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문을 닫은 시골학교를 예술 작업공간으로 꾸며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추억과 쉼터도 제공하고 있는 폐교의 변신을 박주경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학생들이 떠난 빈 교정엔 가을 자연만이 내려앉았습니다.
문을 닫은 지 8년 된 폐교.
그러나 한발짝만 더 들여놓으면 또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교실 안팎으로 빼곡히 작품들이 내걸린 이 곳은 이제 어엿한 미술관입니다.
<인터뷰> 전정우(서예가) : "빈 공간으로 놔두기 뭐해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학교 1회 졸업생인 전 씨는 모교의 폐교 소식을 접하자마자 사재를 털어 이 곳을 임대한 뒤 미술관으로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전정우(심은미술관장) : "가슴이 아팠죠. 자기 모교가 폐교 됐을 때 좋아할 사람은 하나도 없지 않겠습니까?"
옛날 책상, 의자 그대로 말끔히 닦고 테이블보를 씌워 호젓한 찻집도 만들었습니다.
예술을 찾아 왔던 관람객들은 어느덧 추억의 향기에 젖어듭니다.
<인터뷰> 김은지(인천시 운서동) : "너무 새롭네요. 이런 데 앉아본 지 참 오래됐는데... 난로도 보니까 너무 새삼스럽고..."
선생님들의 사택이 있던 자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변신했습니다.
<인터뷰> 류은상(서각 작가) : "분위기가 너무 좋고 호젓해서 보자마자 입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폐교는 8명의 화가가 모여 각자의 작품을 일구어 내는 공동 작업장이 됐습니다.
예술가들이 폐교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도 전원과 어우러진 환경, 넓고 자유로운 창작공간 때문입니다.
창 밖으로 펼쳐진 탁 트인 자연은 마르지 않는 예술의 소재입니다.
<인터뷰> 김인수(서양화가) : "참 좋습니다. 서울서 어떻게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미술관으로 변모한 이 폐교는 이제 모교의 추억을 간직한 지역 주민들의 쉼터로도 자리잡았습니다.
40여 년 전 교정을 뛰어놀던 졸업생들은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됐지만 학교에만 오면 언제나 개구쟁이 시절 그대롭니다.
<인터뷰> 정의태(69년 졸업생) : "아침에 나와서 마루에 초를 먹이잖아. 그러면 여자애들 넘어지게 만들고..."
관람객들도 저마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천진난만한 웃음이 번집니다.
<인터뷰> 정연서(서양화가) : "예술관이 있으니까 동네 분들도 좋아하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게 또 동네 자랑이 되거든요."
가장 순수했던 시절 우리의 꿈을 키워냈던 학교.
이제 다른 공간으로 변신해 그 꿈과 추억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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