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야스, ‘2002년 악몽’ 벗어나다!

입력 2008.06.23 (10:03)

수정 2008.06.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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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함대' 스페인의 주전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27.레알 마드리드)가 2002년 한일월드컵 승부 차기 악몽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또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 받고 있는 이탈리아 잔루이지 부폰(30.유벤투스)과 거미손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두며 스페인의 4강 진출에도 기여해 기쁨은 두 배였다.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텔 슈티다온에서 열린 스페인과 이탈리아 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8강전.
스페인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선수는 역시 카시야스였다.
카시야스는 2002 한일월드컵 때도 스페인 골문을 지켰던 수문장.
하지만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과 8강 전에 나섰다가 승부차기 끝에 3-5로 패했던 잊고 싶은 기억이 아직도 머리 속에 남아 있다.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스페인 대표팀에서 주전 골키퍼 자리를 확고히 다지는 발판을 마련한 카시야스였지만 2002년 6월 한국에 덜미를 잡혀 결국 팀도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동안 선방으로 쌓아 온 유명세도 빛이 바랬다.
반면 1997년부터 이탈리아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된 부폰은 2006 독일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고의 골키퍼 반열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팀 유벤투스에서 뛰며 두 차례 세리에A 정상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독일월드컵 우승을 통해 축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기도 했다. 독일월드컵 때 눈부신 선방으로 '야신상'까지 거머쥔 그였다.
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맞붙은 유로2008 8강 전에서 두 명의 희비는 반대로 바뀌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카시야스가 이탈리아 키커 두 명의 슛을 막아낸 반면 부폰은 한 명의 슛만을 저지해 결국 4강행 티켓이 스페인에게 돌아갔다.
독일월드컵 이후 주장을 맡은 카시야스는 이날 거미손의 위력 뿐만 아니라 팀 내 안정을 책임지는 일까지 맡았다.
경기 내내 이탈리아 최전방 공격수 루카 토니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수비진을 지휘하며 팀의 안정된 플레이를 이끌었다.
승부가 더욱 치열해 진 후반전과 연장전에서는 결정적인 실점 위기도 여러 차례 넘겼다.
후반 16분에는 이탈리아 교체 멤버 마우로 카모라네시가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시도한 오른 발 터닝 슛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발을 뻗어 막아냈고 연장 전반 5에도 잔루카 참브로타의 크로스를 안토니오 디나탈레가 연결한 헤딩슛을 껑충 뛰어 올라 가까스로 한 손으로 쳐냈다.
카시야스는 승부차기에서도 두 차례 상대 선수의 슈팅을 막아내며 스페인에 승리를 안겼다.
이탈리아 두 번째 키커 다니엘레 데로시가 왼쪽을 향해 찬 볼의 방향을 미리 읽고 몸을 날려 손으로 막아낸 데 이어 네 번째 키커 디나탈레가 꺾어 찬 슈팅마저 손으로 쳐냈다.
카시야스가 다시 한번 스페인의 수호신으로 우뚝 서는 동시에 8년 동안 잊지 못하던 아픈 기억을 깨끗이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카시야스는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외신과 인터뷰에서 "승부차기에 대해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동시에 갔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과 승부차기에서는 졌지만 이번에는 운이 따라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부폰은 120분 동안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를 투톱으로 내세운 스페인의 매서운 공격을 잘 막아냈지만 정작 중요한 승부차기에서는 카시야스에게 판정패를 당한 셈이 됐다.
부폰은 스페인 네 번째 키커 다니엘 구이사의 슛을 저지하기는 했으나 나머지 네 명의 '무적함대' 키커들은 식은 죽 먹기라도 하듯 부폰을 앞에 두고 모두 가볍게 골망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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