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나달 “내가 테니스 황제”

입력 2009.02.01 (22:27)

수정 2009.02.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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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황제'라는 칭호를 이제 누구에게 붙여야 할 것인가.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이 2009년 첫 메이저대회였던 호주오픈 남자단식을 제패하며 시대의 변화는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를 3-2(7-5, 3-6, 7-6<3>, 3-6, 6-2)로 꺾은 나달은 생애 여섯 번째 그랜드슬램 정상에 올랐다.
그동안은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만 네 차례 우승해 '클레이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지만 지난해 윔블던에서 4시간48분의 혈투 끝에 페더러를 역시 3-2로 꺾으면서 잔디코트를 정복했고 이번에 최초로 하드코트까지 접수하며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더욱 공고히 했다.
페더러와 맞대결에서도 통산 13승6패로 우위를 계속했고 특히 최근 다섯 차례 맞대결에서는 5전 전승을 거두며 이제 어느덧 실력에서도 나달이 앞서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날도 페더러와 여러 차례 신기에 가까운 랠리를 선보이며 로드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를 자아내게 하면서도 결국 웃는 쪽은 주로 나달이었다.
집요하게 페더러의 백핸드를 공략하며 파고든 나달은 페더러가 날리는 회심의 일격에 팬들이 '페더러의 포인트'라고 지레짐작할 때쯤 잽싸게 코트를 내달려 멋진 반격으로 페더러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성을 내지르기 바빴다.
페더러가 세계 랭킹 1위에 처음 오른 것은 2004년 2월이었다. 페더러보다 5살이 어린 나달은 페더러보다 약 6개월 정도 빠른 지난해 8월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거의 비슷한 나이에 페더러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르며 다음 세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페더러는 아직 만 28세로 젊은 나이지만 가는 세월을 안타까워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내려와야 하는 처지가 그런 현실을 잘 보여줬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마이크 앞에 선 페더러는 "나달은 우승할 자격이 있다. 축하한다. 이런 멋진 결승을 다시 펼치게 해줘 고맙다"라고 말한 뒤 소감을 말하는 자리를 나달에게 넘겼다.
이젠 페더러의 세계 랭킹 1위 회복이 관심이 아니라 나달이 올해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까지 석권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성급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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