검 수사는 끝나고 재판과정에서 특검팀과 삼성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관심은 삼성이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가에 쏠려 있습니다.

삼성이 다음주에 발표할 경영 쇄신안에 혁신적인 안이 담겨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006년 이른바 X 파일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삼성측은 대 국민 선언을 하고 국민 기업으로 거듭 나겠다고 발표했지만 또 이같은 사태를 맞았습니다.

임기 응변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적당히 넘어가려 해서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삼성은 이번 사태를 진정한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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