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추위·위협구’ 넘어야 산다

입력 2008.11.03 (09:32)

수정 2008.11.0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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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지난달 31일 끝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바로 날씨다.
위성TV를 통해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봤다던 그는 "목도리를 한 SK, 두산 선수들이 추운 날씨 속에 게임을 치렀겠다"라고 염려했다.
4일부터 사흘간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 세이부 돔으로 장소를 옮겨 치르는 일본프로야구 챔피언 결정전인 일본시리즈도 날씨가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2004년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이 11월에 야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일본 최정상에 올랐던 2005년에도 일본시리즈는 10월26일에 끝났다.
도쿄돔에서 1-2차전을 마친 뒤 이승엽은 세이부 돔의 추위를 걱정했다. 세이부 돔은 지붕만 있을 뿐 나머지 조건은 일반 구장과 똑같다.
이승엽은 일본보다 훨씬 추운 한국에서 2002년 LG를 물리치고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 추위 면역력은 강한 편이나 지바 롯데에서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한 뒤 주로 돔구장에서 뛰어왔다는 점에서 구장 적응력이 숙제가 됐다.
실제 요미우리는 주니치와 일본시리즈 진출 결정전부터 시작해 포스트시즌 6경기를 도쿄돔에서만 치렀기에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고자 3일 이동일에도 세이부 돔에서 오후부터 팀 훈련을 벌였다.
한국시리즈에서 봤듯 기온이 떨어지면 선수들의 몸은 얼어붙고 작은 실책에서 승패가 갈린다. 이승엽은 세이부 돔에서 경기 전 워밍업으로 충분한 땀을 흘리고 컨디션을 유지해 1-2차전에서 무안타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이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다 같이 겪는 게 추위라면 세이부 투수들의 위협구는 이승엽에게 유독 집중된다.
이승엽은 2일 2차전에서 2회와 4회 잇달아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위협구를 경험했다. 몸에 맞지는 않았으나 타석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1-2차전에서 이승엽에게 정면 승부를 한 투수는 중간 계투로 나온 좌투수 호시노 도모키 밖에 없다.
나머지 투수들은 이승엽을 걸러도 좋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피해갔다. 베이징올림픽 등 큰 경기에서 이승엽의 한 방이 주는 두려움을 잘 아는 이들은 몸쪽 위협구와 바깥쪽 유인구 전략으로 이승엽을 볼넷 3개를 줬으나 4타수 무안타 삼진 4개로 묶었다.
이승엽은 "몸쪽 위협구는 내가 꼭 이겨내야 한다. 상대 투수의 전략에 밀릴 수 없다. 3-4차전에서 나올 좌투수 이시이 가즈히사도 몸쪽 위협구를 똑같이 던지고 낙차 큰 변화구를 뿌릴 것으로 보는데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4번 알렉스 라미레스는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으로, 3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도 역시 3루타와 2루타로 이름값을 했다. "초조해하지 않고 담담히 한 방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이승엽이 일본시리즈 분수령이 될 3-5차전에서 시원한 대포로 진가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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