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챔프 결정전인 일본시리즈를 현장에서 관전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의 전력분석팀은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부담감을 떨쳐 내야 한다"고 평했다.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잠깐 휴식을 취한 SK 전력분석팀 4명은 이날 요미우리-세이부의 일본시리즈 3차전이 열린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 세이부 돔을 찾아 아시아시리즈에서 격돌한 가상 상대를 두고 '현미경 분석'에 나섰다.
전력 분석에서는 일본 여느 팀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 SK 전력분석원들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백스톱 뒤쪽에 자리를 잡아 비디오 캠코더를 켜고 요미우리와 세이부 선수들의 장단점을 자세히 파악했다.
노석기 SK 전력분석팀 대리는 "1-2차전을 못 보고 이날 막 승엽이를 봐 설명이 정확할지 모르겠으나 승엽이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타이밍을 못 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파악했다.
노 대리는 "막상 승엽이가 때려야 할 공과 버려야 할 공 사이에서 고민 중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타이밍이 어정쩡해 좋은 타구가 나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이 8회 호시노 도모키의 몸쪽 변화구에 체크 스윙을 하다 삼진으로 돌아선 게 대표적인 본보기였다.
이승엽이 이날 우전 안타로 일본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지만 "변화구 타이밍에 직구만 계속 들어와 고전했다"고 말한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노 대리는 "이승엽이 부담감을 지우고 목적구가 들어올 때 가볍게 방망이를 돌리면 강한 모습을 되찾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승엽의 통역 정창룡씨는 "승엽 형이 도쿄돔 못지않게 세이부 돔에서 타격하는 것을 즐긴다. 타구가 잘 뻗어가기에 좋아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승엽도 "실전을 치러보니 타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타이밍만 잡으면 된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조건은 나쁘지 않기에 노 대리의 조언처럼 이승엽이 부담감을 버리고 가볍게 맞힌다는 생각으로 타격해야 바라는 홈런도 터뜨릴 수 있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5-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5차전에 세이부는 오른손 투수를 선발로 내세울 예정이다. 4차전에서는 기시 다카유키(세이부)와 세스 그레이싱어(요미우리)가, 5차전에서는 1차전에서 격돌했던 와쿠이 히데아키(세이부)와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가 리턴 매치를 벌인다.
좌투수 공략과 타이밍 싸움에서 고전했던 이승엽이 이날 첫 안타를 계기로 타격감을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그는 올해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0.296을 때려 좌투수(0.194)와 승부했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
대포 싸움이 승패를 가른 만큼 4-5차전에서 우투수와 대적할 이승엽에게 거는 기대가 높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