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백남준 이후 우리나라 작가로선 두 번째로 뉴욕 현대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한 작가, 정연두 씨가 개인전을 열고 새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미디어아트에 녹아있는 사람냄새 나는 작품들, 이하경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탑골공원과 노인복지회관을 돌며 담아낸 노인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꼭꼭 묻어뒀던 이야기를 풀어놓는 동안 바로 옆 모니터에선 이야기 속 장면이 영상으로 만들어져갑니다.
신문 속 '부고'란에서 첫사랑의 이름을 발견한 할아버지.
<녹취> "사망했다, 이거야..어떤 병으로. 그래서 꽃다발, 이런 것도 많이 진열되고, 그런데, 나이를 계산해보니까 내 첫사랑이랑 이름도 똑같고..."
아련한 첫사랑의 장례식장이 화면 속에서 재현되고,
<녹취> "그양반이 여든 넷이셔....참 잘해주셔."
세상을 뜬 남편의 술 주정 얘기를 하던 할머니는 문득,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단 얘기를 풀어놓습니다.
<인터뷰> 정연두 (작가):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가와 그 얘기 속에서 흠뻑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는 진실됨..."
한국인으로선 백남준 이후 처음으로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에 작품이 소장된 미디어아트의 선두주자 정연두의 작품들.
그 속엔 완성된 화면으로 대표되는 꿈과 그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보여주는 현실이 뒤섞인 세상이 존재합니다.
최첨단 장르인 미디어아트. 그 속에서 그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건 평범한 사람들의 꿈으로 빚어낸 사람냄새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 작품들의 제목도 '수공 기억'입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