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끊이지 않는 선수 폭행

입력 2009.01.14 (23:21)

<앵커 멘트>

운동부의 폭력, 정말 근절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한 대학 농구부 감독의 선수 폭행 장면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류란 기자.

<질문>

스포츠 폭력...이제 낯설지도 않을 정도인데요, 동영상이 너무 생생해서 끔찍할 정도라고요?

<답변>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이 '마치 K1을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였는데요.

모두들 이것이 한국 스포츠의 현실이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일단 그 장면들을 한번 보실까요.

<현장음> 퍽...퍽...우당탕!

운동을 마친 듯 로커룸으로 들어서던 선수들이 겁에 질린 듯이 우왕좌왕하고 있죠.

방송 관계상 자세히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무차별 폭행이 선수들에게 가해집니다.

<현장음> "야, 너 가라, 가! 가! (아...으...죄송합니다.)"

감독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뺨을 때리는 걸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무차별 주먹질에, 발로 복부를 가격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쓰러지면서도 연신 고개를 조아립니다.

<현장음> "(죄송합니다) 왜 그래? 뭐 충격받은 거 있냐?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 폭행은 지난해 11월 20일에 치러졌던 농구대잔치의 전반전 끝난 뒤 휴식시간에, 지고 있던 대학팀의 로커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선수들이 정신차리라는 뜻에서 기합준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해당 대학농구팀 감독(음성변조): "우리가 28대 6으로 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로커룸으로 가서 내가 좀.. 그래서 그 시합을 이겼어요. 내가 때리고 그런 기억은 없는데요."

이 감독은 이제는 스포츠 폭력이 거의 사라졌고 평소에는 이런 일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감독 밑에서 훈련했던 한 졸업생은 에이스로 인정받는 선수조차 얻어맞기 일쑤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뷰>해당 대학농구팀 졸업생(음성변조):" 네..무섭죠..많이 맞았죠. (잘해서 그나마 덜 맞았겠네요?) 잘해도 못하면 또 맞고..."

<질문>

류 기자, 이런 일이 한두번 지적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요.

<답변>

아마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2007년에 중학생 양궁 선수가 운동부 내의 구타와 욕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었죠.

작년에만도 스포츠 폭력이 크게 기사화된 것이 5건입니다.

무엇이 우리사회를 이렇게 끊임없는 폭력에 멍들게 하는지 지금부터 같이 한번 살펴보시죠.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교 남녀 학생 선수 천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학생의 78.8%가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25%는 일주일에 한 두번, 5%는 매일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폭력이 근절되지않고 되풀이되는 이유,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 선수를 폭행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성적 지상주의와 맞물려, 어쩔수 없이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감독들이 많다는 얘깁니다.

<인터뷰>허정훈(중앙대 스포츠심리학 교수):"감독들이 성적을 내기 위해 폭력적인 지도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실..."

두번째는, 폭력을 행사한 지도자에 대해 우리 사회의 처벌이 너무 관대한 점도 선수 폭력을 재생산하는 요인입니다.

체벌로 징계를 받은 한 대학의 감독이 몇년 뒤 다시 현업에 복귀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선수 폭행 감독, 3진 아웃제까지 선언했던 스포츠계,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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