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들이 돌아왔다.
말 그대로 `잘 넣고 잘 막는' 3명의 스타가 우여곡절 끝에 축구대표팀에 승선, 위기 탈출에 성공한 허정무호의 힘겨운 중동 원정에 힘을 보탠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3일 오전 카타르 평가전(15일)과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에 나설 25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운재(35.수원), 박주영(23.AS모나코), 염기훈(25.울산)을 발탁했다.
이운재와 박주영, 염기훈의 공통점은 올해 '아픔' 속에 시즌을 보내다 힘겹게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다.
이운재는 지난해 대표팀의 아시안컵 음주파문에 휩쓸리면서 1년 동안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하다가 최근 징계가 풀리면서 15개월여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허정무호에서 가장 많은 득점(4골)을 올린 박주영은 '자신감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끝으로 탈락했지만 프랑스 무대 진출 이후 골 소식을 전하서 4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돌아왔다.
반면 염기훈은 '왼발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허정무호 초기에 연속골 행진을 펼쳤지만 지난 4월 발등뼈 피로골절로 대표팀과 인연을 접어야만 했고, 힘든 재활을 견딘 끝내 6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따냈다.
이들 가운데 대표팀 복귀의 감회가 남다른 것은 이운재다. 이운재는 공교롭게도 대표팀 발표를 하던 날과 셋째 출산 예정일이 겹치는 '겹경사'를 맞았다.
이운재는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솔직히 반반의 심정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후배들을 위한 자리이고 워낙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어서 내가 뽑힐지 생각을 못했다"고 전했다.
이운재는 2007년 아시안컵에서 동료와 음주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년 동안 대표선수 자격정지와 더불어 사회봉사 80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운재는 낙담하지 않고 주어진 징계를 성실히 따르면서 올해 K-리그에서 36경기에 출전해 26실점을 기록, 경기당 평균 0.72점만 내주는 맹활약으로 팀의 정규리그 1위 탈환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기록만으로도 함께 골키퍼에 뽑힌 정성룡(평균 0.84점)과 김영광(평균 1점)을 앞서는 '노장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박주영의 복귀도 시선을 끈다. 박주영은 대표팀 발표를 하는 날 자신의 프랑스 리그 2호골을 터트리면서 허정무호 복귀를 자축했다.
올해 K-리그에서 자신감 결여 때문에 골 부진에 빠졌던 박주영은 프랑스 AS모나코로 이적하자마자 골 맛을 보면서 부활을 알렸고, 허정무 감독이 직접 모나코를 방문해 컨디션을 점검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한동안 박주영을 대표팀에서 뺐던 허정무 감독은 리그 적응이 어느 정도 끝난 만큼 대표팀에서 골을 넣어달라는 뜻에서 재발탁을 선택했다.
더불어 부상에서 벗어난 염기훈의 태극마크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측면 공격수 자원 확보는 물론 세트피스 상황에서 왼발을 잘 쓰는 염기훈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특히 염기훈은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프리킥 골을 포함해 두 경기 연속 골을 터트렸던 만큼 다양한 공격 루트의 확보 차원에서도 좋은 카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