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삼성 특검, ‘부실 수사’ 논란

입력 2008.04.18 (09:05)

<앵커 멘트>

이번 삼성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대해, 특검팀이 소극적인 수사를 벌여 특검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검을 요구했던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셉니다.

윤 진 기자!

이번 특검 결과 중에 가장 미흡하다고 지적되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리포트>

네, 삼성 특검 수사 결과를 보면, 삼성이 정관계 주요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두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 명의의 차명계좌를 공개하면서,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 자금을 마련했다고 폭로했는데, 이 '비자금 조성' 의혹도 특검팀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특검이 부실수사를 벌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 특검팀은 로비 대상자로 거론된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구고검장,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등을 모두 무혐의로 결론내렸습니다.

<녹취> 조준웅(삼성 특별검사) :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시로 변하는 김용철의 진술 만을 근거로...계속 수사해 나가는 것은 어렵다."

김 변호사는 지난 99년, 김성호 국정원장에게 5백만 원짜리 수표를 직접 건넸다고 주장했는데, 특검팀은 이 부분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지난 2000년,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학수 부회장 사무실에서 돈을 받아갔다는 의혹 제기에도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자금이 최고 권력층에 제공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회장 지시사항'이란 삼성 내부문건, 현금 5백만 원을 제안받았던 이용철 변호사, "삼성 직원이 1억 원이 든 골프가방을 들고 찾아 왔었다"는 추미애 의원 등 삼성이 로비를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여운만 남겼습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변호사나 추 의원은 물론, 그동안 거론됐던 로비 대상자들을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 특검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고발했던 시민단체들은, 수사 결과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인터뷰> 박원석(참여연대) : "이런 수사 결과 이후에 삼성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어떤 개혁을 요구할 수 있을지 굉장한 무력감을 주는 수사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를 포함한 고발인 단체들은 이번 사건, 특검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특검 이 수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법적인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처음 의혹을 폭로하면서 삼성과 정면으로 맞섰던 김용철 변호사도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민들도 대부분 특검 결과에 실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설숙종(부산시 북천동) : "제대로 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덮어두는 것 같아 가지고 믿음이 제대로 안 가네요."

<인터뷰> 홍기석(서울 하계동) : "출발에 우려했던 그런 문제들을 정확히 지적해 내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 서 끝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죠."

반면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삼성의 대외 신인도를 회복하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성규 목사(삼성특검반대국민연대) :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활발하게 운영해왔던 삼성 그룹의 기업 운영은 절대로 주눅 들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번 특검으로 이재용 전무는 오히려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았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의 관련 혐의를 구조본과 이건희 회장에게 물리면서 탈세 문제만 거론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영희(경제개혁연대 상임변호사) : "그 부분을 이재용 전무한테 물려줄 때 세금 부담만 지면 되는 그런 아주 말끔한 상태가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삼성은 다음주 중에 경영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일단 이건희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진행됐던 99일간의 수사, 처음 제기됐던 굵직한 의혹들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채 끝나게 돼 '특검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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